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정 견장일기] 90년생들과 소통하며 피어난 꽃

입력 2020. 07. 16   15:08
업데이트 2020. 07. 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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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정육군37사단 정보통신대대·대위
백인정육군37사단 정보통신대대·대위


“나 때는 말이야~.”

부대에서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하면 Z세대 용사들은 이 사람을 ‘꼰대’라 여겨 자리를 피한다. Z세대(1990~2000년 초 출생)는 우리나라가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잘사는 국가가 되고, 경제성장이 안정화되는 시점에 태어났다. 그렇기에 그들은 기성세대의 방식인 ‘상명하복’ 문화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어땠느니 하면서 강압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방식은 더 이상 시대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먼저 자기 행실을 올바르게 가져야 한다. 자신이 올바르게 행동하면 엄명을 내리지 않아도 지시대로 들을 것이요, 자신이 부정한 행동을 하면 아무리 엄명을 내려도 듣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무열 최정예 전투원(통신팀)’ 준비를 할 때 이 구절을 생각하면서 부대원들과 협력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핵심 키워드로 그 비결을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솔선수범’이다. 당시 부대원들 입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일에 앞장섬으로써 부대원의 자발적인 동참을 유도했다. 무조건적인 지시보다는 왜 그 일을 그렇게 하는지 이유를 차근히 설명해 주고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그리고 부대원들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신뢰가 쌓여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북돋울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소통의 장’이다. 부대원을 지휘할 때, 단순 지시보다는 부대원이 자발적으로 질문하게 유도하고 올바른 대답을 해주는 것이 효과적인 지휘 방법이라 생각한다. 부대원의 질문에 난색을 표하거나 태클을 걸면 안 된다. 평가 준비 시, 부대원들이 왜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강도 높은 체력단련을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여기에 나름대로 논리적인 답변을 해 줌으로써 신뢰가 쌓였고 이러한 요소는 부대원들이 나의 지시를 믿고 따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또 부대원과 함께 ‘전술적 행동절차(통신망 구성)’를 가지고 토의를 진행하며 “무조건 1+1=2입니다”보다 “1+1=0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의견도 존중했다. 다르다고 비난하지 않고 부대원 의견을 수용함으로써 자연스러운 토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 결과 Z세대와 함께 도전하는 자체가 즐거움이 됐다.

리더십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Z세대들과 함께하려면 솔선수범, 소통의 장 또한 형성돼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나의 생각이다. 지금도 나는 배우는 단계이고 이 같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야전에서 초급 지휘관(자)들도 솔선수범과 소통을 실천한다면 어제보다 더 나은 성숙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Z세대 부대원들이 믿고 따르는 지휘관(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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