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고용 시장의 흐름
7급 경쟁률 1979년 이후 최저치
인구 줄고시험과목 변화 등 영향
물질적 풍요 갈망 큰 Z세대
코로나 이후 자산시장 적극 참여
안정성보다 고수입에 더 매력
지난해 선호 직장 1위 대기업 꼽아
최근 고용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안정성·연금 수령·워라밸로 대표되는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물론 여전히 높은 경쟁률이긴 하나, 이전과 달리 국가직 공무원의 시험 경쟁률이 두드러지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해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42.7대1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이는 23.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1979년 이후 최저치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100대1 이상을 기록했던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2018년 이후 40대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잠깐 반등했지만, 올해는 하락 폭이 컸다.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 역시 올해 29.1대1을 기록해 1992년(19.3대1) 이후 처음 30대1 이하로 내려갔다.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을 본 실제 응시자를 기준으로도 올해 2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01년(19.7대1) 이후 최저 수준이다.
대개 경기가 어려우면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식되는 공무원 선호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어떠한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연일 치솟는 물가와 저성장이 겹쳐 스태그플레이션(경제 활동이 침체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저성장·고물가 상태)을 걱정하는 시점 아닌가. 경기는 분명 좋지 않은 이 시점에 높아져야 할 것만 같은 공무원 경쟁률은 왜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공무원의 경쟁률 감소세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첫 번째로 손꼽히는 점은 바로 인구 자체의 감소로 경쟁자 모수 자체가 줄었다는 점이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청년층 인구가 줄면서 경쟁률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공무원 시험 주요 수험생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은 20대 중·후반과 30대 초반 연령대의 청년들이 가장 많이 응시하는데 이들은 1991~1995년 출생한 청년들로, 이들의 출생자 수는 1983년생과 유사한 수준으로 많다.
두 번째 가설은 시험 과목의 변화와 관련한다. 9급 공무원 시험에서 올해부터 행정직에서 선택과목이었던 고등학교 수학, 사회, 과학이 배제됐다. 직렬에 따라 필수로 응시해야 하는 2개의 전공과목을 대비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높아진 것이다. 그만큼 벽이 높아졌고 ‘시험 삼아’ 지원했던 인원이 줄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소비자를 중심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필자가 보았을 때는 물론 이러한 요소들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청년들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근원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장기적 감소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공무원이 주는 직업적 이점이 소위 Z세대라고 불리는 요즘 청년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Z세대를 한번 면밀하게 들여다보자. 이들은 “부모보다 더 배웠지만, 부모보다 가난해진 첫 세대”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찾아 나서고 있는 세대로 꼽힌다. 물질적 풍요가 삶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그 누구보다 일찍 파악하고 현실적인 접근에 나서는 편이다.
현실주의적인 성향이 강해 물질적 풍요를 갈망하는 정도가 이전 세대보다 강하게 나타난다고 보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2020년 하반기에 주식, 코인 등 자산 시장에 가장 많이 뛰어든 집단 중 하나가 이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향을 지닌 소비자에게는 자연스럽게 직업의 안정성보다는 높은 수익이 직업 선택에서 더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올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매년 진행하는 ‘사회 조사’ 자료를 보면, ‘청년이 선호하는 직장’으로 2009~2019년 줄곧 1위였던 ‘국가기관’은 지난해 처음으로 ‘대기업’에 1위 자리를 내줬다고 한다. 지난해 조사에서 국가기관은 공기업에도 밀려 3위로 주저앉았다.
더불어 2016년 공무원연금개혁으로 ‘더 내고 덜 받는 형태’로 공무원연금이 변화한 것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2016년부터 시행된 공무원연금개혁으로 공무원 보험료율은 14%(본인 부담 7%)에서 18%(본인 부담 9%)로 높아졌고 지급률은 1.9%에서 1.7%로 낮아졌다. 보험료율은 28.5% 오른 반면 연금 지급액은 10.5% 깎인 것이다. 실익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혜택 삭감으로 들릴 큰 요소다.
그렇다면 이들의 현재 고용 현황은 어떠한가? ‘2022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07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86만5000명(3.2%)이 늘어 1년 2개월째 오름세를 유지했다고 한다. 동월 기준으로 보면 2000년 이후 22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년 동안 감소하다가 작년 3월(31만4000명)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작년 취업자 감소 영향으로 지난 1월(113만5000명)과 2월(103만7000명)에는 100만 명 이상 증가 폭을 기록했다. 기저효과가 사라진 3월(83만1000명)부터 100만 명 아래로 내려왔지만, 80만 명대 이상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고용 회복세가 계속됐다. 증가 폭 역시 지난 3월보다 확대됐다.
고용 시장에 훈풍이 불어온 듯한 양상에 청년 고용도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용자 수는 청년층에서도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 42만4000명, 50대에서 20만8000명, 20대에서 19만1000명, 30대에서 3만3000명, 40대에서 1만5000명 각각 증가하였다. 증가한 취업자 중 절반 가까이는 60세 이상 일자리라는 의미다.
더불어 실질적 체감 실업률을 보여주는 확장 실업률은 전체 평균이 10.9%인 반면 청년들의 확장 실업률은 전년 25.1%에서 19.9%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로 불리는 제조업 중 청년 취업자는 오히려 6000명이 줄어드는 등 양질의 고용 보장은 청년층에게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인 셈이다. 가까운 미래의 주력 소비자이자 우리 사회의 허리가 될 이들의 공무원 경쟁률 감소 현상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깊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필자 이수진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소비문화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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