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현장을 가다] 우리 기술력으로 만든 신제품, 장인의 손길 닿아 세계로 간다

입력 2022. 12. 02   17:16
업데이트 2022. 12. 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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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2020년까지 연 30억 달러 수준이던 ‘K방산’ 수출액은 올해 170억 달러로 급증했다. 우리 손으로 만든 무기 하나 없던 대한민국이 역대 최대 실적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방산 강국임을 증명한 셈이다. 정부도 내년부터 3년간 1조 원 이상 금융지원을 약속해 K방산에 날개를 달아준 상황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방산 황금시대’가 문을 연 데에는 수십 년 전통의 방산업체들이 있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굵직한 업적을 남긴 SNT모티브와 대우해양조선을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와 함께 찾았다. 글=김해령/사진=김병문 기자



SNT모티브
국내 최대 소구경 화기 제조업체
총몸·노리쇠집 등 각종 부품 생산


다양한 종류 K시리즈 잇달아 출시
지난해 방산 부문 500억 원대 수출
중동·아프리카 신형 총기 관심 높아

 

국방부 출입기자단이 지난달 30일 부산시 기장군 SNT모티브에서 ‘K시리즈’ 총기 설명을 듣고 있다.
국방부 출입기자단이 지난달 30일 부산시 기장군 SNT모티브에서 ‘K시리즈’ 총기 설명을 듣고 있다.
STC-16 사격 체험 중인 본지 김해령 기자.
STC-16 사격 체험 중인 본지 김해령 기자.



공장 내부 생산라인 쉬지 않고 돌아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지난달 30일 부산시 기장군. 경부고속도로 노포IC를 빠져나와 10분 정도 달리자 해발 605m의 철마산과 커다란 저수지로 둘러싸인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최대 소구경 화기 제조업체 SNT모티브 공장이다. SNT모티브는 국산 총기의 대명사인 ‘K시리즈’를 만드는 기업이다.

자연 속에 숨은 듯한 SNT모티브 공장 위치는 마치 ‘비밀 군사기지’를 연상케 했다. 실제 1973년 SNT모티브의 전신인 국방부 조병창(造兵廠)이 세워질 당시 적 공격으로부터 공장을 보호하고자 이 같은 입지 선정이 이뤄졌다고 한다.

‘제식 총기 국산화’를 목표로 설립된 조병창은 M16A1을 시작으로 M계열 총기를 면허 생산했고, 1981년 민영화를 거쳐 SNT모티브로 거듭났다.

공장 내부 생산라인은 K시리즈 생산을 위해 크고 작은 설비들이 쉬지 않고 돌아갔다. K시리즈 총몸, 총열, 노리쇠집 등 각종 부품이 자동화 설비에서 가공 공정을 거쳐 순조롭게 생산되고 있었다. 한쪽에는 수작업으로 분주한 기술인력들이 보였다. 완벽한 총기를 만들기 위해선 장인들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는 게 SNT모티브의 설명이다. 그렇게 기계와 사람의 손길이 합쳐져 하나의 총기가 완성된다.

조립된 총기가 바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총기들은 최종 확인 작업을 위해 조립 공정 끝단에 있는 ‘수락검사실(사격실)’로 옮겨진다. 여기서 조립된 총기를 다시 해체해 부품 하나하나를 검사하고, 노리쇠를 약 200회 전진·후퇴한 후 소총 20발, 기관총 30발씩 사격 시험을 마쳐야 생산 작업이 끝난다.

수락검사실 문을 열자 K15 경기관총 수십여 정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엔지니어들이 총기를 들어 올리며 작동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했다. 모든 총기는 기능·성능검사에서 합격점을 받아야만 출하된다. 세계 시장의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품질을 보장하는 것이 수락검사실의 임무다.


최근 K2C1 소총·K16 기관총 군 전력화

SNT모티브의 ‘메가 히트작’은 K1A 기관단총과 K2 소총이다. SNT모티브는 1981년 K1A를, 1984년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합작해 K2를 개발했다.

이후 K3 경기관총, K4 고속유탄기관총, K5 권총, K6 중기관총 등 다양한 종류의 K시리즈를 잇달아 출시했다. 최근에는 K2의 현대화 버전 K2C1 소총과 노후화된 M60 기관총을 대체할 K16 기관총 등이 군에 전력화됐다.

SNT모티브의 신제품도 눈길을 끈다. K1A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STC-16과, 반자동식 저격소총 STSR23, 경찰용 스마트 권총 STRV9 등이 있다. 이날 운 좋게 STC-16을 직접 사격해볼 기회가 생겼다.

기자가 STC-16를 잡아들었을 때 든 처음 느낌은 ‘가볍다’였다. 실제 STC-16(약 3.3㎏)은 K1A(약 2.8㎏)보다 살짝 무겁다. 그러나 견착하고 사격할 때 드는 안정감이 심리적으로 무게를 가볍게 느끼게 했다.

K1A에는 없는 완충기가 있어서 반동을 잡아주고, 안정감을 주는 것이라고 SNT모티브 엔지니어는 설명했다.

