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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방기술학회 공동 기획 최신 국방과학 연구동향] 미래 국방 핵심은 반도체…‘선진 우리 기술’ 지켜야

입력 2022. 04. 22   15:40
업데이트 2022. 04. 2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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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과 국가안보 이슈(하)


자동차 등 핵심 부품… 시스템 반도체 없었다면 스마트폰 대중화 불가능
제품 경량화·소형화 원천… 드론·무인기 등 방산분야 활용 ‘무궁무진’

 

드론의 경우 소형화와 중량·단가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시스템 반도체를 활용하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사진은 드론 운용요원이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도시지역 훈련장에서 드론 마일즈에 대한 전투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조종원 기자
드론의 경우 소형화와 중량·단가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시스템 반도체를 활용하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사진은 드론 운용요원이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도시지역 훈련장에서 드론 마일즈에 대한 전투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조종원 기자


시스템 반도체란?


최근 미·중 갈등과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유통망에 이상이 생기면서 반도체는 경제계뿐만 아니라 국가적 관심사가 됐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하나인 반도체 수급과 중요성은 무역 분쟁과 공급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가전제품 등의 생산 지연으로 이제는 상식이 됐다.

특히 비대면시대와 자율주행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기술, 인공지능(AI) 및 신산업과 관련된 각종 기기의 핵심인 시스템 반도체(SoC·System on Chip)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이름 그대로 단일 칩에 완전 구동이 가능한 제품과 시스템이 들어 있는 것이다. 즉 시스템을 구성하는 디지털 처리회로, 메모리 회로, 아날로그 회로, RF 회로, 전원 및 제어회로 등이 통합돼 단일 칩에 구현된 것이다.

2000년대 후반 이뤄진 스마트폰의 등장이 표면적으로는 스티브 잡스의 업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2000년대 초 전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이뤄진 통신 및 프로세서용 시스템 반도체 개발이 없었다면 스마트폰 대중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AI와 가상현실(VR) 기술의 발전도 급성장한 프로세서 반도체 기술이 계산과 저장 성능을 뒷받침해 주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시스템 반도체의 집적 범위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통신이나 레이다·신호처리기·센서 등 작은 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단일 칩에 집적하는, 말 그대로 특정 기능을 하는 시스템을 집적한 반도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산 분야의 각종 통신기기나 레이다에서 고출력 증폭부, 전원부, 안테나부를 제외한 핵심부인 고주파 송수신부, 신호처리, 모뎀과 같은 디지털 처리부 등 대부분이 시스템 반도체를 이용해 집적화가 가능한 영역이다.


국방 시스템 반도체 개발의 중요성과 추세

전용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면 많은 부품이 단일 칩에 집적돼 부품 수가 크게 감소, 경량화·소형화를 획기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생산 수량이 늘수록 가격 절감 효과도 매우 크다. 반면 기존의 범용 MMIC(monolithic microwave IC·모놀리식 마이크로파 집적회로)와 부품들을 조합해 구성된 모듈의 경우 응용 시스템에 최적화된 소자가 아닌 범용소자를 사용하므로 소형화·경량화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전용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고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다. 또 소모전력을 수십 배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모듈 형상도 최적화할 수 있는 설계가 가능하다. 특히 실리콘 소자를 이용한 단일 전원 구성과 저전력화를 실현하면 실제 시스템에서 상당한 크기와 무게를 차지하는 전원회로의 경량화가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시스템 성능을 최적화하면서 경량화·소형화·저전력화와 비용 절감이 가능한 것이다.

민수에 비해 방산 분야에서는 비용 절감이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대량생산이 필요한 드론이나 유도무기, 소형센서, 그리고 미래 병사용 웨어러블 장치 등은 소요 수량을 고려할 때 가성비가 중요하다. 따라서 기존 고비용의 구현 기술이 아닌 민수 분야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스핀온(spin-on·민간 기술을 군사 분야에 적용)한 고성능·저가화 기술이 필수적이다.

