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시론] 북·미 정상회담 성과와 향후 과제

입력 2018. 06. 13   15:22
업데이트 2018. 06. 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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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상 현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세기의 담판’으로 관심을 끌었던 북·미 정상회담이 공동성명을 남기고 마감됐다. 북·미 정상회담이 세계적 관심을 받게 된 것은 30년 넘게 지속돼온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 핵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후 미 ABC와의 인터뷰에서 공동성명에 제시된 한반도 비핵화에는 미국이 한국에 제공해온 핵우산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해석의 ‘모호성’을 제거함으로써 불필요한 논쟁으로 비핵화가 지연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의 시작에서, 또 중도에 회담이 좌초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에 결정적인 중재노력으로 회담 성공에 기여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이 북·미 두 정상의 인정을 받아 공동성명에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다고 명시됐다. 우리가 북·미 정상회담에 정성을 쏟은 것은 북·미 회담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그리고 우리 민족의 미래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성명에는 북한 비핵화 외에도 한반도의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주요한 사항이 포함됐다. 두 정상이 약속한 북·미 간의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가 구축된다면 전쟁의 위협이 없는 한반도가 완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북·미 정상회담은 국방 분야에 새로운 도전과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 협상은 상호 선호도를 교환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가장 원했던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단초가 받아들여지면서 북한이 가장 원했던 체제 안전보장의 단초가 수용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연합훈련은 주한미군과 한미연합방위체제와 더불어 한미동맹의 핵심적인 사안이다. 상호 민감한 핵심 이슈에는 ‘상호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방어적 성격의 한미군사훈련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가 정착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규모와 방식을 조정해 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역적인 상태에 도달하고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됐을 때 한미군사훈련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군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새로운 전략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시작전통제권 조기전환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연합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단독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조속히 확충해 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방은 안보의 최후 보루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현재의 우호적인 전략 환경이 급속히 냉각되는 미래 상황에 대한 준비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다. 국방계획은 최소 5년 이상의 장기적 시점에서 추진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가장 안전하고 위험 회피적인 정책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군은 새로운 전략 환경에서 신속한 대응과 치밀한 준비, 그리고 중단 없는 혁신으로 미래를 준비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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