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종 시론] 미 육군 미래사령부 창설의 의미

입력 2018. 09. 10   15:16
업데이트 2018. 09. 1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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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미 육군의 미래사령부가 텍사스대학 건물 19층에서 정식 출범했다. 이로써 미 육군은 역사상 최초로 주요 사령부를 군사시설이 아니라 대도시 한복판의 대학가에 창설하는 기록을 세웠다. 미래사령부 창설은 베트남전쟁 직후인 1973년 교육사령부(TRADOC)와 전력사령부(FORSCOM)가 탄생한 이래, 4성 장군이 지휘하는 새로운 주요 사령부의 신설과 함께 가장 대대적인 미 육군의 조직개편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미래사령부의 3대 과업은 ▲미래전투개념 개발 ▲연구개발을 통한 창의적 문제해법 강구 ▲차세대 전투체계 구축 등이다. 핵심적 임무는 미래 작전환경, 부상하는 위협 및 신기술 등을 평가해 미 육군 장병들의 전투요구에 부합되도록 개념, 소요, 미래군 설계, 현대식 군수물자의 문제해결 등을 개발하고 제시하는 것이다. 즉 미 육군은 현행 전비태세 유지, 전투능력 강화와 더불어 미래 분쟁상황에서 잠재적 적대국들과 싸워 승리하기 위한 군 현대화 전략에도 같은 비중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신설된 미래사령부는 장거리 정밀화력, 차세대 전투차량, 미래 수직이착륙 플랫폼, 네트워크, 방공 및 미사일방어, 병사 살상력 등 6대 최우선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미래사령부 창설의 정책적·전략적 의미는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위협에의 대응이다. 미국은 2001년부터 이라크·아프가니스탄·예멘 등에서 수행하던 대테러전쟁을 마무리하고,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준(準) 동급 경쟁자들(near peer-competitors)’과의 대규모 전쟁에 본격적으로 대비할 것임을 예고한다. 이런 면에서 ‘2018 국가방위전략’과 ‘2028 육군 비전’은 미래사령부 창설에 지침과 모멘텀을 제공했다.

둘째, 과거와의 단절이다. 2000년대에 육군은 200억 달러를 들인 미래전투체계(Future Combat System), 크루세이더(Crusader) 박격포, 코만치(Comanche) 헬기 사업 등에서 참담한 실패를 경험했다.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 ‘노력과 지휘의 통일’이다. 그동안 ‘20명이 운전대를 잡던’ 방식을 끝내고, 미래사령부 사령관 1인에게 육군 현대화의 ‘운전대’를 맡기겠다는 것이다.

셋째, 모범적 산·학·군(産·學·軍)의 협력사례다. 오스틴은 6500개 하이테크 산업체(애플·삼성·아마존 등)와 수천 개의 스타트업이 밀집된 ‘혁신과 창조’의 아이콘 같은 도시다. 텍사스대는 과학·기술·공학·수학 등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유한 명문대다. 미래사령부는 이러한 지적 기반과 혁신 정신을 접목해 협력과 네트워킹과 이노베이션을 스스로 주도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우리도 북한 비핵화 진전 상황을 고려해 가면서 안보 상황과 위협 평가의 변화에 상응하는 국방정책·군사전략 및 육군의 미래비전을 수립하고, 이에 기초해 현행 업무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미래 전투력 극대화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새로운 사령부의 신설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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