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미래 양성 '훈련교관' 교육 과정] 빨간 모자 카리스마 강한 해군 만든다

입력 2021. 01. 26   17:11
업데이트 2021. 01. 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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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첫 수료식
미국 훈련 유학·특전 제공 등
체계적 훈육 시스템 앞장
7주간 직무역량·육상·해상 훈련

 
“기상부터 취침까지
모든 시간 모범 되고자 노력
교육생들 발전에 성취감”

 

해군 훈련소대장이 산악 행군 중 교육생들의 이동을 점검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해군 훈련소대장이 산악 행군 중 교육생들의 이동을 점검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한눈에 보는 이를 사로잡는 빨간 모자,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위풍당당한 자세, 집어삼킬 듯한 강렬한 눈빛….’

해군병 또는 부사관의 꿈을 안고 첫발을 내딛는 장정들은 해군교육사령부(교육사)에 들어서자마자 ‘카리스마 완성체’에 압도당한다. 사회에서 자유분방한 생활에 익숙했던 젊은이들도 빨간 모자가 보이면 저절로 군기가 바짝 들게 되는 것. 그들은 바로 평범한 청년을 강인한 해군 장병으로 거듭나게 하는 ‘훈련소대장(DI·Drill Instructor)’이다. 그렇다면 해군 훈련소대장은 어떤 교육과정을 거쳤길래 이토록 강한 모습으로 교육생들을 이끌고 있을까. ‘해군의 출발점’에서 ‘빨간 모자 사나이’로 불리며 신병과 부사관 후보생들을 훈육하는 훈련소대장의 교육과정과 면면을 살펴본다.

글=노성수 기자/사진=해군 제공

지난 22일 해군교육사령부에서 열린 훈련교관 교육과정 수료식에서 김영수(오른쪽) 기초군사교육단장이 제병지휘자 박성원 중사에게 훈련교관 휘장을 달아주고 있다.  해군 제공
지난 22일 해군교육사령부에서 열린 훈련교관 교육과정 수료식에서 김영수(오른쪽) 기초군사교육단장이 제병지휘자 박성원 중사에게 훈련교관 휘장을 달아주고 있다. 해군 제공


강인한 빨간 모자의 비결, 체계적 교육

해군 수병으로 복무했던 기자가 오래전 기초군사학교에서 훈련소대장에게 유독 궁금했던 두 가지가 있다.

가장 먼저 ‘빨간 모자는 이토록 힘든 훈련을 함께하면서도 어떻게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을까(내색을 안 하는 걸까, 그렇다면 인간이 맞다)’였고, 나머지 하나는 ‘과연 빨간 모자도 웃을까(웃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인간이라면 웃을 텐데…)’ 였다. 오랜 시간 진지하게 간직해 온 궁금증은 그들의 훈련과정을 살펴보고서야 풀렸다. 극한의 훈련과 체계적인 교육이 그들을 강한 리더이자 교육생들의 아버지로 거듭나게 한 것이다.

지난 22일 교육사 기초군사교육단에서는 제48차 해군 훈련소대장 수료식이 열렸다. 1년에 단 한 번뿐인 해군 훈련소대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번에 탄생한 54명의 훈련소대장은 앞으로 해군에 입대하는 신병 및 부사관후보생들을 훈육할 예정이다.

해군 훈련소대장의 시작은 40여 년 전인 지난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전까지 훈련소대장은 특별한 훈련 및 수료과정 없이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지원자 중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쳐 6주간의 정규과정을 수료해야만 임무를 부여받을 수 있게 됐다. 이후 해군은 훈련소대장에게 미국 훈련소 유학 기회를 부여해 선진 훈련기법을 익히게 하고, 특전을 제공하며 동기부여를 이끄는 등 우수한 훈육인력 양성과 체계적인 훈육시스템 정착에 앞장서왔다.

48차 해군 훈련소대장 교육생들이 해군교육사령부 주도로를 달리며 체력 단련에 매진하고 있다. 
 해군 제공
48차 해군 훈련소대장 교육생들이 해군교육사령부 주도로를 달리며 체력 단련에 매진하고 있다. 해군 제공


시대 흐름에 맞게 교육과정도 변화

필승해군의 인적 전투력을 뒷받침하는 훈육 임무를 수행하는 해군 훈련소대장이 되기 위해서는 7주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육사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장병들을 뒷받침할 교육을 적용하고 있다. 직무역량 교육 외에도 소통·협력 등 기초역량을 포함한 교관 역량모델을 개발해 이를 습득하도록 한 것.

