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신불침항모론 부상

입력 2020. 08. 03   08:12
업데이트 2020. 08. 0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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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202호(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행)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들고, 이를 본격적으로 군사기지화를 진행해 나감에 따라 불침항모론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원래 불침항모론은 일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주장한 것이었다. 냉전기인 1960년대 초 쿠바미사일 위기 이래 구(舊)소련 해군이 전세계 해양으로 급팽창하게 되자, 일본이 이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원 하 태평양에서 소련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일본열도 전체를 침몰하지 않는 거대한 해상기지(즉 불침항모)로 만들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용어이다. 불침항모란 한 마디로, 적이 점령하거나 무너뜨릴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불침항모론은 주로 군사전략적 측면에 기초한 일본의 수세적인 불침항모론과는 그 양상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다. 중국의 불침항모론은 제2차세계대전 전후질서를 부정하고,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해양패권을 추구하는 공격적 양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신불침항모론이 부상하는 의미(요인)를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은 아시아에 자국 주도의 새로운 해양질서를 세우고자 한다. 최근 급신장한 국력과 세계적 위상의 격상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 후 자국에게 주어진 해양영토와 자국에게 불리한 현존 해양질서에 대해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해양영유권 및 도서관할권과 관련하여 자주 불만을 토로할 뿐만 아니라, 베트남 및 필리핀 등 주변 연안국들과 해양영유권 분쟁을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은 불행하게도 냉전기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전쟁 와중에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의 일원으로서 누렸어야 할 당연한 권리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전후 일본으로부터 전쟁 배상과 보상을 받아야만 했으나, 동·서진영 간 이데올로기 전쟁 와중에 1970년대 미·중 및 중·일 수교 상황 때문에 이를 거론할 수 없었다. 이러한 냉전구도와 미국 등 서구 승전국들도 일본을 아태지역에서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의도 때문에 패전국인 일본에게 올바른 배상과 보상의무를 강제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대외 정치적 상황이 1980년대 개혁개방 이래 국력이 급부상한 중국에게는 불만의 씨앗이 되었다. 중국은 자국에게 불리한 이와 같은 현존 해양질서를 힘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시적으로 점유했던 모든 영토뿐만 아니라, 자국의 연안으로부터 가까운 해양을 모두 자국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소위 ‘남해구단선’을 설정하고, 특히 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 남중국해의 거의 모든 해역을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신장된 국력에 맞춰 점차 자신의 입장을 압도적인 물리적인 수단(해군 함정, 해경 함정, 해상민병정, 어선군)을 동원하여 시위하고 있다. 이로 볼 때 중국의 현존 국제질서에 대한 불만족이 신불침항모론의 가장 근원적인 부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중국의 해양에 대한 관심 고조이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육지 부존자원의 고갈문제로 인해 해양 및 해저 자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중국은 개혁개방이후 약 30년간 연평균 10%대의 성장률을 달성했고, 최근에도 7%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하자원의 부족을 인근 해역에서 해결하기 위해 해양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개방하기 이전 중국은 석유를 포함하여 각종 지하자원을 수출하던 나라였으나, 세계경제의 심장부가 되어버린 1990년대 이후 경제발전이 가속화되자 각종 자원이 더욱 부족하게 되었다. 이제 중국은 전 세계로부터 석유를 포함하여 각종 광물자원을 수입하는 국가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주변 해역에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원유 및 가스전이 발견될 경우에는 관련 당사국과 분쟁을 서슴치 않고 이를 확보하고자 한다.

셋째, 중국은 생명선인 해양교통로를 보호해야 한다. 중국은 국가의 사활이 달려있는 에너지 및 상품 수출입로를 확보해야만 한다. 중국의 에너지 수입 및 각종 원자재의 주요 수입 통로는 해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은 해외로부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포함하여 각종 원자재의 수입을 전제로 하고 있다. 중국은 안전한 해양교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원해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로 이미 세계화의 한가운데 있다. 유사시에 해로가 봉쇄된다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굴복해야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군사·전략적 목적으로 불침항모론을 구상하고 있다. 중국본토, 특히 연안에 집중돼 있는 국부(國富)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중국은 1800년대에는 바다로부터 침략하는 영국 등 서구열강들의 해군력에 의해 국토가 유린되었다. 이어 1900년대 청일전쟁과 항일전쟁 중 일본의 해군력에 의해 본토가 유린되어 다시 한 번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역사로 인해 중국은 바다로부터 오는 적은 가급적 본토로부터 멀리 떨어진 원해에서 방어하고, 더 나아가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앞에서 논의한 네 가지 요인들을 고려하여 이를 힘으로 뒷받침하기 위하여 인공섬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서사군도와 남사군도의 암초와 모래사주에 7개의 인공 섬을 조성하였다. 이 인공 섬에는 비행장 활주로와 레이더 및 미사일 기지, 대형선박이 출입할 수 있는 항만을 조성하는 등 인공섬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있으며, 군사기지화 하여 불침항모로 만들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해군력 격차가 아직도 대단히 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재래식 항모 2척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최신 제럴드 포드급 항모를 포함하여 원자력 추진식 항모 11척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항모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임을 자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다중 포석으로 중국은 인공섬을 불침항모 개념 하에 이를 군사기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섬을 조성한 후, 중국은 주변 연안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해군력을 앞세워 필리핀 및 베트남 등의 이해 당사국과의 분쟁을 서슴치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남중국해 내해화 시도는 앞으로 더 노골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에 대한 ‘인식의 고착화’ 시도를 위한 이러한 노력들이 바로 중국의 ‘신불침항모론’ 부상(浮上)의 근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과거 일본의 불침항모론이 ‘현상유지’를 택했다면, 중국의 불침항모론은 ‘현상타파’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두 개념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한국은 중국의 신불침항모론 부상에 대해 명확한 이해와 더불어 우리의 국익을 위해 능동적으로 해양력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김정현 
합동군사대학교 해군대학 교 수

약력
김정현 박사(kimjhnav@naver.com)는 해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美 웨스턴일리노이 주립대 국제정치 석사, 연세대에서 「대륙국가의 해군력 증강요인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합동군사대학교 해군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내·외 관련자료>
· Zack Cooper and Bonnie S. Glase. “WHAT OPTIONS ARE ON THE TABLE IN THE SOUTH CHINA SEA? ” War on the Rocks, July 22, 2020.
· Alexander Neill. “South China Sea: What’s China’s plan for its ‘Great Wall of Sand’?” BBC, July 14, 2020.
· Dzirhan Mahadzir. “China Pushes Back Against U.S. Statement on South China Sea Claims, ASEAN Stays Silent.” USNI, July 14, 2020.
· Ankit Panda “China Conducts Naval Drills in South China Sea.” The Diplomat, July 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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