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무기탄생비화

철모에서 미사일까지<233>어뢰 백상어·청상어(76)

신인호

입력 2006. 11. 21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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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상어 연구팀과 창우해운 관계자들은 대체 표적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정말 마지막 시험이 될 8차 운용 시험일이 9월 23일로 잡혀 있어 여유가 있어 보였지만 표적 구조물이 부산에 있다 보니 마음이 급했다. 포항에서 부산은 예인선이나 바지선으로 짧은 거리가 아니었다.채찍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 9월 18일 저녁 무렵 부산 영무선 부두에 도착했다. 7차 운용시험에서 와이어로프가 파손된 탓에 대체 표적을 설치할 크레인을 확보해야 했다. 마침 이날은 주말이었다.

    크레인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창우해운의 황창무 사장은 온 부산 시내를 수소문했다. 겨우 밤늦은 시각에 크레인을 확보, 이튿날 작업이 가능해졌다.9월 20일 아침, 부산에서 바지선에 대체 표적을 싣고 출항했다. 포항에 도착한 것은 밤늦은 시각이었지만 국방과학연구소(ADD)도 경철 팀장을 비롯한 연구원과 아이에스텍 한재윤 연구소장, 파인텔레콤, 오른기술 관련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어뢰팀 연구팀도 실사격용 전투탄 준비에 매진해 21일 작업을 마치고 22일 포항으로 이동했다.

    8차 운용 시험의 전투탄 발사는 P - 3C 해상초계기에서 이뤄진다. 표적요원들이 P - 3C에 청상어를 탑재하고 이상 유무를 최종 확인했다. 사업책임자 이재명 부장과 독고욱 팀장·박영일 팀장 등 모두 피곤함 몸으로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을 설치지 않을 수 없었다.9월 23일. 대체 표적을 실은 예인선은 새벽 3시 어둠을 뚫고 시험 해역으로 출항했다. 아침이 되자 날씨 상태가 7차 시험 때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시험에 참가하는 요원 모두가 상쾌한 표정이었다.

    8시 30분, 고속정 2척에 시험평가 요원과 표적기 요원들이 나눠 승선했다. 동해에서 경비 임무를 수행하던 초계함 경주함도 오전 11시 시험 해역에 도착했다. 경주함은 ADD·해군뿐만 아니라 국방부·합참·국방품질관리소·넥스원퓨처를 비롯한 관련 업체의 관계자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모두가 덕담을 주고받았다.12시. 모든 준비가 사실상 완료됐다. 지휘함인 경주함과 예인정은 표적으로부터 4㎞ 밖으로, 고속정은 6㎞ 밖으로 이동했다. 청상어를 발사할 P - 3C과 참관할 UH - 60 헬기는 12시 10분과 12시 20분 이륙, 시험 해역에 도착했다.

    P - 3C는 곧바로 예비 비행에 들어갔다. 오후 1시. 드디어 P - 3C가 세 차례 선회를 마치고 청상어를 발사하기 위해 돌입하기 시작했다. 해군 전투발전단장의 사격 허가가 떨어졌다. P - 3C에서 “나우! 나우! 나우!”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발사 직전이다. 이윽고 강인성 소령 등에 의해 청상어의 최종 시험용 전투탄이 발사됐다.청상어는 예정된 위치보다 조금 벗어나고 있었지만 보기 좋게 입수(入水)했다.

    예인선에서는 7차 시험 때와 마찬가지로 최상문 박사가 청상어의 주행 상태를 모니터하며 무선으로 보고했다.그런데 분명히 명중할 시각이 됐는데 ‘명중’이라는 보고가 이어지지 않았다.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절대 침묵. 얼마 안돼 다시 청상어가 진입 중이라는 보고가 왔다. 하지만 역시 명중이라는 보고는 없었다. 피 말리는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최박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청상어 진입 중.” 이재명 박사 등은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이박사가 순간적으로 표적의 크기를 실제보다 대폭 줄인 것을 떠올리며 신음이라도 토해낼 듯할 무렵 “청상어 표적 명주웅~”하는 들뜬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곧이어 경주함의 선저(船底)를 때리는 듯한 ‘쩡’하는 경쾌한 폭발음이 온 몸을 전율케 했다. UH-60헬기에서도 청상어 명중 섬광을 확인·촬영했다는 보고가 뒤따랐다.경주함은 함성으로 터질 듯했다. 연구팀 모두가 얼싸안았다. 울먹이는 이도 있었다. 수병들도 연구팀을 자랑스러워하며 축하 인사를 건네기 위해 일부러 달려오기도 했다. 이제 10년을 끌어 온 청상어 개발의 종지부를 사실상 찍는 순간이었다.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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