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문화산책] 광고에 담긴 세상

입력 2019. 10. 17   16:15
업데이트 2019. 10. 17   16:25
0 댓글


최 기 영 
피알비즈 본부장
최 기 영 피알비즈 본부장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라는 광고 문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 장병들 세대에서는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이나 기성세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한 1990년대를 풍미했던 한 보일러 회사의 유명한 광고 문구다. 이후 정치·사회·방송 등에서 숱하게 패러디되며 회자했다. 옴니버스 드라마 같은 짧은 광고였지만 정치나 사회문화적인 격동기였던 당시, 시골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가 배어있던 그 광고는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 2000년대 한 신용카드회사의 광고 문구다. 당시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에 놓이며 온 나라가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었다. 기업의 파산이 이어졌고 당연히 살림살이도 큰 타격을 받으며 사회적인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이 카피가 나왔고 당시 누구를 만나든 유행처럼 그리고 덕담처럼 ‘부자 되세요’라는 말을 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했다.

2010년도에 들어서며 주요 대상으로 등장한 소비자층이 바로 1인 가구다. 그리고 가부장적이던 남자들의 역할도 많은 변화를 맞았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요리사!” 같은 카피가 등장하며 집에서도 쉽고 간편하지만 맛있게 해먹을 수 있는 음식 광고가 많이 등장했다. 항상 주방에 있는 여성 모델 대신 남자가 요리하는 모습이 이제는 대세가 됐다.

요즘의 광고는 어떨까? 한 보험사의 광고가 나의 눈에 띄었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했다고 하고, 아르바이트 학생 같은 앳된 젊은 여성은 그 카페의 주인이다. 손자를 보러 갔다 오는 줄 알았던 할머니는 면접을 보고 왔다고 한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사회는 노령화되고 있고 젊은 세대는 취업과 결혼 등 고민이 많다. 그러나 그들은 거스를 수 없는 주요 소구(訴求) 대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업은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광고를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세상도 변했지만, 광고 채널도 참으로 다양해졌다. 필자가 처음 기업 홍보팀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만 해도 광고 전략이라는 것은 지금 생각하면 참 단순했다. 시청률 높은 TV 프로그램 바로 앞뒤, 그리고 발행 부수 많은 주요 신문 광고 지면을 확보하는 것이 지상 과제였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전은 그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요즘 시대에 본방송 사수는 크게 의미가 없다. 언제든 자신이 편한 시간에 인터넷·스마트폰·IPTV 등을 통해 보면 된다. 그래서 다양한 수요층과 직접 소통하며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채널을 찾아 효과적인 방식의 광고 홍보 기법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 장병들이 어떤 채널을 많이 이용하고 있고, 어떤 방식의 광고가 뇌리에 남아있을지 궁금하다. 어느새 나는 보일러나 카드사 광고 문구를 아직도 이야기하고 있는 구닥다리가 되어버렸지만, 세상을 담은 기발한 광고와 카피를 접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고 재미가 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