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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2주년 특집] 육군3기갑여단 동아리 ‘누리봄’ 참전용사 집수리 봉사활동

김해령

입력 2022. 06. 23   16:12
업데이트 2022. 06. 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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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위해 몸 바쳐 싸운 것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잊지 않고 도와준 후배 전우야 정말 고맙다
 
육군3기갑여단 동아리 ‘누리봄’
주말마다 찾아가 한 달간 집수리
비 새는 낡은 지붕 합판으로 막고
집 뒤쪽 벽 흰색 페인트로 깨끗이
야생동물 차단 울타리 설치도

 

육군3기갑여단 적토마대대 누리봄 봉사동아리원 이민지(오른쪽) 하사가 6·25전쟁 참전용사 김진동 옹 자택의 대문 주변을 갈색 페인트로 칠하고 있다. 누리봄은 김옹을 비롯한 부대 인근에 거주하는 참전용사들의 집을 수리해주고, 말벗이 돼주는 등 봉사활동으로 보훈을 실천하고 있다.
육군3기갑여단 적토마대대 누리봄 봉사동아리원 이민지(오른쪽) 하사가 6·25전쟁 참전용사 김진동 옹 자택의 대문 주변을 갈색 페인트로 칠하고 있다. 누리봄은 김옹을 비롯한 부대 인근에 거주하는 참전용사들의 집을 수리해주고, 말벗이 돼주는 등 봉사활동으로 보훈을 실천하고 있다.
성화용(왼쪽) 중사와 이용호 하사가 김옹의 자택 벽을 하얀색 페인트로 칠하고 있다.
성화용(왼쪽) 중사와 이용호 하사가 김옹의 자택 벽을 하얀색 페인트로 칠하고 있다.
지붕을 수리하는 김종환 상사.
지붕을 수리하는 김종환 상사.
누리봄 동아리원들이 집을 수리하며 김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누리봄 동아리원들이 집을 수리하며 김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보훈(報勳)’이라는 단어는 다소 추상적이다. 많은 이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분들께 존경과 감사를 느끼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인다. 보훈의 주체가 일반 국민보다 정부라는 편견도 한몫한다. 그러나 사실 보훈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많은 돈도, 뛰어난 기술도 필요 없다. 실천 의지만 있으면 된다. 육군3기갑여단 적토마대대 봉사 동아리 ‘누리봄’이 대표적인 사례다. 누리봄은 부대 인근의 6·25전쟁 참전용사 자택을 찾아가 집수리, 말벗 봉사를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지난 18일 거창하지는 않지만, 조금 특별한 누리봄의 보훈 실천 현장에 동행했다.

글=김해령/사진=김병문 기자


“오늘은 지붕 보수 마무리하고, 햇빛이 좋으니 기둥과 벽 페인트칠까지 할 겁니다.”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8일. 누리봄 회장 오민석 상사는 동아리원들과 기자에게 봉사 계획을 설명했다.

누리봄은 이날 강원도 홍천군에 거주하는 6·25전쟁 참전용사 김진동 옹 자택의 지붕 보수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김옹의 자택 지붕 보수는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오 상사가 1개월 전 김 옹의 자택 지붕 보수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접한 뒤 지난 5월 14일 첫 공사를 시작하면서다.

낡을 대로 낡은 김옹의 자택 지붕에는 벌집과 새 둥지가 즐비했다. 특히 비가 올 때면 빗물이 새서 마루에까지 빗물이 고이기 일쑤였다.

오 상사는 “장마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공사가 지체돼 선배 전우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누리봄은 휴일에만 인원들이 모일 수 있어 주로 주말에 봉사활동이 이뤄진다. 군부대 동아리인지라 100% 현역 장병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아이고~이리 더운디, 한 뭉태기로 왔어~! 앉아라, 참외 줄게.”

“할머니! 왜 또 나와 계세요. 이제 지붕에서 쥐 안 떨어지죠? 오늘 싹 고쳐 드릴게요.”

김옹 자택에 도착한 누리봄을 아내 정정옥 여사가 반겨주자 오 상사가 화답했다. 오 상사와 이민지·김성훈 하사가 정 여사와 말벗이 돼드리는 동안 김종환 상사와 박성빈 중사가 지붕 상태를 파악했다. 김 상사는 지붕 한 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곳은 비가 유독 많이 새서 합판을 붙여놨는데,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성화용 중사와 이용호 하사가 차에서 공구를 가져오면서 본격적인 집수리가 시작됐다.

