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베트남정글영웅

<48>이종열 하사

입력 2006. 12. 20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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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열 하사는 수도사단 기갑연대 6중대 3소대 화기분대장으로 적진에 고립된 분대를 구출한 영웅이다. 전장에서 리더의 임무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또는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며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에 처한 부하를 슬기롭게 지휘해 그들의 생명을 지켜 내면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1972년 4월 11일, 638고지에 침투한 북베트남군에 의해 안케고개가 차단됐을 때 638고지를 측방에서 공격하기 위해 이틀 후 동남쪽 350무명고지에 착륙했던 6중대의 중·소대장과 분대장들이 보여준 투혼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이종열 하사의 활약은 초급간부들에게 모범을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6중대(-)가 350고지에 고립된 다음날인 14일 아침, 대대장은 중대를 증원하기 위해 전날 착륙에 실패했던 나머지 병력의 착륙을 강행키로 했다. 명령에 따라 2개 소대 규모가 350고지를 향했다. 이하사가 선두로 착륙을 시도했으나 적의 대공포사격은 여전했다. 착륙에 실패한 헬기는 동남쪽 1㎞ 지점의 390고지에 착륙을 시도했다.
    그곳도 적이 장악하고 있어 저항이 대단했다. 1번기에 탑승한 6명은 이하사의 지휘로 적의 대공사격을 극복하며 착륙을 강행했다. 그러나 적의 저항이 더욱 치열해짐에 따라 1차로 착륙한 6명이 고립된 상황에서 후속착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쌍안경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대대장 한영수 중령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 졌다. 350고지에 고립된 중대(-) 병력은 중대장이 지휘하고 있어 일말의 기대감을 가져볼 수 있었지만 6명이 고립된 390고지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현재로서는 그들을 구출할 수 있는 대책은 없었다. 주변의 적 상황으로 보아 그들이 자력으로 포위망을 뚫고 생환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들이 착륙 후 연락이 두절된 채 2시간이 지나자 작전상황실은 그들 모두가 전멸됐을 것이라는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때였다. 중대장을 찾는 이하사의 희미한 음성이 무전기에 포착됐다. 감청하고 있던 상황실 요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하사의 상황보고가 이어졌다.
    적의 대공사격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하사와 분대원들이 착륙하는 도충 적의 사격에 의해 1명이 전사하고 1명이 부상당했다는 것이다. 적진에 고립된 것을 알게 된 이하사는 나머지 3명의 분대원들과 함께 부상자를 교대로 업어가며 정글을 뚫고 적을 피해 나갔다. 그리고 적의 직접적인 위협에서 벗어나자 중대와 연락을 시도했다. 몇 차례의 시도 끝에 중대장과 연결하는데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작전상황실에서 이하사와 연결해 방향을 유도했다. 그렇지만 성공적인 탈출 가능성은 이하사에게 달려있었다. 이하사는 사방이 적에게 둘러싸인 위기상황에서도 매우 침착하게 대처했다. 그는 작전상황실의 안내를 받아 적을 피해가며 험한 선인장 가시들을 뚫고 계곡과 능선을 넘어 정글을 이동했다. 그리고 사투를 반복하기를 6시간 째 무사히 작전상황실에 도착했다. 적진에 고립됐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평소 연마했던 전술행동을 바탕으로 용기와 투지를 발휘한 결과였다.
    정부는 이종열 하사가 보여준 불굴의 투지와 용기, 그리고 부하를 안전하게 구출한 공로를 높이 평가해 그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해 그의 공로를 치하했다.
    <최용호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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