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서둘러 발길을 거둔 자리, 폭염이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2도 상승해 50년에 한 번 나타나던 폭염이 이제 5~10배 더 자주 발생하며, 이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엔 매년 40도가 넘는 폭염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2010년대 우리나라 온열질환자 수는 연평균 약 1500명에서 최근 2~3배 증가했다. 초열대야라는 신조어의 등장은 폭염이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으며,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뉴노멀시대를 여실히 보여 준다.
폭염은 단순한 무더위에 그치지 않고 각종 재난상황이 결합하는 매우 위험한 ‘복합재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장기간의 고온은 토양과 산림을 건조하게 만들어 가뭄을 심화시키고, 작은 불씨에도 대형 산불로 번지기 쉽다. 또한 대기가 뜨거워질수록 더 많은 수분을 머금어 ‘극한호우’를 유발해 산사태와 하천 범람 같은 2차 피해로 이어진다.
군부대는 산악과 해안, 도서에 주둔하는 지리적 특성상 폭염에 의한 복합재난에 더 민감하다. 공군의 경우 활주로와 항공기 성능만 위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상 지원장비와 레이다를 과열시켜 작전 가동률을 떨어뜨리고, 탄약고·유류 등 전략물자의 폭발 위험을 높이며, 장병들의 체력 저하 등 군 전력 전반에 치명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 폭염은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현실적 리스크이며 작전마저 흔들 수 있는 ‘뉴노멀 재난’으로 인식하고 대응체계를 철저히 갖춰야 할 시점이다.
공군기상단은 폭염뿐만 아니라 해수면 상승, 가뭄, 산불 등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을 사전에 식별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첫째,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미래 전장환경을 구체적으로 분석 중이다. 이를 토대로 한반도 기후상황 지도를 구축해 주요 위험요소를 체계적으로 감시해 나갈 것이다.
둘째, 기후변화 취약성 평가 도구를 활용해 부대별 폭염 노출과 적응 능력 등을 정밀진단하고, 이를 국방 분야 통합기후예측시스템과 연계해 한반도 및 작전지역의 미래 기후변화를 종합적으로 예측·관리할 계획이다.
셋째, 인공지능(AI) 기반 기상 분석·예측기술을 군에 적용함으로써 방대한 기상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하고 이상징후를 조기 포착해 상황 판단·대응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문, 산불, 산사태 상황 시스템 등 군 내부망에 인프라를 구축해 과학적 대비체계를 한층 공고히 해 나가야 한다.
2025년 여름, 우리는 또다시 ‘기록적 폭염’이라는 뉴스를 듣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록이 아니다. 그 기록 속에서 얼마나 빨리 깨닫고 움직이는지가 우리의 안전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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