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을 받던 대학생 시절, 처음으로 헌혈을 했다. 처음 피를 뽑는다 하니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영화표를 받으려고, 말 그대로 ‘억지로’ 했다. 봉사의 마음보다는 나름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 후에는 헌혈의 집에 좀처럼 발을 들이지 않았다.
부사관으로 임관해 장기복무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시절, 다시 헌혈했다. 겁은 나지 않았지만, 부대 근처에 가까운 ‘헌혈의 집’이 없어 헌혈은 꽤 귀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봉사활동 4시간을 받으려고 역시나 ‘억지로’ 했다.
당시 여러 자격증 취득 준비로 시간이 부족하던 터라 ‘1초의 찡그림’으로 봉사활동 4시간을 받을 수 있어서 유용했다.
또 헌혈을 30회 하면 은장, 50회 하면 금장을 받는데, 두 개의 포장은 상훈 목록에 인사기변이 된다고 하여 도움이 될까 싶어 장기복무 전까지 격주로 부지런히 했다. 그렇게 헌혈을 다시 시작한 지 3년 만에 은장을 받았다. 은장을 받으니 50회도 금방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올해 100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표를 받기 위해, 장기복무를 위해 시작했던 헌혈. 겁이 나고 귀찮았던 헌혈이었다.
하지만 격주의 헌혈이 나의 삶을 전반적으로 달라지게 했다. 헌혈을 주기적으로 하기 위해 평소 건강관리는 물론, 헌혈 때문에 봉사정신과 봉사활동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다.
점차 헌혈은 격주마다 주말에 하는 내 생활방식이 되었다. 장기복무에 선발된 지금도 헌혈을 꾸준히 하고 있다. 재작년에는 병과에서 주는 봉사상을 받고 해외여행의 기회도 얻었다. 다 헌혈을 시작하고 주기적으로 실행한 덕이다.
코로나19로 전국에서 헌혈이 줄었다는 뉴스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가뜩이나 겨울이면 혈액 보유량이 적은데 말이다. 다시 한번 헌혈의 중요성을 깨닫고 많은 장병이 적극적으로 헌혈하여 본인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으면 좋겠다.
선의의 의도가 아닌 초라한 시작이어도 좋다. 헌혈은 남을 위한 나눔이기 전에 나를 변하게 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