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한 주를 열며] 광릉요강꽃과 따오기

입력 2019. 05. 24   15:48
업데이트 2019. 05. 2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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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수 
사진가
김 연 수 사진가


신록의 계절 5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2019년 5월은 대한민국 자연사에 의미 있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지난 11일 강원도 화천 오지마을 비수구미에서 광릉요강꽃 잔치가 열렸다. 30년간 광릉요강꽃을 복원해온 장윤일 선생과 광릉요강꽃보존회 노영대 회장이 멸종위기종 1급인 광릉요강꽃 복원의 성공을 알리고, 복주머니난 식물원 설립을 위해 마련한 행사다.

1931년 경기도 광릉에서 처음 발견된 광릉요강꽃은 주머니처럼 생긴 꽃이 요강을 닮고, 뿌리에서 지린내가 나서 붙여진 이름이다. 무분별한 훼손과 환경변화로 광릉요강꽃은 광릉은 물론 전국에서 사라지고 있는 대표적 멸종위기종이다. 전북 덕유산과 화천 비수구미에서 일부 군락을 볼 수 있을 뿐, 전국의 총 개체수가 3000여 촉밖에 없다.

비수구미의 광릉요강꽃은 그곳에 사는 장윤일 선생이 1988년 평화의 댐 건설 당시 파헤쳐진 산자락에서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6촉을 옮겨와 30년간 노력 끝에 1500여 촉으로 복원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광릉요강꽃의 이름도, 멸종위기종이란 단어도 모르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정성으로 전문 식물학자나 관련 기관에서 실패한 광릉요강꽃 복원의 기적을 일궈냈다.

지난 22일 경남 창원 우포늪에서 따오기 40마리 첫 야생방사 행사가 열렸다. 천연기념물 198호이며, 멸종위기종 2급인 따오기는 1979년 파주 대성동 DMZ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이후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중국에서도 멸종의 길을 걷고 있던 따오기가 1981년 중국 섬서성 한중시 양현에서 7마리가 발견됐다. 1990년 그곳에 중국따오기생태원이 세워지고, 그들을 증식해서 오늘날 지구 상에 따오기가 이어져 오고 있다. 2008년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한국방문 시 기증한 한 쌍과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추가 기증한 2마리를 우포 따오기복원센터에서 증식해 363마리로 늘어났다. 그들 중 40마리를 올해 처음 야생 방사해 40년 만에 자연의 품에서 따오기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포 따오기복원사업은 복원센터 실무자들이 노력한 결과지만, 고(故) 김수일 박사와 우포 지킴이 이인식 선생, 노영대 자연정보원장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시민과 언론, 관료에게 따오기 복원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중국 양현의 따오기복원센터를 왕래하며 중국과 신뢰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따오기를 들여올 수 있게 됐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목록에 멸종위기종 267종이 등록돼 있다.

지구 생물의 멸종 이유는 서식지 감소와 훼손, 무분별한 남획, 환경오염, 질병, 기후변화가 주요인이다. 세계 곳곳에서 지구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생물의 파괴행위가 이어오고 있지만, 멸종위기종을 살리려고 묵묵히 노력하는 아름다운 삶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대표적 사례가 비수구미 광릉요강꽃과 우포늪 따오기 복원사업으로 마침 올해 5월에 첫 성과가 나와 그 성공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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