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019년도 전반기 전략 동향 평가 및 함의

입력 2019. 06. 17   11:35
업데이트 2019. 06. 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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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안보정세분석(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이중구
nile999@kida.re.kr

 

2019년 상반기 동향을 살펴보면,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에 북미 비핵화 협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대미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등 핵 폐기와 상응 조치의 범위를 둘러싼 입장 차를 확인한 이후 북한은 3월 중순 비핵화 협상 이탈을 경고하기도 했으나, 4월 중순 이후 진정된 분위기 속에 북러정상회담 등을 통해 협상 재개·제재 버티기에 필요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금년 상반기 북한의 대외정책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기 위해 북한의 아태/동북아 지역 안보환경에 대한 인식과 주요 외교·군사정책 동향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2019년 들어 보여진 북한 대외정책의 주요한 시각과 활동을 종합함으로써 우리가 대처해야 할 북한 대외정책의 전체적인 양상을 파악한다.
 

북한의 아태/동북아 지역 안보환경 인식

2019년 연초 북한은 미·중 무역분쟁이 쉽게 진정되기 어려우며,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했다. 『로동신문』은 2019년 초 “1월의 국제정세 흐름이 보여주는 교훈”이라는 정세개관 기사를 통해서, 같은 달에 중국 정부가 캐나다 시민에게 마약밀수 혐의로 사형을 선고한 것은 캐나다에서 멍완저우 화웨이 글로벌 (......)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가 체포된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동향을 보도한 이후 “앞으로 두 나라 사이의 마찰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실제로 멍완저우가 체포된 혐의는 대이제재 위반 혐의였기 때문에, 이러한 미·중무역분쟁의 심화 양상은 북한으로 하여금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였다. 앞서서도,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미·중무역분쟁이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여, 이른 시기부터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를 비중 있게 다뤄왔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종전선언을 둘러싼 북미 간의 신경전이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북한은 미·중 양국이 서로 340억 불 규모의 상대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을 미·중 간의 심각한 경제적 모순을 보여주는 것으로 규정했던 것이다. 이처럼 미·중 무역분쟁의 추이를 진작부터 주목해온 배경에서, 북한은 금년 초 미·중 무역분쟁이 화웨이 사태로 번지자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2019년 2~3월 이후에는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북한의 관심도 저하되었는데, 이는 미·중 갈등의 표면화로 중국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19년 전반기 중 북한은 미국과 러시아의 INF 조약 의무이행 중단에 따라 국제질서 전반의 안정성이 약화되고 있다고 인식하였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INF 탈퇴 의사 표명 이후, INF 조약의 탈퇴를 둘러싼 공방이 미·러 간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목해왔었다. 결국, 올해 2월 트럼프 행정부가 INF 조약에 따르는 의무이행을 중단할 것임을 표명하자, 『로동신문』은 INF 조약 탈퇴가 “로·미 사이의 새로운 군비경쟁을 격화시킬 것”이라는 경고를 제시했다. 북한은 미국의 INF 조약 탈퇴 동향만이 아니라 미국과 사이의 무역분쟁에 EU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2019년과 더불어 세계는 불확정의 시대에 들어서게 되었다. 현재 보도수단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는 ‘분열’이며 가장 적게 언급하는 단어는 ‘공동인식’이다.”라는 외부의 평가를 인용했다. 2019년 3월 4일 러시아도 미국에 이어 INF 조약에 따르는 의무이행을 중단할 것임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북한은 이러한 사태가 계속될 경우 군비경쟁 격화는 물론 “세계안전구도가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적 경각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지만, 한미 양국 연합훈련의 축소방침에 따라 군사적 위협을 강하게 느끼고 있지는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록 올해 3월 북한은 한미 양국이 축소해서 실시한 ‘동맹 19-1’ 연합훈련을 한반도 평화의 추세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한미 양국의 연합훈련 축소 방침을 완전히 무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반적으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비난은 예년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한미동맹보다 미일 간의 군사훈련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년 1월 『로동신문』은 미·일 간의 특수부대 합동 훈련, 일본 육상자위대의 사격훈련 등을 “현 분위기에 배치되는 행위들”이라고 규정했었던 것이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대신 미·일 군사훈련을 주목한 것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군사적 경각심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외정책 추진 동향

