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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여행<41>상표명

입력 2007. 11. 14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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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에서 바퀴의 역할을 하며 무한궤도라고도 불리는 ‘캐터필러’, 함석 등으로 만든 길쭉한 반원형의 간이 건물 ‘퀀셋’, 자동차의 경적을 가리키는 말인 ‘클랙슨’, 철사 침을 사용하여 서류 따위를 철하는 데 쓰는 물건인 ‘호치키스’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상표명에서 유래하여 일반 명사가 된 말들이다. 참고로 ‘퀀셋’은 ‘콘세트, 콘센트’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퀀셋’이라고 해야 한다.

또한 ‘호치키스’는 이 물건을 고안한 사람의 이름이기도 한데 이 사람은 호치키스 기관총을 발명한 사람이기도 하다. 호치키스를 가리키는 일반 명사로는 ‘스테이플러’라는 말이 따로 있다.이들 예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라이방’이 있다. 색안경(선글라스)을 흔히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본래 ‘레이밴(Rayban)’이라고 하는 상표명에서 온 말이다.

‘라이방’이라고 말하는 것은 ‘레이밴’의 일본식 발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된다.새로운 상품이 개발되면 그 물건을 지칭하는 상표명도 만들어진다. 달리 적당한 말이 없고 상표명이 널리 알려지면 다른 회사에서 유사한 제품이 나와도 사람들은 이미 굳어진 상표명을 물건 이름으로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상표명이 일반 명사가 되는 것이다.

상표명이 널리 알려지는 것은 상품을 개발한 회사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상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반 명사가 되는 것은 달갑지가 않다. 일반 명사로 인정이 되면 상표로서 보호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 명사는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 그래서 물건을 개발한 회사에서는 상표명이 일반 명사가 되지 않도록 말의 쓰임에 주의를 기울인다.

순수한 상표명인지 일반 명사인지 흔히 판별하는 기준은 국어사전에 올랐는지 여부이다. 그래서 국어사전에 상표명이 오르면 회사 측에서는 사전에서 그 말을 빼거나 아니면 상표명이라는 것을 밝히라고 항의하기도 한다. 필자도 항의를 받은 경험이 있다. 모든 상표명이 관리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상표명이 널리 알려지면 일반 명사로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앞으로도 일반 명사에 새로운 상표명이 추가되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조남호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chonamho@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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