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 순 한주를열며] 군 기강의 확립

입력 2020. 05. 01   17:01
업데이트 2020. 05. 0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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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 순 한국국방연구원 부원장
독고 순 한국국방연구원 부원장


최근 군 기강 해이가 질타를 받고 있다. 전반적으로 군의 사건·사고 통계는 많이 감소하고 있고, 또 일정 부분 조직 기강의 문제라기보다는 명백한 개인 범죄행위인 경우도 있는데, 많은 보도에서 군 기강 해이 혹은 전투력 약화로 해석하며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우려는 대체로 그간의 병영문화 개선 활동이나 장병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불안하게 바라보았던 시선과 연계된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인권의 관점은 모든 사람이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진다는 인식체계이며 민주사회의 기본 전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는 특히 2000년대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출범 등 많은 제도적·정책적 발전을 이뤄왔으며, 우리 군도 이와 병행해 장병 인권 증진과 병영문화 개선의 큰 성취를 이어오고 있다.

군 기강 확립은 이와는 별개 차원이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서는 군의 기강, 곧 군기는 군대의 기율이며 생명과 같고, 지휘체계를 확립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일정한 방침에 일률적으로 따르게 하여 전투력을 보존·발휘하는 데 목적을 둔다고 적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기강은 조직의 목표에 개인의 목표를 정렬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일벌백계나 맹목적인 복종이 이뤄지기 어려운 지금의 사회에서 어떻게 군 기강의 확립을 이뤄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각 개인이 책임의 자각을 향상하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각 개인이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갖는 주체들로 구성돼 있다는 전제에서 변화를 이뤄가고 있다. 정책의 시차, 개인 간 격차는 있을지라도 권리와 책임이 동반 발전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위험에 빠진다.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민주군대 군인으로서 개인들이 명시적·묵시적으로 주어진 사회적·조직적 책임에 대해 늘 깨어 있으려는 태도가 지속 요청된다. 최근 우리 국민이 보여준 시민의식이야말로 활동의 자유를 보장받으면서도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데 요구되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책무를 다한 모범적 사례라 할 것이다.

조직적으로는 우리 사회 각각의 영역에서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한 인지 감수성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 성인지 감수성만이 아니라 음주운전, 갑질, 공사 구분 등 여러 영역에서도 이와 유사한 인지 감수성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일시적 일탈로 취급되던 사항이 현재는 명백한 범죄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직의 감수성을 높이는 것은 자칫 군 기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범죄로부터 서로를 지지해 예방하고 사전에 불씨가 될 요소를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규율의 내면화 과정과 기제에 대한 면밀한 탐색도 필요해 보인다. 변화된 사회에서 각 개인은 조직의 목표를 어떠한 과정을 통해 수용하고 조율해 가는지, 무엇이 이 과정을 촉진하거나 저해하는지, 장병 각각이 놓인 처지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다른 궤적을 그리는지, 좀 더 현실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발전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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