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가치를 통해 군의 정체성을 확립하자

입력 2019. 07. 19   17:26
업데이트 2019. 07. 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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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봉 (예) 공군준장

연세대 항공전략연구원 부원장

우리 군은 지금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으로 특징지어지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병력 중심의 국방인력구조를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정예화된 군으로 발전시킨다는 개념이다. 무기체계가 아무리 과학화·첨단화되더라도 군의 기본임무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를 운용하는 전투요원들의 전문성과 정신전력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필자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현재의 전환기적 안보상황과 미래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군에 요구되는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하기 위해 국군의 가치관에 관해 얘기하고자 한다. 

가치관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삶이나 어떤 대상에 대해 무엇이 좋고, 옳고, 바람직한지를 판단하는 관점을 말한다. 즉, 가치관이란 쉽게 말해 옳은 것, 바람직한 것, 해야 할 것 또는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에 관한 일반적인 생각으로서, 개인이나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와 조직구성원으로서 최선이라 생각하는 윤리적 원칙이자 공통 가치로 판단과 행동의 기준이 된다.

일찍이 우리 군은 자군(自軍)의 특성에 맞는 핵심가치를 정립해 시행하고 있다. 육군은 전군에서 가장 이른 2002년 ‘충성·용기·책임·존중·창의’라는 5대 핵심가치를 제정했다. 이후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가치 기반의 전사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 핵심가치를 재정립하고 있다. 해군은 ‘명예·헌신·용기’를, 공군은 ‘도전·헌신·전문성·팀워크’를 핵심가치로 각각 정립하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정립된 핵심가치는 없으나, 지난해 9월 21일 정경두 장관이 취임사에서 밝힌 ‘청정국방’, 즉 청렴한 국방, 정직하고 정의로운 국방, 국민을 위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으며 사기충천한 국방, 방위태세를 완벽히 구축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국방을 표방하고 있다.

따라서 차제에 대한민국 국군의 올바른 윤리의식을 확립하고 무형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군의 핵심가치를 정립해 시행하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필자가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연구한 『군사기본교리(안)』에 국군에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고, 전장에서 승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군의 조직 및 구성원에게 필요한 윤리와 가치 기준을 정립할 것을 제안했으나, 이후 교리화 과정에서 삭제됐다. 이제라도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민의 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군의 윤리 및 핵심가치를 정립해 가치기반의 전사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군의 기본임무는 전시든 평화 시기이든 변함이 없다. 군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이 국민의 군대로서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군에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결기를 견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방부 차원의 핵심가치를 정립해 시행함으로써 엄정한 군의 기강을 확립하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사기충천한 군 문화를 창달함은 물론, 국민교육의 장으로서 건전한 민주시민 정신을 함양하는 데에도 기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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