2019년 신년사를 통해 북한은 핵무기 생산, 시험, 사용, 확산 중단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요구했으며,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을 통해 영변 폐기 조치를 협상칩으로 하여 미국의 상응 조치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지난해 말 문재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발송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금년 신년사를 통해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상응 조치가 제공된다면,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었다. 이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까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방미(2019. 1. 17~19), 스톡홀름 회담(2019. 1. 19~21), 북미정상회담 실무회담(2019. 2. 5~8), 하노이 현지에서 의제 실무회담(2019. 2. 28~3. 1) 등의 협상 진척 노력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2019. 2. 27~28)에서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후퇴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양보조치인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제시했으나, 회담의 결렬을 피할 수 없었다. 이것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해체의 대가로 민수 분야 대북제재의 전면해제 등 과도한 요구를 제기했고, 영변 핵시설 폐기의 범위에 대해서도 분명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노이 회담 준비 시 북한은 비핵화 협상 시마다 난항을 겪어 온 미국 국무부와의 협상을 피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정치적으로 비핵화 합의를 타결지으려는 전술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최종목표에 대한 이견을 정상 간의 논의에 남겨두었고, 회담 결렬 가능성을 높였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북한은 장외 외교전을 통해서 비핵화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자신의 입장을 강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직후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미국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자신들은 2017년 이후 채택된 5건의 유엔안보리 결의안 중에서 민수경제 관련 항목에 대한 해제만을 요구했으며 또한 영변 내의 모든 핵시설을 영구히 폐기할 것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던 것을 필두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평양 외신기자회견(2019. 3. 15)과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2019. 4. 20)를 통해 백악관의 강경파 참모진을 비난했다. 3월 중순의 기자회견을 통해 최선희 부상은 볼턴 등 미국의 강경파 참모로 인해 후속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욕이 없어지고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정상 간의 논의도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월 들어 북한은 미국 정부가 나포한 ‘와이즈 어니스트호(Wise Honest)’의 송환을 요청하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유력한 경쟁상대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난하면서, 불만과 대화 의사를 병행하여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제재와 관련된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금년 초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북·중정상회담을 개최했으며, 제한적 성과 속에서도 자신들의 경제발전 노력에 대한 중국의 포괄적 지지를 희망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첫번째 대외활동으로 2019년 1월 7일부터 10일까지 4차 방중을 실시했다. 방중 기간 동안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이 포함되어 있었고, 시진핑 국가주석은 북경 조어대 영빈관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연회를 개최해주었다. 올해 4차 방중 결과에 대해서 『로동신문』은 북·중 양국이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 조정해나가는 문제와 관련하여 심도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했고 “두 나라 당과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자주적 입장들에 대하여 호상 이해와 지지, 연대성을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이것은 중국 측에 비해 비핵화 문제에 대한 북·중 간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기술했던 것으로서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기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었다. 아울러, 북한은 4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초청했으며 시 주석이 방북요청을 “쾌히 수락”했다고 보도했었다. 시 주석이 초청된 북·중정상회담에서는 북·중수교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고위급 상호방문의 필요성이 함께 강조되었다는 점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북은 북·중수교 70주년 기념일인 10월 6일을 전후하여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었다. 다만, 북한의 시진핑 주석 조기 방중 필요성을 배경으로 4월, 5월, 6월에도 시진핑 주석에 대한 방북설이 제기되었으나,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및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로 그러한 방북설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북·일관계에서는 일본이 북·일 대화에 의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음에도, 아직 의미있는 진전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 앞서 아베 신조 총리는 2019년 1월 국회연설을 통해 북일 간의 과거청산 및 국교정상화와 북한의 핵, 미사일, 납치자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용의를 표명했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이후에도 일관되어, 5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일본의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북한은 일본의 과거청산 노력을 촉구한 바 있으며, 최근 일본의 조건없는 북·일 정상회담 의향에도 과거 청산과 일본의 대북정책 변화가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 결과, 아직까지 북·일 정상회담과 관련된 의미있는 진전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남북·북중 관계에 특기할만한 진전이 없는 가운데, 4월 하순에 개최된 북러정상회담은 북한의 북미협상 교착 국면에 대한 외교적 돌파 노력으로 주목받았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러시아가 북러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던 배경에서, 2019년 3월 19일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의 모스크바 방문이 언론에 포착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가 기정사실화되는 계기였다.

당시 크렘린궁은 “논평하지 않겠다”며 북러정상회담 가능성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으나, 4월 18일에 김 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계획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하는 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극동 지역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24일부터 27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했으며, 4월 25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2019년 4월 25일 북러정상회담에서는 예고된 바대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핵심적으로 다루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평화적 해결방법을 지지하고 북한 체제보장 방안을 위해 6자회담이 가동되어야 한다

고 언급함으로써 북한의 협상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상회담에서는 또 다른 양자 의제로서 북러 간의 경제협력 문제도 논의되었으나, 구체적인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초 러시아의 알렉산드로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이 평양을 방문할 예정인 바, 북러 간 경협문제는 계속 논의되어 갈 것으로 판단된다.

