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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놀멍쉬멍 걸어볼까

입력 2023. 03. 16   17:32
업데이트 2023. 03. 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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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과 손 잡고 파도와 발 맞춰 이 길을 걸었다네

알오름에서 바라본 전경.
알오름에서 바라본 전경.

 

산방산과 유채꽃밭.
산방산과 유채꽃밭.

 

가파도 청보리밭.
가파도 청보리밭.

 

정방폭포.
정방폭포.

 

제주올레 6코스 쇠소깍.
제주올레 6코스 쇠소깍.

 


생각이 많을 때, 고민이 많을 때 걷기만큼 머리를 맑게 해주는 것이 또 없다. 전국에 다양한 걷기 길이 있지만 그 선두에는 제주 올레길이 있다. 지난 2007년 서명숙 사단법인제주올레 이사장에 의해 만들어진 ‘올레길’은 해안을 순환하는 21개 코스와 인접한 섬 6개 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그 길이가 437㎞에 달한다. 거리에서 대문까지,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지칭하는 제주 방언 ‘올레’에서 이름을 따왔다.

올레길은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오름, 검은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 사시사철 푸르른 들, 주황색 과실이 주렁주렁 달린 귤나무 밭 등 제주도의 빼어난 풍경으로 우리의 발길을 이끈다. 차를 타고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는 여행이 ‘점의 여행’이라면, 올레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 점들을 잇는 긴 ‘선의 여행’이다. 올레길은 느림의 미학을 통해 여행자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행복, 치유의 경험을 안겨준다. 힐링을 원한다면 따스한 봄을 맞아 제주 올레길 걷기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다양한 27코스 중 힐링할 수 있는 5코스를 엄선했다. 사진=사단법인 제주올레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한눈에'

1코스 (시흥-광치기 올레)
총길이: 15.1㎞ / 소요시간: 4-5시간 / 난이도: 중

1코스는 올레길 중에 가장 먼저 생긴 코스인 만큼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오름과 바다가 이어지는 ‘오름-바당 올레’로 제주를 대표하는 바다와 오름을 둘 다 즐길 수 있는 걷기 길이다. 서귀포 시흥리 정류장을 시작으로 말미오름, 알오름, 종달리 사무소, 종달리 옛 소금밭, 목화 휴게소, 성신갑문 입구, 수마포를 지나 광치기 해변에 이르는 길이다.

코스 초반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오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하이라이트. 종달리를 지나 목화휴게소 부근에서 잠시 쉬면서 준치를 먹으며 바다를 감상하는 것도 1코스를 걷는 묘미 중 하나다.

푸른 들을 지나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오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 조각보를 펼쳐 놓은 듯한 들판과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또 검은 돌담을 두른 밭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들판의 모습은 색색의 천을 곱게 기워 붙인 한 장의 조각보처럼 아름답다. 종달리 소금밭을 거쳐 시흥리 해안도로를 지나 수마포 해변에서 다시금 성산일출봉이 눈앞에 펼쳐진다. 종점 부근에 위치한 광치기 해변은 일출 명소인데, 물빛이 맑고 투명하기로 유명하고 이끼 낀 돌들이 펼쳐진 모습이 이국적이라 사진 찍기도 좋다. 전반적으로 초반 오름 두 개를 제외하면 거의 평지이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걷기 좋다.


이중섭거리·올레시장 등 즐길거리 풍성

6코스(쇠소깍-제주올레여행자센터)
총길이: 11㎞ / 소요시간: 3-4시간 / 난이도: 하

바다를 좋아하고 보다 편한 길을 걷기 원한다면 올레길 6코스를 추천한다. 6코스는 쇠소깍다리를 시작으로 쇠소깍 안내센터, 제지기 오름, 구두미 포구, 검은여 쉼터, 소라의 성,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에서 제주올레여행자센터를 끝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제주올레여행자센터를 마지막으로 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머물러 가는 것도 일정 짤 때 고려하면 좋은 점이다.

특히 해안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소금막 해변과 삶과 문화가 숨 쉬는 서귀포 시내를 걸으면 서귀포의 문화와 생태를 만날 수 있다. 6코스의 명소라고 꼽기에 손색없는 서귀포 칼호텔 바당길과 허니문하우스 전망대 길에서 푸른 바다의 전경을 즐길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제지기 오름은 그리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섶섬과 보목포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탁 트인 뷰를 자랑한다. 또한 ‘이중섭 거리’는 6코스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로 음식점, 카페, 공방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주말에는 다양한 공연과 벼룩시장이 열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지막으로 6코스 종점 부근에는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이 자리 잡고 있는데 먹거리가 즐비해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바윗길·흙길 걷다 만난 작은 식당 '숨은 맛집'

10코스(화순-모슬포 올레)
총길이: 15.6㎞ / 소요시간: 5-6시간 / 난이도: 중

제주올레 10코스는 오랫동안 제주올레길 완주자들의 선호 코스 중 상위에 랭크된 길이다. 그만큼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걸을 맛이 난다는 의미다. 제주올레 공식안내소에서 시작해 화순금모래해수욕장을 거쳐 사계포구, 송악산 주차장, 송악산 전망대, 섯알오름, 하모해수욕장, 하모체육공원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코스 초반 해안길은 산방산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다. 걸어서 여행할 때 더욱 이 풍광을 감상하기가 좋아 차를 타고 지나갈 때 보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마라도와 가파도를 가까이 볼 수 있고 산방산과 오름 군락, 비단처럼 펼쳐진 한라산의 비경도 감상할 수 있다. 사계포구를 지나 송악산까지 이어지는 길은 밭길, 바윗길, 마을길, 흙길 등 지루할 틈 없이 새로운 걷기 길이 계속 나타난다.

종점까지 식당이 많지 않으니, 사계포구와 송악산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 좋다. 종점이 있는 모슬포항은 횟집과 맛있는 식당이 많아 여기서 식사를 해도 좋다. 특히 회덮밥이나 고등어조림, 갈치조림을 파는 작은 식당이 있어 든든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청보리 물결치는 4월, 가파도로 가자

10-1코스 (가파도 올레)
총길이: 4.2㎞ / 소요시간: 1-2시간 / 난이도: 하

한국의 유인도 중에서 가장 낮은 섬인 가파도의 올레길. 가파도 안에서 섬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는 코스로 구성돼 있다. 상동포구를 시작으로 냇골챙이 앞, 가파초등학교, 개엄주리코지, 큰옹진물, 가파치안센터로 이른다. 4월에는 청보리, 5월에는 황금색으로 익어가며 물결치는 보리밭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어린아이를 태운 유모차도 쉽게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길이기에 초보자들에게 추천하는 코스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과 가장 낮은 섬인 가파도가 함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낮은 섬 가파도는 느리게 걸어도 두 시간이면 충분할 정도로 작다. 가파도는 머물렀을 때 작은 섬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길고 긴 제주 섬의 올레를 걸어오느라 수고한 몸과 마음을 달래며 하루쯤 편히 쉴 곳이다. 가파도에는 섬의 두 포구인 상동포구와 하동포구에 식당이 모여 있다. 특히 해물짜장면을 파는 유명한 식당이 있어 올레길을 다 걷고 이곳에서 식사해도 색다른 추억이 될 것이다.


필자 김유정은 여행기자로 활동을 하다가 현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여행 에세이 『소설여행』을 비롯해 여행가이드 북 8권을 썼다.
필자 김유정은 여행기자로 활동을 하다가 현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여행 에세이 『소설여행』을 비롯해 여행가이드 북 8권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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