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종교와 삶] 손 안 트는 비결

입력 2020. 01. 14   16:20
업데이트 2020. 01. 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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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 우 
육군본부 군종실장·대령·법사
이 정 우 육군본부 군종실장·대령·법사

『장자(莊子)』의 <소요유 편>에는 ‘손 안 트는 비결’이라고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옛 중국 송나라에 어떤 비방약을 사용하는 일가족이 있었는데 그 약을 겨울철에 발라주면 피부가 트지 않고 동상에 쉽게 걸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집안은 대대로 겨울철에도 옷감을 빠는 일을 생계로 삼아 부족하지 않게 살았습니다.

어느 날 전국을 다니며 행상을 하던 어떤 이가 이 약에 관한 소문을 듣고 엄청난 돈을 주고 그 비법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 행상인은 옆 오나라의 왕을 찾아가 이 비방약을 바치고는 군사상 전략적 비법으로 쓰도록 조언했습니다. 이 비방약을 얻은 오왕은 한겨울에 월나라를 공격해서 큰 승리를 거뒀습니다. 오나라가 승리하자 그 비방약을 바치고 조언했던 행상인은 큰 공신이 되어 많은 땅과 관직을 받아 자손 대대로 잘살게 됐습니다.

같은 비방약이면서도 어떤 이는 그것으로 겨우 무명천을 빨아 세탁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어떤 이는 땅도 관직도 얻어 자손 대대로 부유하고 명예롭게 살게 됐다는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어진 이 일생을 그냥그냥 살아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려운 고비들을 지혜롭게 극복하며 역사에 남을 위인이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2020년에도 우리에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라는 자기 인생을 멋지게 펼칠 수 있는 아주 기막힌 비방약이 주어졌습니다. 우리는 과연 이 비방약 선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더 지혜로울까요?

기원전 3세기경 인도의 아소카 왕은 98명의 이복형제와 그 권속을 모두 죽이고 왕이 된 잔혹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죽이지 않은 형제는 친동생 ‘비타쇼카’와 스님이 된 ‘띳샤’뿐이었습니다. 후에 불교에 귀의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아소카 왕은 친동생 비타쇼카가 백수 생활을 하며 빈둥거리는 모습을 보고 꾀를 하나 냈습니다. 어느 날, 왕만 입을 수 있는 휘장 달린 옷가지들을 눈에 띄게 두고 외출했습니다. 그날도 하염없이 궁전을 거닐던 비타쇼카는 신하의 계획된 꼬임에 그 옷을 한 번 걸쳐보는 순간, 환궁하는 아소카 왕과 마주쳤습니다. 당장 반역죄로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친동생이라 왕은 그에게 7일 동안 왕의 권한을 한 번 누려보라는 은총을 주었습니다. 7일이 지나 왕은 그동안 왕권을 얼마나 잘 즐겼는지 물었습니다. 비타쇼카는 곧 죽어야 하는데 어떻게 마음 놓고 즐길 수 있었겠냐고 항변했습니다. 그러자 아소카 왕은 크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제야 깨달았구나. 비타쇼카! 7일 후든, 7년 후든, 70년 후든 너는 반드시 죽게 돼 있다. 누구든 언젠가 자신이 죽으리라는 것을 안다면, 그 어떤 쾌락이 그를 방황케 하겠는가?”

2020년, 올해의 마지막 날도 반드시 돌아옵니다. 위 예화를 다시 한번 떠올리며 우리에게 주어진 비방약인 이 귀중한 ‘하루하루, 한 해, 군 복무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이 귀중한 인생을 낭비하거나 방황하지 않고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눈 푸른 장병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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