남북관계 역시 북미 관계의 영향을 밀접하게 받고 있으며,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경제협력,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한국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2019년 초만 해도 제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남북공동선언을 위한 새해맞이 연대모임” 등 남북 간의 민간교류행사가 진행되었으나,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북측 인원을 철수시킨 후 점진적으로 복귀시키면서 한국의 남북협력사업 추진 의지에 대한 불만을 시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올해에는 “북남관계 개선의 덕을 실지로 볼 수 있게” 할 것을 요청했던 연장선에서,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의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해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이었다.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에서 발표한 시정연설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게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던 것도 남북관계 발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요청으로 파악될 수 있다. 5월 초순 북한의 선전 매체 『메아리』는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재개 결정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의 인도주의적 대북지원 모색마저도 “부차적인 문제”에서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해결을 위해서 본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했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관광 재개를 모색할 것이 아니라, 민족자주의 입장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상관없이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국방/군사정책 추진 동향

2019년 상반기 북한의 국방/군사정책 추진 동향 중에서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에도 경제집중노선을 견지하면서 군의 경제건설 지원 노력을 독려했다는 점이다. 『로동신문』 4월 4일 자와 6일 자에는 각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삼지연군과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 그리고 평남 양덕관광지구 건설현장에 대한 현지지도가 보도되었다. 현지지도 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삼지연군의 도시건설 사업에 대해서는 당 창건 75돌인 금년 9월 9일까지 건설을 마무리할 것을 주문했고, 갈마해안관광지구의 휴양시설 건립사업에 대해서는 내년 4월 15일 태양절까지 완공하라며 공기(工期)를 6개월 연장해주었다는 것이다. 이들 건설현장은 군인 노동자들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온 장소였다. 갈마 해안관광지구는 2018년 6월 김수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건설 궐기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던 곳으로서, 군의 경제건설 지원 노력을 보여주는 표본과 같은 장소였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원산 갈매 해안관광지구는 물론 양덕 온천관광지구와 관련해서도 주요 시설을 결심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의 부름에 오직 알았습니다.”라는 대답밖에 모르는 우리 인민군군인들이라고 언급했다. 양덕 온천관광지구 건설에서도 군인들의 역할이 크다는 뜻이다. 이러한 군 투입 건설현장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의 국면에서도 발표된 것은 북한이 군의 경제건설 지원 노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북한의 전반적 국방정책 기조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주목되는 것은 2019년 14기 1차 최고인민회의 1일차(2019. 4. 11)에 발표된 북한의 국방예산 내용이다. 북한의 예결산 발표내용은 군사 등 특정 분야의 발전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정치적 의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는 있다. 북한은 예·결산 발표를 통해 금년도 국방예산이 예산총액의 15.8%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전년도 대비 0.1%가 감소한 비중이었다. 또한, 2018년의 국방예산 계획치에 비해 집행치가 0.1% 작게 발표되었다(15.9%→15.8%). 1999년 이래 이러한 동향이 보여졌던 해는 남북정상회담이 있거나 북한이 경제개혁을 준비 중이던 2000년(14.5%→14.3%), 2001년(14.5%→14.4%), 2007년(15.8%→15.7%) 뿐이었다. 이러한 동향이 2018년에 다시 나타났다는 것은 북한이 느끼는 군사비 지출 필요가 남북·북미대화를 통해 일정 부분 감소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참고로, 2018년 군사비의 용도 중 하나로 “군수공업의 주체적인 생산구조, 생산공정의 현대화”가 언급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것은 북한이 한반도 평화 국면에서 군사비 지출액을 절감할 수 있었을 가능성과 더불어, 절감액 중 일부를 평소에는 하기 힘들었던 군수산업의 설비 개선 등에 투자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세 번째로, 2019년 4월 초·중순 북한의 군사동향 중에서 주목되는 것은 한국의 F-35 도입 혹은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에 대해서 대응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4월 7일 『우리 민족끼리』는 미국이 인도하는 첫 F-35가 한국에 도착한 것과 관련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로부터 약 열흘 후인 월 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4.16), 북한 공군에 대한 현지지도를 통해 자신들의 전투기가 즉각 출격할 능력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불시 사찰을 진행했다. 관련 보도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남 순천에 위치한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부대를 불시 방문했다고 강조하면서, 김 위원장이 당직 근무를 수행 중인 추적 습격기의 비행훈련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점은 기존의 맥스선더 훈련을 대체한 한미연합공중훈련(연합편대군 종합훈련, 2019. 4. 22 ~ 5. 6)이 개시되기 6일 전이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시에 이루어진 북한공군의 공중전투비행 훈련이 한미연합공중훈련에 대한 대응능력을 증명하려는 것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4. 25)를 통해 4월 공군연합훈련이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네 번째로, 2019년 상반기에 가장 주목을 받은 사건의 하나로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들 수 있다. 북한은 4월 17일, 5월 4일, 5월 9일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사격시험 및 이를 투입한 발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4월 17일의 사격시험에 대해서 『로동신문』은 여러 가지 발사방식으로 “특수한 비행유도방식과 위력한 전투부 장착으로 하여 우월하게 평가되는 이 전술유도무기의 설계상 지표들이 완벽하게 검증”되었다고 언급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사격시험 결과에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첫 사격시험이 진행된 4월 17일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시 사찰을 통해 북한군의 대비태세를 확인한 다음날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군의 신속한 대응능력 확인에 관심을 갖고 있던 시기였다. 신형 단거리 미사일이 투입된 5월 4일 동부 전선 방어부대의 화력훈련에 대해서도 이 훈련이 불의에 조직된 “화력 타격훈련”이라고 밝혔으며, 5월 9일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역시 그 목표가 “전연 및 서부전선 방어부대들의 신속반응능력을 판정검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번에 신형 단거리 미사일이 등장한 것은 전반적으로 남북군사합의서 체제 안에서 북한도 경계태세 유지를 위해 훈련을 실시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상황 안에서였다는 것이다. 이때 등장한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동일하다고 확정할 수 없으나, 종말단계의 불명확한 비행궤적 등으로 인해 유사성을 배제할 수 없어 국내외 전문가의 주목을 받았다.


