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13만3000 그리고 나의 다짐

입력 2020. 02. 24   16:29
업데이트 2020. 02. 2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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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 현 육군대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지원중대장
김 지 현 육군대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지원중대장
“당신을 지켜주는 가장 큰 힘이자 자랑은 무엇인가요?”

누군가 내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지체 없이 ‘가족’이라고 말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가족은 가장 소중한 존재다.

그런데 아직도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조차 모르고 이별이라는 단어를 가슴으로 곱씹으며 눈물 가득한 삶을 살아오는 가족분들이 계신다.

그분들의 아픔과 상처는 개인의 사사로운 욕심에서도, 그릇되고 허황한 욕망에서도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오직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조국을 위해 따스한 가족의 품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을 떠난, 내 조국의 이름 모를 영웅들의 가족이자 친지를 조국의 품으로 보낸 용기 가득한 분들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을 맞는 해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호국 영령분들이 13만3000여 분이나 계시고 그분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유가족은 더 많다. 하루가 지나지 않아도 보고 싶고 궁금한 것이 가족인데 유가족분들은 70여 년의 세월을 기다리고 계신다. 신혼에 단꿈에 젖어있던 나이 어린 그때의 신부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여든이 넘어가시고, 효자 아들이라고 동네에 소문이 자자해 항상 입버릇처럼 아들 자랑을 하시던 부모님들은 대부분 기다림과 그리움이라는 한을 지니신 채 돌아가셨다.

지금 우리에게는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없다. 이름 모를 산하에서 조국을 지키다 흉탄에 산화하신 그분들을 단 한 분이라도 기다리고 그리워하던 가족분들과 조국의 품으로 모시는 데 나와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은 너무나 모자라고 짧기만 하다.

나는 다짐한다. 그분들을 위한 나의 한 걸음 한 걸음을 헛되이 하지 않을 것을. 내가 가족과 조국을 사랑하듯이 그분들의 사랑과 조국에 대한 충성심이 결코 가볍거나 적지 않음을 마음 깊이 새기며, 나는 오늘도 새벽 별을 바라보며 전투화 끈을 다시 한번 힘껏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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