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허점을 보여라

입력 2020. 02. 21   16:26
업데이트 2020. 02. 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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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지 철 소령 
육군학생군사학교 1교육단
정 지 철 소령 육군학생군사학교 1교육단

“지나치게 맑은 물엔 고기가 살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사람 주변에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들다는 표현이다.

위관 장교 시절 내가 모셨던 작전과장님은 정확한 일 처리와 냉정하리만큼 부하들을 엄하게 다루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어느 날, 작전과장님의 심한 꾸중에 우리 부서원들은 의욕을 잃고 업무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그때 작전과장님이 술자리를 제안했다. 얼마간 술잔을 기울인 후 과장님은 “그간 내가 너무 심했다면 이해하길 바랍니다. 이번 훈련에 여러분의 능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라면서 눈물을 보였다.

냉혈한 같았던 그의 눈물에 부서원들은 잠시 숙연해졌다. “작전과장님에게도 이런 인간적인 면이 있구나!”라고 느낀 우리는 그날 이후 밤을 새우며 일했고, 훈련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대개 독불장군형을 좋아하지 않는다. 항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것보다는 우리 작전과장님처럼 때로는 도움을 청하는 것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허점을 보이는 것이 나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타인에게 실수하지 않는 완벽함을 보이려고 애쓰기보다는 자신의 허점을 인정하고, 도움을 구해 업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모르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일이나 생활에서 완벽한 해답을 가진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자존심 때문에 종종 자신이 모든 답을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 사람에게는 어떤 사람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혼자 해결하겠지”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생각만 하게 될 뿐이다.

솔직하게 모른다고 인정하면 이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도움을 줄 사람을 소개받을 수도 있다. 모르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허황함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또한, 자신의 허점으로 인한 실수는 솔직하게 사과하는 것이 좋다. 때때로 실수로 인해 질책받을 수 있다. 이럴 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지적된 내용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려는 자세를 보여주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수 없이 처리했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로 인해 감동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점을 고치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은 성과를 얻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적을 귀담아듣고 실천했다는 데 만족감을 느낀 상대방과 더 효과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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