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한 주를 열며] 리더가 남겨야 할 가장 중요한 유산

입력 2019. 04. 05   11:16
업데이트 2019. 04. 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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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식 
합동대 명예교수·(예)육군대장
김 영 식 합동대 명예교수·(예)육군대장



‘유산(遺産)’은 선조가 남긴 가치 있는 물질적·정신적 전통이라 정의할 수 있다. 현생 인류가 그리 뛰어나지 못했던 생체 능력을 극복하고 자연을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선조들이 남긴 유산을 계승·발전시키는 능력이 다른 어떤 종보다 우수했기 때문이라는 점에 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자기 시대에 머물며 성장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퇴보하는 조직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가 의미 있는 유산을 다음 대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성장했던 조직들의 리더는 자기의 역할을 올바르게 했음을 알 수 있다.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무수히 많다. 리더십 이론에서 강조되거나 역사적으로 성공한 리더들이 주장하는 리더의 자질과 역할을 살펴보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의 중요도 또한 천차만별이다. 여기서 리더십 토론을 벌일 이유는 없으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더의 역할만 강조한다.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현재의 문제를 뛰어넘어 조직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준비는 두 가지 요소가 모두 갖춰졌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첫째는 조직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며, 둘째 요소는 자기 이후에 조직을 이끌어갈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유산이다. 훌륭한 비전을 제시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현할 후계자를 육성하지 못하면 유산의 계승은 허망하다.

로마의 오현제(五賢帝) 시대를 이끌었던 최고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능력 없는 자기 아들을 다음 황제로 지명함으로써 로마 쇠망의 단초를 제공한 반면, 스티브 잡스는 팀 쿡이라는 후계자를 준비함으로써 후계자 리스크가 가장 클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으며 ‘잡스 없는 애플’의 성장을 보장했다.

리더는 멘토십을 가져야 한다. 조직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찾아서 육성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백락(伯樂)’이 없었다면 소금장수의 말은 황제를 태우고 천하를 질주하는 천리마가 되지 못한 채 마차를 끌다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현명한 리더는 누가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인재인지 찾아서 그가 지닌 잠재역량을 발현시켜 주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마셜 장군은 참모총장으로 재직하며 전투능력이 부족한 장군과 대령을 가차 없이 육군에서 방출했으면서도 숙적인 맥아더와 더 가까웠던 아이젠하워를 발탁해 유럽연합군 총사령관의 역할을 맡겼다. 마셜의 이러한 행동은 자기를 키워준 퍼싱 원수에게 배운 것으로 유산의 계승이 어때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봄이 오니 산과 들에 꽃들이 앞다퉈 피어난다. 하늘의 해는 편애함이 없이 골고루 빛을 뿌려주는데 땅의 꽃들은 동시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게 아니라 제각각으로 피어난다(天日無私 花枝有序). 우리 주변에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나 꽃이 있더라도 버리지 말자. 그것이 미래의 천리마인데 아직 때를 못 만나서, 아니 제대로 된 리더를 만나지 못해 천재성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 나폴레옹인지 모르는 것 아닌가! 그들을 찾아 키워서 미래의 인재로 만드는 게 리더가 남겨야 할 가장 중요한 유산이다. 사람을 남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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