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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창 화 견장일기]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

기사입력 2020. 08. 13   15:43 입력 2020. 08. 13   15: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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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창 화 해병대1사단 포병여단 통신소대장·대위

환경은 변화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어떻게 하면 군 생활을 잘할 수 있는지 선배들께 물어보면 대부분 ‘지휘관을 잘 만나야 한다’라고 조언해 준다. 같은 직책, 같은 역할을 맡아도 지휘관이 누구인가에 따라 칭찬과 격려를 듣기도 하고, 질책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의미였다.

실무를 경험하지 못했던 나는 그 조언을 철석같이 믿었다. 부디 좋은 지휘관, 친절한 전우들을 만나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전입한 부대의 지휘관은 엄한 분이셨다. 거기다 갓 들어온 소위가 부서장의 직책을 맡아 혼자서 부서를 이끌다 보니 항상 부족하고 미흡했다. 상급자로부터는 꾸중을 듣기 일쑤였고, 부하들에게 얼굴 붉히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렇게 동기들과 실무의 고충을 나누던 중, 문득 ‘같이 교육 받은 초군반 동기가 300여 명인데 내 자리에 누가 오더라도 지금의 나와 같은 결과가 생길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힘겨워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임무를 잘 수행해내고 지휘관에게도 부하에게도 인정받으며 복무할 것 같았다. 내가 처한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 환경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고 내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직과 구성원이 함께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변화하기로 마음먹었다. 특별히 처리해야 할 업무가 없어도 사무실에 제일 먼저 출근하고 가능한 한 가장 늦게 퇴근했다. 하급자에게도 배워야 할 부분이 있으면 서슴지 않고 물어봤다. 바쁜 일이 없으면 부대원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했으며, 상급부대로 보내는 보고 자료는 양식, 글씨 하나에도 꼼꼼히 신경을 썼다.

그 결과 내 주변 환경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지휘관의 꾸중이 줄고 칭찬이 늘었다. 주변에서 하나둘씩 응원해 주는 사람도 생겼다. 무엇보다 대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소대장님, 풋살 한 게임 괜찮으십니까?”라며 체육 활동 시간이 되면 사무실로 찾아와 나를 불러내기도 하는 변화에 큰 뿌듯함을 느꼈다.

어느덧 4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크고 작은 인연을 맺으며 지내왔다. 군대는 여러 사람이 한데 모이는 조직이다 보니 장교·부사관·대원 할 것 없이 부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수직적인 구조에서 나오는 경직된 조직문화가 버겁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나 섣불리 남을 탓하고 환경을 탓하며 좌절하지 말자. 인간의 의지는 무서울 정도로 강하다. 영국의 문학가 윌리엄 새커리가 남긴 ‘도전하라. 그럼 세상이 굴복하리라’라는 격언으로 글을 마무리하며 첫 부대 전입을 앞두고 걱정에 빠진 모든 후배 장병에게 응원의 말씀을 드린다.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 어딜 가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다. 그러니 시작도 하기 전에 미리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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