누리봄은 각자 역할을 나눠 집을 보수했다. 김 상사와 박 중사가 지붕 수리 마무리 작업을 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집 뒤쪽 벽을 하얀색 페인트로 칠했다.

정 여사는 동아리원을 한 명, 한 명씩 찾아가 “너무 예쁘게 칠했다”, “고마워 정말”이라며 감사 인사를 했다.


선배 전우 위한 봉사활동…“힘들지 않아”

이날 홍천 지역은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위가 계속됐다. 오전 11시임에도 기온은 30도에 육박했다. 하지만 누리봄 인원들은 굵은 땀방울을 닦을 뿐 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좀 쉬면서 하라”는 정 여사의 ‘잔소리’가 이어진 후에야 첫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누리봄 활동 1년 6개월째라는 김성훈 하사는 “이 어르신 집은 네 번째 방문인데, 올 때마다 정말 고마워하셔서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다”면서 “특히 참전으로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선배 전우를 위한 일이기에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김옹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52년 당시 수도사단에 입대했다. 이후 21사단에 배치돼 57개월을 복무했다. 수색대대 근무 중 강원도 춘천시 신포리에서 북한군이 던진 ‘방망이 수류탄’ 파편에 부상 당해 입원했고, 퇴원하니 정전협정이 체결된 상태였다. 대구에서 정 여사를 만나 백년가약을 맺은 김옹은 1997년 8월 14일부터 지금의 집에서 살고 있다.

정 여사는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몸에 있는 상처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난다. 몰래 울음을 참다가 잠을 지새운 적도 수백 날”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도시락 전달에 말동무까지…‘보훈’ 실천

이어진 점심시간. 김 상사는 “점심 도시락을 가지러 간다”며 차에 올랐다. 김 옹 자택 주변에는 식당이나 편의점이 없어 약 4㎞ 거리 시내까지 나가서 도시락을 추진해와야 한다. 김 상사는 “주변에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선배님도 끼니마다 밥을 해결하기 어려워하신다”며 “이 때문에 동아리원들이 돌아가며 도시락을 가져다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누리봄은 집수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옹 자택만 해도 싱크대 수전 교체, 야생동물 차단 울타리·센서등 설치 등 집안 구석구석에 누리봄의 손길이 닿았다. 김옹과 정 여사가 먼저 요청하기보다 누리봄 인원들이 스스로 일거리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싱크대는 김 상사가 우연히 수도꼭지를 돌렸다가 물이 뿜어져 나오는 걸 보고 교체했다. 센서등은 오 상사가 퇴근길에 김옹의 자택을 들렀다가 너무 어두워서 설치하게 됐다.

야생동물 차단 울타리 역시 야생동물이 농작물을 망치는 일이 잦아 울타리를 치게 됐다고 한다.

동아리 운영의 재원은 회원들의 자발적인 납부(매월 1만 원)로 마련한다. 이화수 주임원사를 비롯해 적토마대대 부사관 20여 명이 가입해 있다.

이 주임원사는 “참전용사들께 ‘보훈’을 실천하는 후배들이 기특하다”며 “활발한 동아리 운영을 위해 장경필(중령) 대대장님과 함께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봄은 오후에 지붕 보수를 마무리하고, 기둥·처마에 페인트를 칠하는 것으로 이날 봉사활동을 마무리했다.

오 상사는 “페인트를 칠해 놓으면 그냥 방치하는 것보다 기둥이나 처마가 오래 간다”며 “페인트가 물에 의해 썩거나 벌레가 갉아먹는 일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누리봄은 망가져서 닭이 도망가버린 닭장을 보수하고, 깨진 창문 유리창도 갈아 낄 계획이다. 또 한여름이 되기 전 상추·두릅 밭 주변의 잡초도 제거할 예정이다.

김옹은 떠나는 장병들을 배웅하기 위해 대로변까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왔다.

그는 “나라를 위해 이 한 몸 바쳐 싸웠다는 것이 내 삶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며 “그 일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지 않고 도와주는 후배 전우들이 고맙다”며 장병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김해령 기자 < mer0625@dema.mil.kr >
김병문 기자 < dadaz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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