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수 종교와삶] 바른 견해를 갖자

입력 2019. 05. 28   16:07
업데이트 2019. 05. 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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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수 해사 군종실 신앙선도담당·대위·법사
위민수 해사 군종실 신앙선도담당·대위·법사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필자는 해군사관학교 호국사 불자님들과 함께 구례 화엄사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청명한 하늘과 싱그러운 봄 냄새가 가득한 순례길은 아름답기만 했다. 특히나 소담스럽고 백옥같이 맑은 벚꽃이 하늘을 수놓은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도착한 화엄사는 부처님 오신 날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고 다들 분주해 보였다. 대웅전 앞에 형형색색 달린 등들을 보고 불자분들은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반대로 나는 등을 보며 ‘어떻게 저걸 다 정리할까, 언제 다 치울까’라는 괜한 번뇌가 일어났다. 절에서 일하는 소임자의 입장에서 등을 보아서였을까?

등은 분명 똑같은 존재인데, 상황과 장소에 따라 느껴지는 것이 확연히 달랐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물건을 보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똑같은 눈을 보며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거나 연인과 눈사람을 만들거나 스키장에서 보드를 탈 때 그 눈은 아름답고 재미있지만, 군에서 제설작업을 하거나 차를 운전할 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하얀 ×’ 내지 ‘쓰레기’로 생각한다.

똑같은 산이라도 심마니에게는 필요한 것을 내어주는 고마운 산이고,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는 원망스러운 산일 것이다.

‘일수사견(一水四見)’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물이지만 천계(天界)에 사는 신(神)은 보배로 장식된 땅으로 보고, 인간은 물로 보고, 아귀는 피고름으로 보고, 물고기는 보금자리로 본다는 뜻이다. 곧, 같은 대상이지만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각각 견해가 사뭇 다름을 비유하는 말이다.

신라의 원효 스님께서는 “청산의 맑은 물은 소가 마시면 우유를 낳고, 뱀이 먹으면 독을 낳는다”고 하셨다. 불교에서 여덟 가지 수행법을 제시하는데 그중 가장 처음이자 중요시되는 것이 정견(正見)이다. ‘바른 견해’라는 말이다.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나아가 종교를 믿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견이 확립돼 있어야 한다.

송나라 대해종고 스님께서 저술한 『서장』이라는 책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모두가 은퇴할 나이에 재상의 지위에 올랐다. 모두 늙은이가 무슨 벼슬살이를 하느냐고 비난했다.

그러나 스님은 “사회에 봉사하는 데 늙고 젊음이 문제가 되느냐? 오히려 연륜이 많은 사람이 하면 더 좋은 점이 있지 않냐? 정말로 좋은 가르침을 백성들에게 알려주고 백성들을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의 예에서 보듯 편견과 사심을 버리고 누구와 갈등하거나 대립함이 없이 공정한 안목으로 열심히 봉사하라는 스님의 가르침이 바로 정견을 세우는 것이다.

모든 종교는 실천을 강조하지만, 실천에 앞서 자신이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올바른 가치관이 먼저 확립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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