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2인자

입력 2020. 08. 10   15:36
업데이트 2020. 08. 10   15:37
0 댓글

조 창 호 대위 
해군 이순신함
조 창 호 대위 해군 이순신함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을 밟은 사람은 누구인가?

정답은 다들 아는 것처럼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달을 밟은 사람은 누구인가? 쉽사리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정답은 바로 ‘버즈 올드린’이다.

버즈 올드린은 달에서 지구로 복귀한 후 영화나 방송 출연, 저술 활동 등으로 일반인들에게 달과 우주개발을 홍보하는 데 앞장섰고, 2015년 우리나라를 방문해 강연한 적도 있다. 그는 6·25전쟁에 참전해 적 전투기 2대를 요격하는 등 뛰어난 군인이기도 했다. 대중의 인지도는 닐 암스트롱에 비해 낮았지만 뛰어난 업적을 이룬 버즈 올드린처럼, ‘위대한 2인자’들이 역사 속에는 늘 존재해 왔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위대한 2인자로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찾아볼 수 있다. 이분은 매년 ‘대한민국 국민이 존경하는 인물’ 순위에 포함되는 충무공 이순신(忠武公 李舜臣)이 아니라, 충무공의 부하 장수로서 임진왜란 당시 활약한 ‘무의공 이순신(武毅公 李純信)’이다. 바로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장보고급 잠수함 ‘이순신함’의 함명도 무의공의 이름을 딴 것이다.

무의공 이순신 제독은 뛰어난 무예를 지닌 장수로 임진왜란 시 충무공 휘하에서 수많은 전투에 참가했으며, 1598년 노량해전에서 적의 총탄에 충무공이 전사하자 조선 수군을 대신 진두지휘하여 승리로 이끄는 공적을 세웠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위대한 2인자’도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자, 드라마 ‘밴드 오브 브러더스’의 주인공인 ‘리처드 윈터스’다.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 시 미 101공수사단의 소대장이었던 리처드 윈터스 중위는 수송기 추락으로 전사한 중대장 토머스 미헌 중위를 대신해 ‘브레쿠르 마뇨르’ 강습을 지휘하게 된다. 이 전투에서 그는 전술에 대한 뛰어난 이해와 과감한 결단력으로 중대 병력으로 독일군 1개 포병대대를 격퇴하는 위업을 이뤘다. 이 승리는 나아가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이라는 역사적 위업을 이뤄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렇듯 역사 속의 ‘위대한 2인자’들은 언제나 준비돼 있었다.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물론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었다. 평상시에는 ‘뛰어난 팔로어십(Followship)’으로 지휘관을 보좌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인자의 지도력과 능력을 흡수하고 내재화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지휘관의 부재’에 대비한 ‘준비된 리더십(Leadership)’을 길러왔던 것이다.

이제 나를 포함한 모든 간부는 “내가 장교로서, 간부로서 과연 어떻게 근무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넘어서서 “과연 나는 언제든지 우리 잠수함을 이끌고 임무 완수가 가능한 ‘위대한 2인자’로서 준비되어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