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민 국방광장] “공포를 극복하는 순간, 나는 적에게 공포가 된다”

입력 2019. 07. 24   16:03
업데이트 2019. 07. 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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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형 민 해군잠수함사령부 정보참모실·중령
최 형 민 해군잠수함사령부 정보참모실·중령

나는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정상에 올랐고 아덴만과 전 세계를 항해한 해군 정보장교다. 수상함을 타고 바다 위를 달렸으며, P-3C 탑승 체험을 통해 하늘 위를 누볐다. 그리고 마침내 최근 잠수함 승조 체험을 통해 수중까지 경험함으로써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완성했다. 책과 문서로만 세상을 분석하는 부엉이가 아닌,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한 ‘미네르바의 부엉이’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잠수함 승조 체험을 앞두고 다른 함정·항공기 탑승 체험 때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이 느껴졌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쿠르스크’의 잔상이 남아 있던 나는 승함하자마자 비상시를 대비한 훈련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이것은 잠수함사령부에 근무하면서도 정작 우리 해군 잠수함을 너무도 몰랐던 나의 우문이었다.

잠수함 출항 전 모든 승조원이 수백 종에 이르는 장비와 센서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하고, 승조원들 간에도 상호점검을 통해 완벽한 출항 준비를 한다. 임무를 마치고 진해로 복귀해 홋줄을 거는 순간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각자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승조원들을 보면서, 우리 잠수함 부대가 지난 20여 년간 무사고 안전 항해 기록을 달성한 것이 단순히 장비가 좋아서가 아닌 승조원들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승조 체험을 하는 동안 수상함에 있지만 잠수함에는 없는 3가지를 알게 됐다.

첫 번째, 여군이다.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는 여군도 승조하나, 아직 우리 해군의 정책 및 근무 여건상 여군의 잠수함 근무가 어렵다.

두 번째는 수병이다. 무기체계 특성상 수많은 장비와 체계, 그리고 상황조치능력을 갖춰야 하므로 장기간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모두 부사관 이상 간부들로만 구성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세 번째 함장석이다. 모든 수상함에는 함교와 전투정보실까지 함장 지휘권의 상징인 함장석이 별도로 있다. 그 자리는 함장 아닌 그 누구도 앉을 수 없다. 그런데 잠수함에서는 함장석을 볼 수 없었다. 승조 체험을 하는 동안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수상함의 함장은 함의 각 부서가 독자적으로 움직여 함장의 위치로 정보가 모이는 시스템인데 반해, 잠수함은 그 자체가 하나의 유기체로서 모든 승조원이 하나가 돼 움직이므로 함장은 함수에서부터 함미까지 모든 곳에 위치해 승조원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이천함 승조 체험을 통해 잠수함 승조원들이 국가 해양수호라는 중대한 임무를 위해 바닷속 깊은 곳에서 ‘공포’를 극복함으로써 최고의 전략무기인 잠수함 승조원으로서 적에게 최대의 ‘공포’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마지막으로 1999년 이천함이 서태평양훈련에서 미 해군으로부터 받았던 찬사를 외쳐본다. One Shot! One Hit! One S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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