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철 우 시론] 한반도 주변국 설득외교 금메달

입력 2018. 03. 14   17:15
업데이트 2018. 03. 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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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위기가 아닌 평화가 약동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의 모멘텀을 살려서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미·북 정상회담으로 뻗어나가는 추동력이 경이롭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거쳐 워싱턴·베이징·모스크바·도쿄까지 쾌속 질주하는 기민함은 예상을 뛰어넘는 외교·안보 행보의 신기록이다. 실무회담과 기싸움을 이어가던 과거와는 흐름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예정대로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마주 앉으면 새로운 한반도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최고 지도자들의 결단 못지않게 외교·안보 분야의 금메달을 일구어낸 대한민국의 대북특사단은 메신저 역할을 뛰어넘는 설득외교의 출중함을 보여주었다.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속도 빠른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맞춤형 메시지로 설득외교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반도를 대화 국면으로 대전환을 이룬 공로에 대해 진정 어린 감사를 표명해 미·북 정상회담 즉답을 끌어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에서도 일관된 대화 성원 기조에 감사를 전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향한 공조를 재확인하는 등 국가별 지도자에 적합한 맞춤형 메시지를 지혜롭게 전달했다.

앞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큰 그림을 그리는 대장정은 강대국들만의 각축장이나 국익추구 게임이 아니다. 물론 비핵화를 완수하기까지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거나 온갖 우려가 현실로 엄습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한반도 지도자들의 결단이 역사적 빅딜로 연결되도록 치밀한 준비와 지략이 충분히 발휘될 것으로 믿는다.

대북특사단이 연쇄적으로 현장 방문 외교를 펼치며 성과를 공개하는 민첩성에 세계 언론이 주목했다. 또한 ‘사실에 기초한’ 메시지를 전달하되 ‘공개와 비공개’를 배합하며 물밑 접촉까지 활용해 공감대를 확충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포인트다. 과거와 같은 밀사 외교 방식이나 여건이 성숙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주도력이 돋보였다. 이러한 성과는 잠을 설치는 헌신을 바탕으로 상대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소통 역량에서 비롯된다. 한반도 주변국 최고 지도자들을 연쇄적으로 면담하며 알맹이 있는 성과를 이끄는 지략은 한반도 미래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말의 성찬이 아니라 행동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특정 국가의 ‘패싱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대북특사단의 설득 행보는 박수받을 만한 금메달 외교였다.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희망적 낙관에 기대거나 ‘설마?’라는 오판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돌출변수로 인해 안보상황이 급반전됐던 뼈아픈 교훈을 상기하면서 온 국민이 ‘하나된 열정!’으로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일구어낸 것처럼 국민적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우리 군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가 미·북 정상회담의 위대한 결실로 이어지도록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확고히 다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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