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갈등, 변화와 우여곡절 가득한…戰爭

입력 2019. 06. 19   15:58
업데이트 2019. 06. 1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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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클라우제비츠 『전쟁론』으로 살펴보는 협상과 전쟁의 승리비법



전쟁은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역사의 현장이다. 전쟁은 협상판처럼 늘 긴장과 갈등, 변화와 우여곡절로 가득하고, 승패에 따라 그 운명이 천지 차이로 바뀌게 된다. 국가 간 전쟁이나 기업 간 경쟁에서 승리하면 번영과 발전이 보장되지만, 패배하면 망국과 쇠퇴, 퇴조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승리 전략을 담고 있는 병서와 전략지침서들은 국운을 좌우하는 중대한 역할을 해왔다.
동양에서는 명전략가 손자의 『손자병법』이 최고의 병서로 꼽히면서 서양에서도 필독서로 꼽히지만, 서양에서는 프로이센의 장군이자 군사 개혁가였던 클라우제비츠가 전쟁에 관해 쓴 불멸의 고전 『전쟁론』이 최고의 병서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귀족 가문 출신의 프로이센 장교로서 철학교육을 받았고, 적국인 프랑스와 싸우기 위해 자신의 나라를 떠나는 위험을 무릅쓰곤 했던 군인이었다.

직접적인 외교적 조정보다는 애국적인 면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인민 징병제에 기초해 큰 조직의 군대로 발전할 것을 창안함으로써 프로이센 군대가 민족 군대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러시아라는 4대 강국의 틈바구니에 놓인 프로이센의 선택을 고민하면서, 유럽 4강 구도 속에서 중심축 역할을 함으로써 유럽 전체의 세력균형을 통한 평화를 만들어 내는 데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12세 입대해 51세 사망 때까지 군인의 길 충실

그는 부르크의 라틴어 학교에서 학교 교육을 마친 뒤 12세에 입대했다. 13세에 마인츠에서 처음 전투를 경험했고, 라인강 전투에 참전하기도 했다. 그의 부대가 노이루핀으로 이동해 진주한 5년여 동안 프랑스혁명·군대·정치에 관한 책을 읽고, 논리와 윤리에 관한 강의를 들으며 지적 역량을 넓혀나갔다. 1804년 베를린의 군사학교를 수석 졸업한 그는 1806년 아우구스트 왕자의 부관으로 예나와 아우어슈테트 전투에 참전했다가 프랑스군의 포로가 되었다. 1807년 프로이센으로 돌아와 저술활동을 한 그는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후 3년 동안 그나이제나우의 참모장으로 코블렌츠에서 근무했다. 이어 1818년부터 12년 동안 베를린의 일반 군사학교의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의 전쟁사와 전쟁 이론을 집대성해 『전쟁론』을 집필했다. 정신적인 고통에 따른 신경쇠약과 1831년의 콜레라로 51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의 묘비명은 “쓰라린 죽음도 사랑을 떼어 놓지 못한다(Amara Mors Amorem non separat)”였다.

  
“전쟁은 정치의 수단…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선”

그는 가능한 한 전쟁을 하지 않고 승리하는 외교와 협상의 힘을 매우 중시해 전쟁회피론을 설파하곤 했다. 입장이 상반된 상대방마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정치적 목적, 그 목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만 움직이는 극도로 절제된 군사행동, 최대한 전쟁을 회피하되 싸울 때는 단호한 작전의 구사, 강력한 적군과 만났을 때 벌이는 끊임없는 지연작전, 보복이나 모욕 등 상대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언행 자제 등의 개념은 그가 중시한 협상과 조정의 미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전쟁론』에서 “정치는 전쟁을 수단으로 쓴다. 그래서 정치는 전쟁의 성질에서 나오는 모든 엄밀한 결론에서 벗어나고, 전쟁이 끝난 먼 장래에 일어날 수 있는 것에 대해 별로 묻지 않고, 단지 바로 다음에 일어나는 것의 개연성을 충실히 따른다. 이 때문에 모든 행동에 심한 불확실성이 생긴다. 그래서 전쟁이 일종의 도박이 되면, 모든 정부의 정치는 이 도박에서 노련함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적보다 나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고 정치와 전쟁의 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전쟁에 대해 “전쟁은 결코 심심풀이가 아니고, 모험과 승리를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며, 또 무책임한 광신주의자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중요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전쟁이 우연성의 게임과 같은 색채를 띤다든지, 변화무쌍한 열정·용기·상상·열광 등을 수반하는 것은 다만 전쟁 수단의 특성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복잡한 정치적 성격을 가진 전쟁에 신중할 것을 주장했다. 탁월하고 압도적인 군사력과 함께 협상력·조정력을 갖춘 그의 심오한 전쟁론과 전략·전술은 현대정치와 현대전에서도 성공과 승리를 부르는 중요한 실전지침으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 협상 성공법     

유리한 협상판을 만드는 5가지 필수요소


협상장에 나설 때는 먼저 협상판을 잘 설계해 성공에 이르는 과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에 나서는 이들이 적절한 기대를 하고 적절한 과정에 따라 적절한 이슈를 다뤄야 하며, 협상이 결렬될 때를 대비한 적절한 대안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적절한 당사자들을 적절한 순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계마다 ‘적절함’을 잘 조절해 협상의 성공을 끌어내야 한다. 협상판이 잘못 구성될 경우 협상을 꼬이게 하거나 망칠 수 있으므로 협상전의 배열, 협상의 진행규칙을 주의를 기울여 끌고 나가야 한다. 하버드 대학에서 ‘하버드 협상 라운드테이블’을 설립해 협상기법과 협상사례를 가르쳤던 데이비드 렉스 박사는 협상판을 유리하게 만드는 5가지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 잠재적으로 유리한 요인들을 폭넓게 살펴보라. 현재 구도를 고정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2. 성공을 끌어낼 가장 유망한 협상 범위와 순서, 기본 프로세스를 상상하라.

3. 가장 유망한 구도에 이르는 최선의 경로를 찾기 위해 이상적인 구도에서 현재 구도에 이르는 역순으로 지도화(地圖化)하라.

4. 파이를 키울 잠재력을 지닌 이슈와 당사자를 포함하라. 가능하다면 단순한 파이 나누기 싸움은 피하라.

5. 잠재적인 ‘승리연합’의 구성원들이 참여하는지를 확인하는 한편 당신이 정한 구도가 잠재적 방해자들의 힘을 강화하지 않는지도 확인하라.


<김홍국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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