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한주를열며] 백마 타고 오는 초인

입력 2019. 08. 02   15:17
업데이트 2019. 08. 0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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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교수

상명대학교 공공인재학부


얼마 전 국방일보(7월 29일 자)에서 반가운 기사를 읽었다. 장병 개개인의 선호를 고려해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을 반영한, 품질이 대폭 개선된 안경이 전군에 보급돼 5일부터 장병들이 취향에 따라 안경을 선택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보급 안경이 작은 물품이지만 장병들이 원하는 모양과 기능이 있고, 각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니 기존 보급 안경을 선호하지 않았던 저시력 장병들의 호응과 만족이 눈에 선하다.

사안이 크든 작든 현재보다 달라진 더 좋은 세상을 꿈꾸는 희망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고민하고 상상하고 고안하는 것이 아닐까. 철학자 오즈베컨(Ozbekhan)은 1968년 이탈리아의 벨라지오에서 발표한 ‘계획의 일반 이론을 향하여’라는 논문에서 기획은 존재하지 않는 것, 결코 존재할 수 없는 것을 취급한다고 천명하면서 세상의 수많은 기획가에게 사고하고 상상하고 사색할 것을 주문했다.

보급 안경의 변화는 이를 담당하는 기획자의 고민과 사색과 상상으로 실현됐을 것이다. 표준화된 안경 보급에서 장병 선호에 기초한, 다양하고 차별화된 품질 개선 안경 보급 노력에서 국방부 기획자의 진정한 사색과 상상을 확인하게 된다.

경영학자 로저 마틴(Roger L. Martin)은 분석과 직관의 통합적 사고방법을 생각의 최고 지점이라고 얘기하면서 모든 혁신은 분석과 직관이라는 두 가지 사고방식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고 한다. 기존 통념과 다른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문제의 핵심을 찾아냄으로써 새로운 대안이 도출된다는 것이다.

육군군수사령부 의무과는 영상매체의 발달과 컴퓨터·스마트폰의 사용 증가 등으로 장병들의 안경 착용이 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신세대인 장병들의 선호도와 트렌드를 반영한 개인 취향 지향의 맞춤형 안경 보급에 노력했다.

저시력 장병들의 증가와 그들의 취향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상상한 결과,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시대의 변화와 추세를 분석하고 반영하면서 문제를 확인하고, 장병들의 취향을 고려하는 분석과 직관의 통합적 사고방법이 작동하면서 새로운 대안의 도출과 실현으로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과연 꿈꾸고 상상하면 더 나은 세상이 열릴까. 사람들은 누군가를 위해 그런 노력을 할까. 사람들의 마음을 만족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필자는 품질개선 안경 보급 사례에서 희망을 본다. 진정으로 상대의 입장을 살펴보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면 새로운 발상에 직면하지 않을까. 새로운 시도를 주저함 없이 실천에 옮기는 용기가 동반되면 더 나은 세상으로의 이동은 시작될 것이다. 사소함일지라도 소홀함 없이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고, 상대를 위해 더 섬세하게 개선하려고 노력할 때 감동이 밀려올 것이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역사 속의 등장인물만은 아니다. 장병 곁에서 국방정책과 국방서비스를 고민하고 상상하는 기획자가 우리 시대의 초인이다. 장병들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 그것은 신뢰로 이어져 강한 국방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믿기에 더 많은,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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