STC-16은 특수작전용 기관단총으로 살상용보다는 제압용에 가까운 K1A 대체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파괴력은 K2에 버금갈 정도다. 박문선 특수사업본부장은 “STC-16이 K시리즈를 이어갈 재목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40여 년간 자주국방 실현에 전력

아울러 STSR23은 볼트액션(노리쇠를 손으로 젖혀 당김으로써 탄피의 배출·장전을 수동으로 시행) 방식의 K14와 달리 반자동 방식으로 연속 격발이 가능한 저격소총이다. 양손잡이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각종 버튼과 뭉치를 양쪽에 배치했다. 또 STSM21 기관단총은 권총용 9㎜ 탄을 사용한다. 매우 가벼워 힘 있는 사람은 한 손으로도 사격할 수 있다고 한다. 민·군 협력사업으로 개발된 STRV9은 총기에 적용된 각종 첨단 시스템과 회전식 탄창 등이 좋은 반응을 얻어 지난해 중동지역 수출이 성사됐다.

40여 년간 자주국방 실현에 전력을 기울여 온 SNT모티브는 이제 세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방산 부문에서 500억 원대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고, 전망도 밝다. 긴급 수요가 빈번히 발생하는 중동지역은 물론 아프리카 등 지구촌 곳곳에서 SNT모티브 신형 총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이제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혁신에 나설 때”라며 “2025년까지 세계 3대 소구경 화기 제조업체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한국형 잠수함 최초 건조
경비정·구조함 등 50여 척 달해


세계 초일류 조선 기술력 갖춰
독자 설계 기술로 해군력 증강 기여
세계 5번째 잠수함 기술 수출도


우리 해군의 첫 번째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승조원들이 지난해 8월 1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취역식을 마치고 임무 완수를 다짐하며 경례하고 있다. 한재호 기자
우리 해군의 첫 번째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승조원들이 지난해 8월 1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취역식을 마치고 임무 완수를 다짐하며 경례하고 있다. 한재호 기자


대우조선해양 전경. 대우조선 제공
대우조선해양 전경. 대우조선 제공



‘최초’ ‘최다’ 기록 수없이 세워 실력 검증


한파가 이어진 지난 1일에는 세계 초일류 조선 기술력을 자랑하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상함과 잠수함을 건조하는 특수선 분야에서 지난 40여 년 동안 ‘최초’ ‘최다’ 기록을 수없이 세웠다. 잠수함 분야에서 최초의 한국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우리 기술로 만든 잠수함을 처음으로 수출했다. 또 독자적인 설계 기술과 건조 능력을 토대로 한 수상함으로 해군력 증강에 이바지했다. 이날은 버스를 타고 선박이 건조되는 야드를 돌았다. 야드에 들어서자 도크(Dock·선체 작업장)에 들어찬 선박과 다닥다닥 붙은 조립공장, 바쁘게 돌아가는 대형 크레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우조선해양의 야드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면적 1.5배에 이른다고 한다. 초대형 선박의 메카라는 사실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선박을 만드는 작업은 ‘블록 쌓기’와 유사했다. 각각 공정에서 철판조각을 붙여 만든 블록을 도크에서 조립해 선체를 만드는 식이다. 평균 선박 한 척을 완성하는 데 철판조각 80만 개가 필요하다. 용접을 ‘조선소의 꽃’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설계 도면에 따라 조각들을 오차 없이 잘 용접하는 게 중요하다. 배 한 척 건조작업에 들어간 용접 작업을 길이로 환산하면 무려 800㎞,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이후 특수선사업본부를 찾아 대우조선해양이 개발·생산한 방산 역사 설명을 들었다. 시작은 1983년 1000톤급 초계함(PCC) 건조 사업으로 탄생한 ‘안양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1500톤급 호위함(FF)과 경비정, 군수지원함, 구조함, 구축함 등 50여 척에 달하는 수상함을 건조해 대양해군 건설을 뒷받침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독자 설계를 기반으로 탄생한 광개토대왕급 구축함(3200톤)은 우리 해군이 원양 항해 능력과 현대적 전투능력을 갖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스텔스 함형 등 신기술 개발에 주력

함정 건조 기술 ‘최고봉’이라 불리는 잠수함 분야도 기술자립을 이뤘다. 독일과 기술협력으로 완수한 장보고-I(1200톤)·Ⅱ(1800톤) 사업에 이어 장보고-Ⅲ 사업에서는 국내 최초로 독자 설계·건조한 3000톤급 중형 잠수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에는 3600톤급 장보고-Ⅲ 배치(Batch)-Ⅱ 2번 함이 건조에 들어갔다.

수출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1998년 3월 방글라데시 호위함 수주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영국, 노르웨이, 태국 등 6개국에 호위함, 훈련함, 군수지원함, 잠수함 등 총 12척을 수출했다. 특히 2011년 인도네시아 국방부에서 1400톤급 잠수함 3척을 수주해 ‘국내 최초 잠수함 수출’에 성공했다. 이 수출로 대한민국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에 이어 세계 5번째 잠수함 기술 수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스마트 함정기술 등 신기술 개발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해군과 함께 차기 구축함 개념 설계, 스텔스 함형 등 신기술 개발에도 주력 중이다. 함정 연구에 특화된 ‘특수성능연구소’를 운영하며 군·산·학·연의 스마트 함정 기술 전문가들과 협업해 스마트 함정기술, 통합 마스트, 전기추진체계, 무인체계(UAV·USV·UUV), 통합 생존성 기술 등의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김해령 기자 < mer0625 >
김병문 기자 < dadaz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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