기획 완결 안보100대사건

<94>체첸 사태

입력 2007. 12. 04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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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4년 12월 러시아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무력투쟁을 벌이고 있는 체첸공화국에 연방군을 투입, 대대적인 진압작전을 전개함으로써 러시아 - 체첸 간의 2차에 걸친 전쟁이 시작됐다.체첸은 1835년 구 러시아연방에 합병된 소수 자치공화국 중 하나로 소비에트연방 해체 후 다시 러시아연방의 한 자치공화국이 됐다.
    1991년 소연방이 붕괴되자 체첸은 소련군 공군소장 출신인 조하르 두다예프의 지도 아래 독립투쟁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내적 정치상황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체첸 문제에 적극 대응치 못하고 체첸 내 반군세력에 무기를 공급하는 소극적인 조치만 취하고 있었다.
    1994년 들어 러시아의 조종을 받는 반 두다예프 세력은 잠정평화회의를 구성하고, 모스크바 연방정부에 체첸을 합법적 유일 권력 기관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러시아의 무력 개입을 요청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계기로 그해 12월 체첸에 대한 무력 침공을 전격 단행했다.러시아가 대체첸 강경전략을 택한 배경은 체첸을 통과하는 송유관의 안전을 확보하고 다른 소수 민족의 독립요구를 사전 봉쇄하기 위한 것이었다.
    체첸인들은 러시아인과는 민족·종교·언어·역사·문화적으로 전혀 다르며 러시아 21개 공화국 중 독립정신과 저항정신이 가장 강한 역사적 전통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주당하는 모진 수모를 겪어 반러시아 감정이 깊이 내재해 있었다.
    러시아군은 장비와 화력 면에서 월등히 우세했다. 그러나 체첸군의 게릴라전을 통한 끈질긴 저항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2년간의 전쟁 끝에 러시아가 한 발 물러서 2001년까지 체첸의 지위 논의를 유보하기로 하고 전면 철군함으로써 러시아 - 체첸 간 1차 전쟁은 일단 막을 내렸다.
    그러나 바샤예프 등 체첸 강경파들은 정부의 대 러시아 유화정책에 반발하면서 산악지대를 근거로 테러를 앞세운 강경 투쟁을 계속했다.1999년 여름 러시아에서 모스크바 아파트 폭탄테러를 비롯해 수차례의 연쇄테러가 일어났다. 러시아는 이를 체첸 회교반군의 소행으로 단정 짓고, 그해 10월 체첸을 다시 침공함으로써 제2차 체첸 전쟁이 일어났다.
    러시아는 15만 명의 병력과 첨단장비를 동원, 무차별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체첸반군은 대부분 사망했고 생존한 소수의 반군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반군 총수인 바샤예프도 러시아군에 의해 사살됐다.체첸 진압 작전을 주도한 당시 47세의 대통령 권한 대행 푸틴은 대 체첸 강경정책으로 인기가 급상승, 2000년 3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푸틴 정부 역시 체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체첸 회교 반군의 무차별적 테러 공격이었다.2003년 10월 23일 모스크바 타간스까야 광장 근처 문화의집에 체첸반군으로 보이는 무장괴한 3~40명이 난입, 700여 명의 관객을 인질로 경찰과 대치하는 최악의 인질극이 벌어졌다. 푸틴 정부는 마취가스를 사용하고 특수부대를 투입, 무장괴한 전원을 소탕했지만 피의 보복은 계속됐다.
    체첸반군은 2004년 5월 9일 2차대전 승전 기념식장에 폭탄테러를 가해 친러파인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을 비롯한 수십 명을 살해했다. 러시아군도 2005년 3월 체첸 반군지도자 마스하도프를 사살,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체첸사태는 아직도 많은 문제를 남긴 채 러시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금도 지구촌에는 약육강식의 정글윤리가 강요되고 있는 곳이 있고, 또 그로 인해 엄청난 비극도 계속되고 있다. 비록 약소민족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원한다면 자주독립과 생존권은 마땅히 보장돼야 한다. 그것이 지구촌의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고 항구적 평화를 이루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다만 테러, 특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폭력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행위는 결코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것도 첨언해 둔다.
    <김영이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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