4주 차까지는 집총제식지도법, 맨손제식지도법 등 직무역량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이어 5·6주 차에는 교육심리 교육, 인권 및 기본권, 해군 핵심가치, 인성교육 등 기초역량 강화에 집중한다. 마지막 7주 차에는 이론·실기평가에 이은 종합평가를 받고 선배 및 훈련소대장과의 소통 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명예로운 훈련소대장의 휘장과 빨간 훈육모를 지급 받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육상훈련 및 해상 IBS훈련 등을 이수하면서 교육훈련 안전관리 등의 임무를 습득한다.

특히 강한 체력과 철저한 외적 자세로 교육생들에게 모범이 되고자, 엄격한 체력 기준과 교관 기초역량 함양에도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장병들이 훈련에 자발적·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그룹별 수준과 단계별 교육을 적용하고 복합적 맞춤식 교육 등으로 장병들에게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48차 과정을 수료한 노창윤 중사는 “훈련소대장은 교육생들에게 자상하게, 때로는 엄격하게 군 생활을 지도하는 교육생의 아버지”라며 “교육생들에게 의지를 북돋워 무사히 훈련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강한 정예 해전사 육성’ 큰 자부심

해군 훈련소대장은 ‘해군의 출발점’에서 해군의 미래를 양성하는 길잡이라는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한 훈련 기간 내내 교육생들과 기상부터 취침까지 모든 시간을 함께하기에 항상 모범이 되고자 노력한다.

4년간 훈련소대장 임무를 수행했던 정도일 해군 주임원사는 “상사 때 지원해 젊은 중사 후배들과 땀 흘리며 받았던 훈련, 천자봉 행군 때 뒤처지는 훈련병들의 총기를 3~4자루씩 메어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독려했던 일들이 생각난다”며 “매주 조금씩 군인으로 거듭나는 교육생들이 자랑스러운 해군의 일원으로 근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교육사 기초군사교육단 조정래 주임원사도 “해군병 또는 부사관후보생이 처음 접하게 되는 훈련소대장은 해군의 얼굴”이라며 “훈련을 가르쳤던 후배들이 세월이 지나도 ‘소대장님’으로 불러 줄 때면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말했다. 또한 이와 같은 자부심을 바탕으로 훈련소대장 선후배들 간의 교류도 이어가고 있다. 자체 전우회를 운영해 현역 훈련소대장들을 격려하고, 예비역 간 소통의 시간을 통해 훈련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해군병이 훈련소대장님께 보내는 편지

“김호식(중사) 소대장님! 658기 김홍준 병장입니다. 훈련소대장님께서 훈련 기간 내내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때 심어주신 자신감과 굳은 의지를 새겨 군 복무에 충실한 결과 이제 영예로운 전역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해군의 자긍심을 갖고 당당하고 바르게 행동하겠습니다. 필승!”

-해군본부 공보정훈실 김홍준 병장


해군교육사 기초군사교육단 선임교관 김 덕 환 상사
“체력은 물론 인격도 모범 돼야”



“해군의 출발점인 교육사에서 해군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굳은 결의에 차 있습니다.”

해군교육사령부 기초군사교육단 선임교관 김덕환 상사는 지난 22일 탄생한 신임 훈련소대장들이 책임감을 갖고 완벽히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상사는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일부 직별만 훈련소대장에 지원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전 직별에서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에 새롭게 임무를 맡게 된 훈련소대장은 54명 중 상사 9명, 소대장·부소대장 출신 8명, 현역 특전 3명 등 다양한 경력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훈련소대장은 해군의 기강이며 거울이기에 모범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생들을 인솔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력이 필수적이기에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에도 규칙적인 체력관리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하지만 체력뿐만 아니라 최고의 인격과 품행을 갖춘 자만이 훈련소대장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교육생들이 장차 대한민국 해군 장병으로서 당당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노성수 기자 < nss123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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