전략 동향 평가 및 함의

우선, 2019년 상반기 아태/동북아 안보환경과 관련하여 북한은 강대국 간의 마찰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여름부터 주목해오던 미·중무역분쟁이 마찰 국면에 들어왔다는 인식을 2019년 초 표출했고, 이어서는 미·러 간의 INF 조약 이행중단 사태로 강대국 간의 군비경쟁이 확대되고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동시에 강대국 간의 갈등구도 속에서 이루어지는 미·일 접근에 대해서 경계심을 표현하고 있다. 주변 강대국 간의 경쟁 심화를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핵화 압력을 완화할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은 냉전기 중소분쟁 등 강대국 간의 경쟁을 자국의 이익확대를 위해 활용해본 경험이 있는 체제이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는 미·중·러 등 강대국들의 공통된 입장이므로 북한이 대강대국 외교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낼 가능성은 적다. 이에 한국은 주변 4강과의 대화와 협의를 모색함으로써 북한에게 비핵화 결단이 불가피함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북한의 대외정책 추진동향은 평양이 하노이 합의의 불성사 이후 다른 방법으로 경제협력의 기회를 실현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년 상반기에 북한은 하노이 2019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을 협상장으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장외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었으며,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임을 기대하고 있고, 한국에게는 남북경제협력을 대북제재와 상관없이 추진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2019년 북한의 대외정책 동향을 요약하면, 내부경제 발전을 위한 경제적 협력과 투자에 대한 요구, 그리고 그 요구가 거부된 데 따르는 비판적 입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필요를 느끼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당장의 협상 재개와 관련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영변 플러스 알파이든 어떠한 결과로든 비핵화 합의는 모색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문제의 해결 없이 북한이 원하는 주변국과의 경제협력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의 입장에서는 당장 남북경제협력을 확대하지 않더라도 남북 관계를 포함한 북한과 주변국 간의 경제협력 개시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하겠다. 그 한 방편으로 한러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대북 경제협력의 비전을 논의할 필요도 있다.

끝으로, 2019년도 상반기 북한 군사/국방정책 동향에서는 북한이 남북군사합의서의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전투준비태세는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9년도에도 북한은 군사부문의 자원과 인력 일부를 경제건설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공군과 포병부대의 신속대응능력 또한 강조하고 있다. 남북군사합의서 틀 내에서도 군대에는 전투준비태세 유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부대의 전투준비태세를 평가하지 않고 군의 경제건설만 강조하는 것은 북한 내부적으로 안보에 대한 해이한 입장으로 비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북한 내 전투준비태세 강조가 비핵화 협상 재개 노력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도발적 행위임이 분명하지만, 그에 대한 공세적인 대응조치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남북군사합의서의 틀을 지키며 과민한 대응은 자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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