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UH-1H 52년 영공 지키고 퇴역 국산 수리온이 뒤잇는다

입력 2020. 07. 27   13:32
업데이트 2020. 07. 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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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동안 대한민국의 하늘을 누빈 UH-1H 헬기가 27일 육군17항공단 203항공대대에서열린 퇴역식에서고별비행을 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52년 동안 대한민국의 하늘을 누빈 UH-1H 헬기가 27일 육군17항공단 203항공대대에서열린 퇴역식에서고별비행을 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Farewell, Huey!"…UH-1H 헬기, 52년간 임무 마치고 명예로운 퇴역


"비행임무 끝, 이상 무!" 비행을 마치고 조종석에서 걸어나온 조종사 신진우·서경화 육군준위가 강선영(소장) 육군항공작전사령관 겸 항공병과장에게 한 임무종료 신고를 끝으로 대한민국의 하늘을 52년간 누빈 UH-1H 휴이(Huey) 헬기가 마지막 비행을 마쳤다. 오는 31일 공식 퇴역하는 UH-1H 헬기의 빈자리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1) 등이 채운다.


"UH-1H, 가슴 속에 영원히 함께할 것"


육군은 27일 17항공단 203항공대대에서 강 사령관 주관으로 ‘UH-1H 퇴역식’을 개최했다. 


1992년부터 UH-1H 헬기 조종간을 잡은 최병철 준위가 회고사를 낭독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1992년부터 UH-1H 헬기 조종간을 잡은 최병철 준위가 회고사를 낭독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이날 행사는 UH-1H 헬기 운영 경과보고와 고별비행 및 화환 수여, 유공자 표창, 조종사 회고사, 항공병과장 기념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강 사령관은 기념사에서 "UH-1H는 육군항공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명예로운 퇴역을 하게 됐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하늘을 날던 그 당당한 모습은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랑스러운 육군항공의 역사를 만든 UH-1H와, 그와 함께했던 병과원 여러분께 진심 어린 존경과 경의를 보낸다"고 밝혔다. 


강선영(오른쪽) 육군항공작전사령관이 고별비행을 마친 조종사들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며 악수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강선영(오른쪽) 육군항공작전사령관이 고별비행을 마친 조종사들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며 악수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서욱 육군참모총장도 이날 축전을 보내 "육군을 위해 헌신해온 UH-1H의 마지막 비행과 퇴역을 축하한다"며 "그 위용은 육군 역사의 소중한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게는 30년 넘게 UH-1H 헬기와 함께해 온 조종사들도 작별인사를 전했다. 고별비행을 마친 신 준위는 "1989년부터 31년간 함께한 UH-1H는 내게 전우이자, 인생이었다"며 "지금까지 안전 비행하며 수많은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던 UH-1H에게 고맙고,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1992년부터 UH-1H 헬기의 조종간을 잡아온 최병철 준위도 회고사에서 "임무 조종사로부터 교관 조종사까지 UH-1H 항공기와 동고동락하면서 국가와 국민을 수호한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며 "UH-1H 항공기의 육군에서의 임무는 끝났지만 어딘지 모를 국토의 한편에서 조국의 안녕을 지켜보며 우뚝 서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육군17항공단 203항공대대에서 UH-1H 퇴역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육군17항공단 203항공대대에서 UH-1H 퇴역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조종원 기자


비행거리 1억4600만㎞… 대한민국 영공수호 앞장


UH-1H 헬기는 반세기 넘게 육군의 주 기동전력으로서 지휘통제, 병력·화물 수송, 전투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국토방위는 물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역할을 해왔다. 누적 비행시간은 79만2000시간, 비행거리는 1억4600만㎞로 지구와 달을 193번 왕복한 거리와 같다. 


UH-1H 헬기는 육군항공의 역사 그 자체다. 1968년 10월 UH-1D 헬기 6대로 구성된 제21기동항공중대를 창설하면서 육군은 회전익기 시대를 열었다. 1971년부터 엔진 성능을 강화하고 피토관(Pitot Tube·유속측정장치) 위치와 배기구 방향 등을 일부 변경한 UH-1H 헬기 도입이 시작됐다. 


육군은 1978년 현 항공작전사령부의 모체인 육군1항공여단을 창설하며 UH-1H 헬기가 속한 공중기동부대를 편성했다. 이를 통해 지휘체계를 일원화하고 융통성 있는 항공지원이 가능해졌다. 같은 해 1항공여단 예하 61항공단에 UH-1H 헬기만을 운용하는 202·203항공대대를 창설했으며, 1980년대에는 4개의 기동항공대를 201·204·205·206항공대대로 개편·창설해 지역별로 배치했다. 


1998년 21항공단 예하 207항공대대 창설을 끝으로 육군은 7개 대대에서 UH-1H 헬기 129대를 전력화해 운용해 왔다. UH-1H 헬기는 도입 후 다양한 훈련과 실제 작전에 투입됐다. 1968년부터 1996년까지 울진·삼척지구 작전을 비롯해 화천·대구·수원·강릉지역 작전에서도 전투병력·물자 공수, 지휘통제 등에 활용됐다. 


재해 발생 때 대민지원에서도 그 역할을 다해왔다. 1988년 7월 태풍 셀마로 인해 충청과 강원 영서지방에 큰 피해가 발생했을 때 UH-1H 헬기 60대, 500MD 헬기 9대가 출동해 강풍과 폭우 속에서도 3000여 명의 인명을 구조해 찬사를 받았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 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의료지원, 구호물자 공수 등으로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됐다. 1986년 충남·전북지역 산불, 1996년 강원 고성지역 산불 당시에도 주말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산불 진화 임무를 완수했다. 


주요 국가행사에도 UH-1H 헬기는 모습을 드러냈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성화봉송 헬기 엄호를 비롯해 항공의무후송, 대테러 대비 긴급출동 작전 대기 등의 임무를 수행했으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24시간 대기태세를 유지했다.


UH-1H 빈자리, 수리온 등이 대체


육군은 기존의 노후 헬기 운용 과정에서 지적된 탑재능력·생존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항법능력을 보강해 주·야간 전천후 작전수행이 가능한 전력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서있는 수리온 헬기는 전술 목표까지 자동비행과 야간·악천후에도 임무 수행이 가능한 자동비행조종시스템을 갖춰 안정성과 조종사의 생존성을 높였다. 미사일·레이저·레이더 경보수신기 등의 생존장비와 위성·관성항법장비(GPS·INS), 통합전자지도(IDMC)와 같은 항법장비, 전방관측적외선장비(FLIR)도 장착했다. 


수리온 헬기를 기반해 개발한 ‘메디온’ 헬기도 전력화가 진행 중이다. 메디온 헬기는 UH-1H 헬기가 수행했던 전·평시 응급구조와 환자후송을 위해 정밀항법장비와 의무장비를 보강했으며, 전방 지역 거점단위로 배치해 골든타임 내에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항공의무후송 임무를 수행한다. 강 사령관은 "UH-1H가 조국을 위해 수행한 다양한 임무는 아파치와 블랙호크, 시누크 등의 현용 전력과 전력화 중인 수리온·메디온, 개발 중인 소형무장헬기(LAH) 등이 맡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육군은 더욱 강해진 항공작전 수행능력을 토대로 미래전을 주도하고, ‘한계를 넘어서는 초일류 육군’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최형태(중령) 203항공대대장은 "수리온을 비롯한 미래 첨단전력들이 UH-1H의 조국수호 의지를 이어받아 훌륭히 임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글=최한영/사진=조종원 기자

최한영 기자 < visionch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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