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선언했고, 최근엔 한정된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을 뜻하는 엔데믹(endemic)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은 전 세계를 ‘불안’하게 한다. 건강과 생명 관리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종교에 이르기까지 공통의 주 관심사가 됐다. 또 코로나19는 그에 따른 새로운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지 않으면 삶의 기반이 전반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도 가져왔다. 질병, 경제적 손실, 소중한 이들과의 분리, 소속 집단에서의 도태, 사회 경제 구조의 변화, 죽음 등 우리가 예측할 수 없고, 우리의 통제권을 벗어난 불확실함이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류가 존재하는 한 ‘불안’의 주제는 화두를 바꾸어 가며 계속 그리고 더욱 제기될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늘 불안하진 않았다. 삶에 위협이 되는 문제 상황을 개인적으로, 사회적 협력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불안을 극복해 왔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불안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개인과 사회를 발전하도록 도왔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인간은 일부러 본능적으로 불안해지고 싶어 하기보다는 평안을 추구한다. 그럼 우리는 불안한 세상에서 어떻게 평안할 수 있을까?
알랭 드 보통은 책 『불안』에서 ‘지위에 대한 불안’을 말했다. 사회 속에서 인간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지위를 잃고 분리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끼며 경쟁한다. 안타깝게도 그 가운데서 인간다움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들의 공동체에는 여러 비극이 발생한다. 알랭 드 보통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가 사용해온 해법으로 철학·예술·정치·종교 등을 예로 들면서, 인간은 다양화된 종류의 지위를 통해 공동체에 인정받고 소속되어 불안을 극복해 왔다고 한다.
특히 그는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 유럽사회 안에서 벌어져 온 인간의 사회적 소외, 인간성 상실이라는 과제를 다루면서 무신론자도 종교가 추구하는 사회적 소외 극복, 공동체 정신과 인간성 회복의 미덕을 익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실천하자고 했다. 그의 제안과 같이 자신이 수용되는 공동체를 경험한다면, 공동체로의 결속력은 엄청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한국군은 전투력을 보존해 유사시 즉각 임무수행이 가능하도록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 왔다. 이로 인해 한국군은 코로나19에 대해 전 세계 어느 곳보다 가장 안전한 지대로 관리되고 있다.
오히려 한국군의 공동체 구조는 인간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극복하는 공동체를 경험하게 할 좋은 여건이다. 장병들이 군에서 자신의 개성과 강점을 인정받고 약점까지 수용해 주는 공동체 문화를 경험한다면, 군은 사회에서 이미 깨진 공동체성과 인간성의 회복을 경험케 하는 회복공동체, 전투에 임한다 할지라도 불안과 공포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전사공동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의미 있는 인생을 설정해 가는 비전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