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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가뭄 (생명-力)'

공군73기상전대 중앙기상부장 반기성 대령

입력 2001. 12. 01   00:00
업데이트 2013. 01. 0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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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에서 온 놈들은 겨울 들판을 보면 모두 죽어있다고 그럴 거야. 하긴 아무 것도 눈에 뵈는 게 없으니 그렇기도 하겠지. 하지만 농사꾼들은 그걸 죽어있다고 생각지 않아. 그저 쉬고 있을 뿐이라고 여기는 거지. 적당한 햇빛과 온도만 주어지면 그 죽어 자빠져 있는 듯한 땅에서 온갖 식물들이 함성처럼 솟아 나온다 이 말이네.” (김영현의 `깊은 강은 흐른다' 중)

    그림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후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강화가 `일기예보전'에 출품했던 `겨울가뭄(생명-力)'이다. 그는 강아지풀, 엉겅퀴 등의 잡풀과 조그만 관목숲, 늪이나 매립지 등을 즐겨 그린다.
    “자연의 광활하고 웅장한 장관보다는 나지막이 숨어있는 은밀한 소박함을 만날 때 나는 전율합니다.” 작고 초라해서 외로워 보이는 것들이 그가 진정으로 만나고 싶어하는 것들이다.

    그의 붓끝이 지나가면 죽어가던 늪지가 숨을 쉬고, 강아지풀이 살아나 소리를 지른다.
    비옥한 토양이 아니어도 흙과 수분만 있으면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가는 잡풀들의 그 억센 생명력의 의지와 향기에 작가는 감동하고 취한다.
    정지와 죽음을 의미하는 `겨울가뭄'의 제목 아래 `생명-力'이라 부제를 붙인 그림에서 그는 말라비틀어진 강아지풀과 바스러진 돌, 약간의 물조차 얼어붙어 있는 `겨울가뭄'의 땅 밑으로 꿈틀거리며 움터오는 `생명-力'의 소망의 메시지를 들려준다.

    “보리씨를 봄에 심어봐! 싹이 나는가, 엄동설한을 이겨낸 보리만이 풍성한 곡식을 내는 겨.” 보리는 겨울의 언 땅속에 묻혀 자신을 죽이고 삭이는 시련을 겪어낸 후에야 비로소 푸른 싹을 틔운다. 그 싹이 자라 황금물결로 춤추는 탐스러운 보리이삭을 마음속 캔버스에 그려보며, 작으면서도 강한 생명력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공군73기상전대 중앙기상부장 반기성 대령〉

    공군73기상전대 중앙기상부장 반기성 대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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