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범 병영칼럼] ‘NBA 출신’ 감독이 NBA팀에 적은 이유

입력 2019. 08. 14   16:45
업데이트 2019. 08. 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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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범 점프볼 편집장·KBS 해설위원
손대범 점프볼 편집장·KBS 해설위원


미국프로농구(NBA) 30개 구단 감독 리스트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알 수 있다. NBA 선수를 경험해본 감독이 겨우 7명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주전급은 닥 리버스(LA 클리퍼스 감독), 네이트 맥밀런(인디애나 감독) 정도였다.

심지어 오클라호마시티의 빌리 도너번 감독은 겨우 한 시즌 뛰고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가 은퇴했다. 릭 칼라일(댈러스), 스티브 커(골든스테이트), 몬티 윌리엄스(피닉스), 스캇 브룩스(워싱턴)도 각자 장점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절대 대체불가’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나머지 23명은 어떨까? 대부분 프로 문턱도 가지 못해 말단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시즌 토론토 랩터스의 NBA 우승을 이끌었던 닉 널스 감독도 졸업 후 20년 넘는 무명 생활을 견뎠고, 2018-2019 시즌 감독상 수상자 마이크 부덴홀저(밀워키)도 비슷했다.

NBA에는 이처럼 NBA 선수 이력이 한 줄도 없는 인물들이 감독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10명 이상이 NBA 선수 출신이었지만 이제는 단 7명이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과연 자존심 강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고액 연봉 스타들이 득실한 NBA에서, ‘NBA 출신’이 아닌 이들이 감독으로 중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콧대 높은 스타들의 존중을 이끌어 내는 것일까?

그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 측은지심(惻隱之心)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농구’의 전문성과 함께 리더로서의 공감 능력을 입증받은 것이다. 정작 선수들은 눈앞의 슬럼프·부상 때문에 고민이 생겨 조언을 구했는데 “시간이 다 해결해준다”, “겪어봤지만 별로 힘들지 않더라”, “네 노력이 부족하다”라는 식으로 답변한다면 선수들은 더 이상 그에게 마음을 털어놓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은 현실적인 가이드를 바란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신들 눈높이에서, 자신들의 입장에서 대화해주길 원한다. 앞서 언급한 닉 널스와 마이크 부덴홀저가 그런 타입이다. 스타들만큼 농구를 잘해본 적이 없기에, 농구로 고민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고,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한다. 또 부족했던 커리어를 메우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온 만큼, 덜 추상적이다.

반면 실패한 스타 출신들은 이런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왜 못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식으로 접근했다가 낭패를 보는 것이다. 필자 역시 취재해오면서 이런 시행착오를 겪는 스타 출신 감독들을 많이 봐왔다. 심지어 마이클 조던조차도 구단주가 된 뒤 선수들에게 “왜 이걸 못 하느냐”며 다그친 적이 있다. 어디까지나 ‘조던이니까’ 쉽게 했을 동작인데 말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NBA는 감독의 제1조건으로 공감과 소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농구감독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좋은 팀장, 선배가 되기 위한 첫 스텝과도 일치한다. 어쩌면 그들이 원하는 답은 ‘힘들었겠구나. 내가 도와줄게’라는 가벼운 한마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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