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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완전하게 -‘화살머리고지 지뢰제거작전’ 현장에서

기사입력 2019. 06. 18   15:24 입력 2019. 06. 18   15: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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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대 중령 육군6공병여단

오늘도 어김없이 작전이 종료되는 시간이 되면 화살머리고지 중간을 관통하는 시원한 골바람이 분다. 20㎏에 달하는 보호헬멧과 지뢰보호의, 지뢰전투화를 신고 미확인 지뢰지대에서 사투를 벌인 부대원들의 땀과 피로를 한순간 풀어주는 고마운 바람이다.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한 발굴 여건 조성 작전을 진행하라는 임무를 받고 부대원들과 함께 3월경 선발대로 투입돼 지난 4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작전을 수행한 지 70여 일이 흘렀다. 벌써 세 번째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그사이 우리 6공병여단은 5사단 공병대대 전우들과 함께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지뢰 250여 발을 포함한 불발탄 3000여 발 이상을 회수했다.

숫자로 보여지는 성과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전쟁의 상흔은 매일 우리 부대원들에게 그날의 참상과 아픔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작전 기간에 수거한 20톤 가까운 철 조각은 당시 1㎡당 1000여 발의 포탄이 이 지역을 뒤덮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이러한 죽음의 강철비 속에서도 진지를 사수했던 선배 전우와 유엔군들의 헌신이 이 고지에 스며있다는 사실을 우리 장병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찾은 60여 구가 넘는 유해들이 포탄에 의해 수십여 개로 조각난 것을 보았고, 총탄 자국이 선명한 두개골도 보았다. 총탄이 들어 있는 채로 쏘지도 못한 M1 소총과, 수십 개의 구멍이 난 철모와 수통을 목격했고, 쓰러진 유해가 채 발을 뻗지도 못하고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다. 최후의 순간까지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한 선배 전우와 유엔군을 우리는 이곳에서 만났다.

앞서 1단계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2단계 작전을 진행 중인 지금, 무더위 등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내 손으로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선배 전우님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사명감과 공병인의 자부심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지난 현충일에는 화살머리고지에서 산화한 선배 전우님을 위해 묵념을 올렸다. 공휴일인 현충일까지 작전을 수행하면서도 작은 불만 하나 없는 부대원들이 있어 늘 감사하다는 마음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더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작전이 아니라 종교의식 같은 하루를 보냈다.

오늘도 어김없이 지뢰제거작전이 끝나는 시간이 되자 골짜기 사이로 바람이 강하게 불어온다. 처음에는 지형 특성으로 인한 과학적 현상이라 생각했으나, 작전을 진행하며 현장에서 수습되는 유해를 보니 단순한 과학을 넘어 하루빨리 그리운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픈 그분들의 소망이 바람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지뢰제거작전 임무를 맡은 대대장으로서 지금 내 부하들이 임무가 끝나는 그날까지 안전하고 완전하게 작전을 수행하고 가족들에게 안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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