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안보정세 분석(2019.6.5) 한국국방연구원 발행
백민정
mpaik@kida.re.kr
몽골은 1980년대 후반 민주화를 통해 유혈사태 없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체제 전환을 이룬 후,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개혁·개방·민주화를 빠르게 진행해 왔다. 몽골의 이러한 지속적인 발전은 몽골의 중립노선 외교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몽골은 구 사회주의 국가와 전통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제3의 이웃 정책을 통해 한국, 미국, 일본, EU 등의 국가와도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몽골의 한반도에 대한 외교원칙은 첫째, 한반도를 몽골과 같은 비핵화 지대(nuclear-free zone)로 만드는 것, 둘째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유지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현 정부 기조와 공통된 점으로 한국과 몽골에는 그 외에도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여러 측면이 존재한다. 본고는 한몽 경제협력 및 한반도 통일, 나아가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위해 한몽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I. 남북한 가교로서의 몽골의 역할
몽골은 2012년 북일협상을 성공적으로 주최하면서 동북아 지역의 비핵 평화중재자로서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북일 양국은 오랫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납북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납북 후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씨의 딸과 그녀의 부모가 2014년 3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상봉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하였다.
2019년 현재 몽골은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로서, 한국 및 북한과 수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정권 변화에 따라 남북관계가 부침을 겪은 것과 달리, 2000년대 이후 몽골은 북한과 일관되게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2007년 북한과 ‘노동력 상호 교환협정’을 체결한 이후, 자국 건설 현장 등에 약 5,300명 규모의 북한 노동자들을 수용한 바도 있다.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이후,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될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북한과 일본의 물밑접촉 장소로 몽골이 거론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국제무대 소통의 창구로서 몽골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이처럼 몽골은 일본, 북한뿐 아니라 한국과도 계속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한국과 북한에도 긴밀한 대화의 장을 제공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1990년 구소련의 위성국가에서 독립한 이후, 내전이나 유혈사태 없이 공산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하여 두 체제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 또한 몽골이 한국과 북한의 가교역할을 담당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II. 미래 한몽관계 발전 방안
이같은 몽골의 전략적 중요성에 비추어, 한·몽 양국은 앞으로 보다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몽골은 1990년 수교 이래 세 차례에 걸친 관계 격상을 통해, 방산 및 군사교육훈련 등 상호 관심사를 중심으로 협력의 범위를 넓혀온 바 있다. 2011년 양국이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데 이어, 2019년 3월 이낙연 총리는 몽골 순방 중 한국과 몽골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관계를 격상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1. 칸 퀘스트 훈련을 통한 군사협력 강화
몽골은 인구가 3백만 명 정도임에도 평화유지군 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국가별 유엔기여도 순위에서 26위를 기록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2003년 이후, 몽골은 매년 칸 퀘스트(Khaan Quest) 평화유지 훈련을 실시하여 몽골군의 전력 증강 및 전술적 기량 향상을 도모해왔다.
칸 퀘스트 훈련에는 미국과 NATO 외에도 점차 다양한 국가들이 참여해왔고 그 결과, 2012년에는 중국, 인도, 베트남 및 캄보디아 등의 개발도상국들이 참가하여 참가국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동 훈련은 국제협력 및 세계평화유지군 연합작전능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한국 또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칸 퀘스트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2. 울란바토르 대화와 서울안보대화 사이의 협력과 지원 모색
현재 우리 국방부가 주최하고 있는 서울안보대화의 경우 북한을 초청하는 데 있어 사실상 한계가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 하에서 ‘울란바토르 대화’ 등 몽골에서 진행되는 여러 회의체를 통해 남북대화 교류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몽골에서 1.5 트랙 차원의 남북대화를 진행하는 등 소통 채널의 다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2019년 5월 23일 몽골 국방연구소가 주관한 한반도 문제 관련 국제회의에 유영철 안보전략 연구센터장을 필두로 한 KIDA 연구원들이 북한과 공동 참석하여 상호 교류 및 토론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III. 결론
한반도에서의 남북 간 대립구도 종식 및 평화 정착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은 몽골이 주최하는 울란바토르 대화와 같은 여러 대화체를 적극 활용하여, 한국과 몽골이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지난 3월 이낙연 국무총리의 몽골 공식 방문을 기점으로, 2019년 현재 양국이 논의 중인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설립 구상 등의 계획은 한국, 북한, 러시아, 중국, 몽골 등 동북아 5개국과 미국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래 동북아 5개국 철도 연결을 통해 창출되는 경제적 효과가 동북아 평화정착에도 기여할 수 있길 희망한다.
*본 문서는 연구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 입장은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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