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이야기] 기뢰전함, 국내 기술로 9척 건조…기뢰대항 전력 업그레이드

입력 2019. 06. 07   18:02
업데이트 2019. 06. 0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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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강경급·양양급 기뢰전함


1986년 8월 국산 강경함 첫 진수
자기·음향 체계 ‘양양급’도 개발
철제 장비·통조림 캔도 엄격 통제 


국내에서 건조한 첫 번째 기뢰탐색함 강경함이 진수식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진 = 해군본부
국내에서 건조한 첫 번째 기뢰탐색함 강경함이 진수식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진 = 해군본부

우리 해군은 점증하는 기뢰(機雷·수중에 부설하는 지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1980년대 중반 소해함(바다에 부설된 기뢰 등의 위험물을 처리하는 함정)의 국산 건조를 추진했다. 그 결과 강경급 기뢰탐색함(MHC: Mine Hunting Coastal)과 양양급 기뢰탐색소해함(MSH: Mine Sweeping & Hunting)이 탄생했다.


해군은 1986년부터 강경급 기뢰탐색함 6척을, 1999년부터 양양급 기뢰탐색소해함 3척을 취역시켰다. 9척의 소해함은 ‘우리의 항적이 다른 함정의 항로’라는 각오 아래 지금 이 순간에도 해군 유일의 기뢰대항 전력으로 동·서·남해를 누비고 있다.
기뢰 단 한 발로 수상함·잠수함 ‘치명타’

바다의 지뢰로 불리는 기뢰는 진동·수압·자기장·음향 등에 의해 폭발한다. 단 한 발만으로도 수상함과 잠수함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이를 제거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우리 해군은 창설 초기 미국·일본에서 금강산급 소해정(YMS: Yard class Minesweeper)과 대전급 소해정(JMS: Japanese Minesweeping Ship)을 인수했다.

이 함정들은 다목적 연안보조정 성격이 강했다. 우리 해군 역시 이 함정들을 연안경비정으로 활용했다. 6·25전쟁 때 일부 함정에 장비를 보강해 소해작전에 투입했지만, 전문 소해정은 아니었다.

우리 해군의 본격적인 소해함은 금산급 연안소해함(MSC: Minesweeper Coastal)부터다. 해군은 1950년대 후반 새싹계획을 통해 기뢰전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안소해함을 도입했다. 금산급·남양급 연안소해함이다. 이 함정들은 전문 소해장구를 탑재해 접촉기뢰뿐만 아니라 일부 감응기뢰도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이르자 상황이 달라졌다. 기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북한도 6·25 당시 기뢰의 위력을 실감하고, 성능 향상에 박차를 가했다. 1960년대 중반에는 주변 국가로부터 감응기뢰 제작 기술을 도입해 모방 생산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1980년대에는 중동지역에 관련 기술을 수출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80년대 초 소해 능력 부족…함정 도입 절실


해군은 새로운 소해함이 필요했다. 1981년 해군본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해군의 소해 능력은 북한과 비교해 매우 취약했다. 소해함정이 턱없이 부족했으며, 운용 중인 함정은 노후로 성능 저하가 심각했다. 복합 감응기뢰에 대한 소해 능력도 부족했다. 기존의 연안소해함을 개조하거나 신형 함정의 추가 도입이 절실했다.

결론은 국내 건조였다. 해군은 당시 진행 중이던 율곡계획에 기뢰탐색함의 초도함 건조를 반영했다. 해군은 1983년 자체적으로 설계를 시작해 이듬해 기본설계를 완료했다. 이후 부산 소재 강남조선과 건조 계약을 체결한 뒤 1986년 8월 첫 번째 국산 기뢰탐색함이 진수됐다. 해군은 이 함정을 ‘강경함’으로 명명했다. 이어 2·3차 사업으로 강진·고령·김포·고창·김화함(금화함)을 추가 건조했다.

해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강경급 기뢰탐색함을 보완하고, 더 깊은 바다에서 다양한 기뢰 처리를 위해 새로운 기뢰탐색소해함을 개발하기로 했다. 


해군은 자체 개념설계를 완료한 뒤 기뢰탐색함을 제작한 강남조선과 1993년 기본설계 계약을, 1995년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양양·옹진·해남함이 차례로 취역했다.

양양급 기뢰탐색소해함은 강경급 기뢰탐색함보다 무게가 400톤이 늘었다. 선체 길이는 10m 길어졌고 폭은 2m 넓어졌다. 자기·음향 복합 소해 체계를 탑재해 소해 능력을 한층 강화했다.



對기뢰 보호책 일환 자성 철저히 통제

기뢰탐색함과 기뢰탐색소해함은 자성(磁性·자기를 띤 물체가 나타내는 여러 가지 성질)에 반응하는 기뢰에 대한 보호책의 하나로 선체를 비(非)자성체 재질로 건조한다.

섬유 강화 플라스틱(FRP: Fiber Reinforced Plastics)이 그것. FRP는 자성을 띠지 않으며, 부식이 없고, 내구성이 강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강경급 기뢰탐색함은 선체뿐만 아니라 함정 내부의 자성체를 엄격히 통제하기 위해 철로 만든 장비를 최소화했다. 심지어 함정을 출입하는 현문에 자성 측정기를 비치해 철제 물품의 반입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개인 물품도 예외는 아니다. 조리용 통조림 캔도 반입할 때 개수를 정확히 기록한 후 재활용 쓰레기 반출 때 다시 수량을 확인한다.

또 얕은 수심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선체가 물에 잠기는 흘수(吃水)를 얕게 했으며, 보이스 슈나이더 프로펠러(VSP: Voith-Schneider Propeller)를 장착했다. 이 추진기는 개별 날개가 선저(船底·배의 밑바닥) 원판에 수직으로 설치돼 있다. 날개 각도를 조절해 정지 상태를 유지하고, 전후 이동과 좌우 선회도 할 수 있다. 특히 함정의 속도와 위치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 협소한 지역에서 저속으로 미세하게 움직여야 하는 소해함에 안성맞춤이다.

함정의 위치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장치도 탑재했다. 이 장치는 추진기와 위성항법 장비, 전술자료 처리장치, 풍향풍속계, 대지속력계, 자이로를 연동해 바람·파도·조류에 따른 함정의 위치 변화 요인을 상쇄해 준다. 무인 기뢰처리 장비(MDV: Mine Disposal Vehicle)와 복합 소해체계를 갖춰 소해 능력을 높인 것도 장점이다.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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