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국방광장] 평상시 ‘예의’와 유사시 ‘위력’이 있는 부대

입력 2020. 02. 20   16:27
업데이트 2020. 02. 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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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합동군사대학교 합참대학 합동전략교수
김희수 합동군사대학교 합참대학 합동전략교수

병법서 중에 『오자병법』은 『손자병법』보다 정교함이 떨어지고 문체가 거칠지만, 안목이 높고 특히 인간에 대한 통찰 면에서 뛰어난 책으로 평가된다. 『오자병법』 제3편 ‘치병(治兵)’ 편은 군대를 정돈하고 강한 군대를 육성하는 방법을 논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강한 부대를 육성하는 방법으로 ‘평상시 예의’와 ‘유사시 위력’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조화로워야 함을 제시한다.

첫째, 평상시 예의가 있어야 한다. 평상시는 흔히 보통 때, 평소를 말하는데 이때는 항상 예의가 있어야 한다. 예의는 사회생활 및 사람과의 관계에서 예로써 공손하게 나타내는 말투나 몸가짐을 의미한다. 예의는 형식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평소 상하 간 관계가 뚜렷하고 내부기강이 정립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되는 집안은 가풍이 다르듯이 되는 부대 역시 부대 기풍이 다르다. 부대원들 모두가 군인 기본자세를 갖추고 언행에서 예도와 절도가 있어야 한다. 특히 초급간부와 용사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군림하지 않고 헌신과 보살피는 마음이 드러나야 한다.

둘째, 유사시 위력이 있어야 한다. 유사시는 평상시와 반대되는 말로 비상시라고 할 수 있다. 급하거나 비상한 일이 일어날 때는 위력이 있어야 한다. 위력이란 상대를 압도할 만큼 강력한 힘을 의미한다. 무력을 행사하는 군대는 움직일 때 강대한 힘이 있어야 한다. 군의 존재 목적은 전쟁을 억제하거나 억제 실패 시 승리하는 것이다. 전쟁에 대비하지 않거나 전쟁에서 이길 힘이 없는 군대는 존재 가치가 없다. 유약한 군대는 전쟁을 억제하거나 승리할 수 없지만, 힘이 느껴지는 군대는 적들이 쉽게 덤벼들지 못하고 전장에서 쉽게 지지 않는다. 유사시 위력을 갖추려면 평소에 전기·전술을 연마하고,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하며, 훈련이 돼 있어야만 가능하다.

셋째, 평상시와 유사시를 구분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유사시와 평상시를 구분할 때 흔히 전시와 평시로 구분해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이 없는 상태를 모두 평상시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평시에도 긴장하고 있으면서 위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지도발이나 위기가 고조돼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할 때 혹은 훈련에 임할 때다. 부대는 긴장과 이완, 머물러 있을 때와 움직일 때를 구분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군대를 정돈하고 강한 군대를 육성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승리의 관건은 “평상시 예의가 있고, 유사시 위력이 있는 군대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장수는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하며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사랑과 위엄, 공경과 순종이 교차하는 인간적인 친화가 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부대원은 부대가 머물러 있는지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고, 항상 서로 존중·배려하되 움직일 때는 추상같은 힘을 발휘해야 한다. 예의와 위력을 갖춤으로써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군대, 적들에게 위협적이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군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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