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랑’은 70년 전 선배들과 같아요”

입력 2020. 06. 18   16:33
업데이트 2020. 06. 18   17:06
0 댓글

수탁장교들 한반도 평화에 관심 많아
역사적 의미 있는 장소 가족에 소개도

 

6·25전쟁 참전·지원국에서 온 합동군사대학교 합동기본정규과정 외국군 수탁장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메멧 터키 육군소령, 로웰 필리핀 공군중령, 살람 인도네시아 해군소령. 인터뷰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했으며,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사진 제공=이동영 하사
6·25전쟁 참전·지원국에서 온 합동군사대학교 합동기본정규과정 외국군 수탁장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메멧 터키 육군소령, 로웰 필리핀 공군중령, 살람 인도네시아 해군소령. 인터뷰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했으며,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사진 제공=이동영 하사

호국보훈의 달에 만난 사람
<7> 6·25전쟁 참전·지원국…합동군사대학교 외국군 수탁장교


70년 전 발발한 6·25전쟁에는 전투지원을 비롯해 의료지원, 물자지원, 복구지원 등에 63개국이 유엔군으로 참전했다. 유엔 참전용사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기꺼이 전선에 나섰으며, 국군과 함께 목숨을 바쳐 이 땅을 지켰다. 지금의 평화와 번영은 그들의 희생과 헌신이 만들어낸 결과다. 우리 정부가 최근 6·25전쟁 유엔 참전용사들에게 마스크를 전달하며 감사를 표한 이유도 여기 있다. 단지 마스크가 아닌 마음을 전하며 오랜 우정을 나누기 위함이다.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일주일가량 앞둔 17일 합동군사대학교(합동대) 교내에서 필리핀, 터키, 인도네시아에서 온 외국군 수탁장교를 만났다. 이들은 지난해 국방어학원에서 10개월간 한국어 언어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합동대 합동기본정규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세 사람 모두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6·25 참전·지원국에서 온 현역 장교로서 누구보다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필리핀 로웰 공군중령
“한국 국민의 지속적 지원 고마워”



“자유는 결코 쉽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역사는 지금의 자유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음을 기록하고 있지요. 어렵게 달성한 이 자유를 지키고 또 미래 세대에 오롯이 전하기 위해 우리는 6·25를 기억해야 합니다.”

필리핀 로웰 공군중령은 6·25 발발 70주년을 맞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고자 목숨 바친 수많은 국군과 유엔군 용사들을 되새기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발간한 『통계로 본 6·25전쟁』에 따르면 필리핀은 전쟁 당시 연인원 기준 7420명이 참전했다. 112명이 전사했고 299명이 부상했으며 41명은 포로로 잡혔다.

로웰 중령은 “과거 사관생도 시절 군사연구의 하나로 6·25를 공부했다”며 “자유와 민주주의의 억압에 맞서 용맹함을 보여준 선배 군인들에게 존경심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와 국민이 필리핀 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점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터키 메멧 육군소령
참전용사에 마스크 전달 감동받아



옆에서 이를 듣던 터키 메멧 육군소령이 유창한 한국어로 로웰 중령의 답변을 덧붙였다. 메멧 소령은 “얼마 전 고향에 있는 동료로부터 한국 정부가 6·25에 참전한 터키 용사들에게 마스크를 전달해 사람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혈맹을 바탕으로 한 우정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6·25 70주년을 맞아 미국 등 전투지원 16개국과 의료지원 6개국 등 22개국 유엔 참전용사들에게 총 100만 장의 마스크를 전달했다. 평균 연령 88세인 이들 유엔 참전용사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바이러스에 취약한 고령이라는 점에서 마스크 지원이 절실했다.

메멧 소령은 “터키 육군대학은 6·25전쟁사를 교과과정의 하나로 다루고 있다”며 “때때로 참전용사들을 강의에 초청해 6·25 당시 상황과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터키는 전쟁 당시 2만1212명이 전투부대로 참전해 966명이 전사하고 1155명이 부상했다.


인도네시아 살람 해군소령
지난 역사 바탕으로 우호 증진 강조



인도네시아 살람 해군소령 역시 6·25와 지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양국의 우호 증진을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전쟁 당시 물자를 지원했다. 살람 소령은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최근 특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서 각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면서 “자랑스러운 공동의 역사를 밑거름으로 지역의 평화에 헌신하며 지속 발전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재발을 막고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한국의 노력에 인도네시아는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며 “이는 모든 인도네시아 국민이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2018년 자국에서 개최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의 남북단일팀 출전을 언급하며 “이 같은 노력과 결실이 계속 이어져 앞으로도 인상적인 장면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일과 후 주로 자택에 머무는 이들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국내 다른 지역을 여행하지 못하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특히 한국에 관심이 큰 가족들과 함께 입국했다는 점에서 그 아쉬움은 더욱 크다. 다행히 지난해 입국 초기에는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은 시점이어서 전쟁기념관, 경복궁, 주요 산업시설 등을 현장학습의 하나로 방문할 수 있었다.

메멧 소령은 “지난해 가족들과 함께 부산의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둘러보고 전사자 묘지에 참배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아이들에게 6·25의 역사와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의 의미를 알려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살람 소령 역시 안보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이 느꼈던 무거운 감정을 들려주며 “기회가 된다면 판문점, 임진각, 독립기념관처럼 한국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장소를 더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제주도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전부터 들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꼭 한 번 제주도, 경주, 전주 등 여러 도시를 경험하고 싶다”는 소망을 털어놨다.

지난 1월 입교한 이들은 올 연말 수료하면 모두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합동대에서 수학한 교육과정과 한국어 능력, 한국 생활에서 얻은 경험 등을 통해 양국 관계 발전에 힘쓰겠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포부다.

로웰 중령은 “특히 군인으로서 양국 군의 군사교류와 안보협력 강화에 역할을 하고 싶다”며 “양국이 더불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변함없이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뒷받침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현우 기자



※ 합동기본정규과정은?


합동군사대학교 합동기본정규과정은 합동성을 겸비한 연합·합동작전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매년 진행되고 있다. 교육생들은 약 47주에 걸쳐 학과수업을 받으며 군사 지식을 쌓고, 야전부대 체험 및 종합실습을 통해 실전적 전투감각을 체득한다. 또 다양한 주제의 심포지엄, 세미나, 강연을 통해 국제 감각을 익히고 통찰력과 창의력을 향상한다.


서현우 기자 < lgiant61@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