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무기탄생비화

철모에서 미사일까지<230>어뢰 백상어·청상어(73)

신인호

입력 2006. 10. 31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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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년 5월은 악몽의 달이었다. 22일의 5차 시험에 앞서 이틀 전인 20일 동해에서 실시한 경남함을 표적으로 한 중어뢰 백상어 전투탄 사격도 실패한 까닭이다. 어뢰개발팀의 사기 저하는 물론 해군·국방부로부터도 신뢰성을 의심받기 시작했다.
    8월 1일 국방부 회의실에서는 국방부 연구개발관을 비롯한 청상어 관계관이 모두 참석,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해군은 청상어의 성능이 우수함을 인정하면서도 신뢰성 확인을 위해 전투탄 실사 2회를 포함한 8회의 시험을 요구해 왔다. 연구팀을 포함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해군의 전투탄 실사 수행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했다.
    8월 29일 열린 2차 회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웠다. 8월 21일 실시된 백상어 2차 전투탄 사격에서 표적함 전방에서 조기 폭발하는 불상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날의 주된 토의는 ‘청상어 전투탄의 수중 표적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였다.
    외국에서 폐기된 잠수함을 도입해 표적으로 사용하는 방안과 섬 외곽의 수직벽을 이용하는 방법 등 여러 의견이 검토됐다. 추후 협의 결과 잠수함과 유사한 구조물을 만들어 사용하는 대체 표적 제작 활용 방안이 결정됐다. 또 그해 12월 2004년 12월까지 청상어 사업기간 연장과 예산 증액이 승인됐다.
    이에 따라 ADD는 추가 운용시험용으로 쓸 청상어 시제품을 제작하는 동시에 대체 표적 개발에 들어갔다. 대체 표적을 운반·취급이 쉽도록 실제 잠수함보다 작은 형태로 설계할 수밖에 없다 보니 연구팀으로서는 이 또한 부담을 안는 일이었다. 표적 크기를 축소한다는 것은 곧 명중률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뜻이다.
    더욱이 대체 표적을 최초에는 Y자 형태로 설계했지만 운반상 이유로 I자형으로 변경하게 되니 더욱 어렵게 돼 버렸다. 이심용 박사 등이 설계한 대체 표적은 폭 15m, 높이 13.6m짜리 철판 구조물로 무게가 약 65톤으로 판단됐다. 일반 조선소에서는 제작 예산이 너무 적은 탓인지 참여할 뜻을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마침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이기표 교수의 추천을 받아 부산에 있는 MTI사와 창우해운을 통해 제작·운반·취급까지 패키지로 맡기기로 했다.
    한편 어뢰연구팀은 실제 표적보다 대폭 축소된 소형 대체 표적에 대한 명중 정확도를 사전에 확인해야 했다. 특히 종말 유도의 정확도 확인은 관건이었다. 김삼수·류동기·조현진 연구원 등이 육상 시뮬레이션과 HILS에서 최종적으로 확인한 후 실제 청상어를 발사해 이를 수중 카메라로 확인하고자 했다.
    잠수함에서 반향되는 음향 반사음을 내보내는 주먹만한 크기의 하이드로폰 주변으로 청상어가 통과하는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하이드로폰 상부 약 5m 지점에 수중 카메라를 부착했다. 다행히 수중 시계 5m 정도는 촬영이 가능했다. 예정된 시간, 청상어가 마치 하늘에 지나가는 비행기 같은 물방울을 남기면서 하이드로폰 약 20㎝ 옆을 순간적으로 통과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연구팀은 이후 몇 차례 시험에서도 청상어가 역시 1m 이내로 통과하는 것을 확인하고 명중 정확도에 자신감을 얻었다.
    65톤의 대체 표적을 실은 바지선이나 크레인이 혹 청상어 탄두가 터지는 충격에 손상을 입지나 않을까 하는 것도 문제였다. 탄두가 수중 50여m에서 폭발하는 순간 충격파와 버블에 의한 충격으로 바지선은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됐으나 크레인의 손상이 우려됐다. 이때 창우해운 황창무 사장이 바지선 중간 부분을 파내 올리고 내리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이를 채택했다.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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