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주 병영칼럼] ‘다르다’와 ‘틀리다’

입력 2020. 02. 21   16:42
업데이트 2020. 02. 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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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 주 
이화여대 국어문화원 선임연구원
한 은 주 이화여대 국어문화원 선임연구원

 
공공언어의 한 부분으로 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병영 언어 예절’ 수업을 올해로 9년째 하고 있다. 어느 부대에서 한 병사가 했던 “군은 사회와 틀린가요?”라는 물음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이 질문을 이제는 필자가 자주 한다. 며칠 전에도 포천의 한 부대에서 ‘병영 언어 예절’ 강의를 할 때 이등병에게 그 질문을 했고 ‘네’라고 대답하기에 다시 물었다. “정말 틀리던가요?” 다시 한 질문에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몇 해 전 텔레비전에 모 배우의 세쌍둥이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배우의 아이들은 세쌍둥이고, 함께 나오는 다른 방송인의 아이들은 쌍둥이였다. 세쌍둥이들은 각기 다른 외모로 각각의 개성이 묻어나는 말과 행동을 해 세 명이 쌍둥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기에 더 사랑스러웠던 것 같다. 반면에 쌍둥이들은 서로의 외모가 매우 닮아 말 그대로 “쌍둥이구나. 누가 누구지?”라는 질문을 하게 했다. 그렇게 똑 닮은 모습이 또 다른 신기함도, 사랑스러움도 자아냈다. 유일하게 보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었는데 남편이 함께 보는 날에는 그 기쁨이 반감했다. “세쌍둥이인데 얼굴이 모두 틀리네.”, “세쌍둥이들은 성격도 틀리네.”

우리는 일상에서 ‘틀리다’를 종종 틀리게 쓰고 있다. ‘틀리다’는 동사로서 ‘답이 틀리다’나 ‘계산이 틀리다’처럼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의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틀리다’를 형용사처럼 취급해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와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진 데가 있다’의 의미인 ‘다르다’와 혼돈해 쓰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틀리게 쓰고 있으면 ‘우리말샘’ 사전에서도 규범표기는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라고 명시하고 있겠는가?

‘군은 사회와 틀린 것’이 아닌 그저 ‘다른 것’이다. 사회는 공동생활이 이뤄지는 집단을 일컫는 통상적인 단어이고, 그 구성원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공존하므로 이를 사회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편 군대는 사회 구성원들의 안전과 국방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것일 뿐, 군대라는 범주 안에서 서로 소통하고 공존하는 것은 여느 사회의 모습과 다름이 없다.

‘다르다’는 ‘서로 같지 않다’는 것으로 반대말이 ‘같다’인 것을 보면 옳고 그름에서 그름을 의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틀리다’는 ‘문제의 답이 틀렸어’처럼 쓰고 반대말이 ‘맞다’인 것을 보면 잘못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언어는 단어 하나도 정확하게 써야 한다. 또한 권위적이거나 차별적인 표현은 삼가야 한다.

‘다르다’를 써야 할 곳에 ‘틀리다’를 쓰는 우리는 어쩌면 상대가 나와 같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를 무엇인가 틀렸음을 지적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맞은 나는 권위적이며 틀린 상대는 차별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새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군은 사회와 틀리다고 답한 병사에게 말해 본다. “군은 사회와 다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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