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속 반잠수정…탐지·격멸 완벽한 훈련

입력 2019. 08. 16   17:34
업데이트 2019. 08. 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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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9사단 ‘야간 해안침투 대비 FTX’ 훈련 현장을 가다


TOD 송출영상 통해 미상 선박 식별
매복지 투입 동시에 기동타격대 출동
수리온·해군 링스 헬기 상공서 지원
도주하던 반잠수정 항공전력이 격침
육상 침투조도 접안예상지서 일망타진


지난 14일 밤 경남 거제도 서이말등대 일대에서 진행된 육군39사단 독수리연대의 ‘야간 해안침투 대비 FTX’ 훈련에서 거제대대 레이더기지 MG-50 운용 장병들이 수리온 헬기가 투하한 조명탄 2발로 시야가 확보된 가운데 다가오는 적을 격멸할 준비를 하고 있다.   거제=양동욱 기자
지난 14일 밤 경남 거제도 서이말등대 일대에서 진행된 육군39사단 독수리연대의 ‘야간 해안침투 대비 FTX’ 훈련에서 거제대대 레이더기지 MG-50 운용 장병들이 수리온 헬기가 투하한 조명탄 2발로 시야가 확보된 가운데 다가오는 적을 격멸할 준비를 하고 있다. 거제=양동욱 기자


지난 14일 밤 8시, 거제 앞바다가 완전히 어둠에 잠겼다. 풀벌레 소리 말고는 모두가 잠든 듯 고요한 그곳에서 깨어있는 것은 오직 육군39사단 독수리연대 거제대대의 한 레이더 기지뿐. 장병들은 기지 통합상황실에서 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가 송출하는 영상을 날카롭게 주시하고 있었다. 레이더 스크린에는 인근 해역에 있는 선박들을 나타내는 수십 개의 점이 반짝였고, TOD 스크린에는 높이 2~3m의 검은 파도가 조용히 일렁였다.

“기지장님께 보고! 서이말 동쪽 ○○해리 신원 미상 선박 식별!” 레이더 감시병의 긴급한 외침이 통합상황실의 정적을 깼다. ‘야간 해안침투 대비 FTX’ 훈련의 시작이었다.

보고를 받은 최경호(준위) 기지장은 즉시 사단과 해군·해경 등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파했다. 레이더가 포착한 미상 선박은 변침·변속하며 일반 어선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상황실은 적의 반잠수정 침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렸다. 높은 파고 탓에 미상 선박이 레이더 스크린에서 포착과 소실을 반복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신원 미상 선박 ○○방향으로 급속히 접근 중!” 잠시 소실됐던 미상 선박이 다시 나타나 해안선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이에 따라 해상 경계태세가 한층 격상됐다. 접안예상지역 일대 초소에서는 장병들을 매복지에 투입하고, 기동타격대를 해안선으로 출동시켰다. 레이더 기지의 경계태세도 강화됐다. 제논탐조등이 바다 위에 빛기둥을 비추며 침투세력 수색에 들어갔고, 기지 옥상에 배치된 MG-50 역시 발견된 적을 향해 불을 뿜을 준비를 마쳤다.

“반잠수정에서 일부 인원 이탈!” TOD 감시병의 세 번째 긴급 상황보고였다. 세 명의 침투조가 반잠수정에서 이탈해 수영침투를 시작한 것. 임무를 마친 반잠수정은 기동 방향을 바꿔 고속으로 도주했다. 최 기지장의 지시에 따라 TOD반은 침투조가 이탈한 방향으로 TOD를 고정, 집중 감시에 들어갔다.

“두두두두!” 그때, 요란한 프로펠러 회전음이 울리며 육군 수리온, 해군 링스헬기 등 항공전력의 도착을 알렸다. 출동한 헬기들이 해상 상공을 선회하며 반잠수정 수색·격멸작전을 지원했다. 이후 수 분간 수색작전이 계속됐지만, 칠흑처럼 어두운 망망대해에 몸을 숨긴 적은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위기감이 증폭되던 그 순간, 수리온 헬기가 조명탄 2발을 바다 위로 쏘아 올렸다. 덕분에 어두웠던 바다가 순간적으로 대낮처럼 환해졌다. 시야가 확보되자 수색작전도 활기를 되찾았고 TOD반이 반잠수정의 위치를 포착해냈다. 곧이어 도주하던 반잠수정이 좌표 정보를 전달받은 항공전력에 의해 격멸됐다는 보고가 상황실에 전파됐다. 장병들의 환호 속에 접안예상지역에서도 희소식이 이어졌다. 매복조와 기동타격대 장병들이 부둣가 일대에서 검은 잠수복을 입고 육상으로 침투하던 적들을 발견해 일망타진했다는 보고였다.

독수리연대는 이날 경남 거제도 서이말등대 일대에서 ‘야간 해안침투 대비 FTX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의 목적은 전방위 위협을 고려한 가운데 감시장비의 탐지능력을 검증하고, 적 해안침투 상황에서 작전지역 내 유관기관의 합동작전 수행능력을 배양하는 것. 해군진해기지사령부·통영해양경찰 등이 이번 훈련을 지원해 연대와 협조체계를 점검하고 해안감시 및 경계작전 능력을 강화했다.

훈련을 현장 지휘한 김동진(중령) 거제대대장은 “이번 훈련을 통해 지금 당장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의 자산과 역량, 유관기관과의 협조체계를 실전적으로 점검할 수 있었다”며 “한 사람이 길목만 잘 지키면 천 명의 적도 두렵게 할 수 있다는 말처럼, 철통같은 해상 감시태세를 유지해 그 어떤 전방위 위협도 반드시 포착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제=김상윤 기자 ksy0609@dema.mil.kr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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