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은 문화산책]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한국 가곡들

입력 2019. 05. 09   14:42
업데이트 2019. 05. 0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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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은 소프라노
박소은 소프라노

성악가라서 오페라를 비롯한 서양음악을 자주 부르지만, 더 애착이 가는 것은 우리 가곡이다. ‘보리밭’ ‘달밤’ ‘국화 옆에서’ ‘고향’ ‘진달래꽃’ ‘선구자’ ‘오빠 생각’ ‘그리워’ ‘봄이 오면’ ‘동심초’ ‘그리운 금강산’ 등 주옥같은 곡들을 떠올려보자. 가사 속의 시도 아름답고, 선율도 사랑스럽다. 최근 국회 초청 연주회에서 열정을 다해 부른 ‘그리운 금강산’에 숨을 죽인 채 감동하는 전·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장·차관과 각계 전문가의 반응은 나에게 위대한 가곡의 힘을 다시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 가곡이 속한 예술가곡(lied)은 시문학과 음악의 합일된 예술 장르로, 주로 독일어권에서 발달한 것이다. 초기 한국 가곡은 일제 치하에서 민족적 비통함과 절망감, 독립정신을 담은 사회 참여적 성격을 가졌고, 이후 광복과 6·25전쟁을 겪으며 많은 변화를 겪었다.

나는 한국 가곡을 무척 사랑한다. 우리 가곡에는 사랑·겸손·청초함·이별·아픔·한·기다림·그리움·안타까움 등 한국인 특유의 절절함과 애틋함을 담은 가사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가곡을 대할 때 가사를 먼저 읽어본다. 소리 내는 기법에만 치우치지 않고 가곡 속에 담겨 있는 노랫말들을 절절하게 드러냄으로써 청중과 함께 혼연일체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 노래를 정확하고 아름답게 잘 부르는 것도 중요하다. 필자가 사랑하는 대표적인 노래가 최영섭 작곡가의 1962년 작 ‘그리운 금강산’이다. 이 노래는 ‘모데라토 칸타빌레(그리움에 사무쳐 노래하듯이)’라는 악상기호를 통해 갈 수 없는 북녘땅을 그리는 ‘절절한 그리움’이 잘 나타나야 한다. 유의할 점은 ‘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에서 음절마다 절정을 향해 치닫는 상승의 느낌과 음의 충실성을 드러내야 하고, 마지막 부분의 ‘페르마타(fermata·늘임표)’에서 음길이를 놓치기 쉬운 부분을 훈련된 호흡법으로 잘 유지해야 한다.

또 다른 애창곡은 ‘동심초’다. 1948년 김성태 작곡가가 곡을 붙인 이 노래는 ‘애타는 정을 가지고’ 부르라는 악상기호대로 애끓는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잘 표현해야 하는 노래다. 연인을 간절하게 그리며 서정성과 낭만 미학이 가득하게 부르는 노래로, 특히 초반에 ‘만날 날은’에서 고음 처리에 유의해야 한다.

또 다른 노래는 김동진 작곡가의 1933년 작 ‘가고파’다. 늘 필자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여수 바다를 떠올리기에 더욱 사무치게 부르는 노래다. 절정 부분인 ‘가고파라 가고파’에서 나오는 ‘페르마타’에 주의해야 하며, 주요 부분마다 등장하는 ‘테누토(tenuto·그 음의 길이를 충분히 지켜서 연주하라)’ 부분도 잘 지켜야 한다. 그러다 보면 여러분도 곧 성악가처럼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가끔 혼자 시인이나 성우처럼 가사를 읊어보고 미소 짓곤 한다. 오늘 각자 기억하고 있는 노랫말들을 한 번 읽고 불러보자. 음악의 언어는 거꾸로 우리에게 속삭여줄 것이다. “당신은 시인이고 음악가이며 사랑하며 살기에 충분한 멋진 사람”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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