시스템 반도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산 분야는 드론, 무인기, 유도무기, 웨어러블 장치 등 무궁무진하다. 드론의 경우 소형화와 페이 로드(pay load·항공기의 승객, 화물, 수하물 등의 중량 합계)를 감안할 때 드론 탑재용 센서, 통신모듈의 SWaP(Size, Weight and Power)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특히 대대~소대급 이하로도 운용 가능한 감시정찰 및 임무 수행 소형드론체계에서 저가화 이슈는 중요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할 수단이 바로 시스템 반도체 기술이 될 것이다.

소형드론에 최적화된 통신·센서용 반도체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퀄컴의 드론 전용 칩인 스냅드래곤과 MIT가 발표한 저전력의 드론 전용 내비게이션 프로세서 등이 민수용으로 먼저 개발됐다. 이런 기술적 추세를 반영하듯 2019년 3월 미국 디펜스 시스템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드론 탑재가 쉬운 레이다 센서를 위한 시스템 반도체 칩 등 미래 기술을 위한 시스템 반도체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방산 분야에서 최근 주목받는 드론 등 이동체용 합성개구레이다(SAR)를 위해서도 시스템 반도체 개발은 필수적이다. 기존의 범용 GPU나 신호처리 칩으로는 전력 소모와 실시간 처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사의 경우 SAR 신호처리 전용칩 66AK2L06을 출시했으며 중국 N.W. 폴리텍대학은 SAR ASIC(특정 제품에 사용할 목적으로 설계된 비메모리 반도체 칩)로 115 GOPS(1GOPS는 1초에 10억 번 연산을 실행하는 속도)의 성능을 보여 주기도 했다.

방위산업의 전유물로 생각됐던 레이다 시스템 분야에서도 최근 차량용 레이다, 드론탑재·탐지 레이다, 모션감지 레이다 등은 다양한 글로벌기업들이 시스템 반도체 칩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소수업체가 개발에 성공했다. 이로 인해 민수의 경우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IoT 센서에서 소형화된 레이다 센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방 반도체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연구개발 방향

필자는 민수업체와 학교에서 시스템 반도체 칩을 개발하다 12년 전 레이다 및 통신용 반도체 설계로 방산 분야에 입문했다. 그동안 다양한 부서에서 여러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반도체를 개발하면서 보니 방산 분야는 보수성이 강하고 안정성을 중시해서인지 반도체 설계의 경우 MMIC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 개발사례는 거의 없고 대체로 학교나 연구소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현실이었다.

시스템 반도체의 특성상 국방 분야에서 확산하기에는 개발비용이 상당하고 개발 기간도 긴 데다 반도체 신뢰성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적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국방개발 예산에서 반도체 칩을 개발한 건수와 예산은 적은데 이들 개발이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계획보다 개별 응용에 대한 건별 개발로 이어져 예산의 집중도가 떨어진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민수 분야와 같이 정립된 표준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잘 살펴보면 많은 군 통신체계와 레이다체계에 필요한 송수신부와 디지털 처리방식들은 유사성이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술 정보의 공유가 필요한 만큼 개발본부 간의 보안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연구소 등에서 체계적인 개발 관리를 한다면 예산은 집중도가 높아지고 이전 개발사례들에 기초해 신규 개발과제의 일정 및 성능도 보장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을 리드하는 미국의 경우 코보(Qorvo) 같은 방산에 특화된 반도체를 만드는 전문기업들이 존재하며 아날로그 디바이스·TI 등의 제품들은 민수와 방산 두 분야에서 동시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에 이은 반도체 최강국이다. 우리는 국가 규모로 볼 때 선택과 집중이 매우 중요한데 이 중 반도체를 발전시킬 역량이 우수한 국가다. 국방 분야 정책 및 연구 종사자들이 앞으로 미래 국방의 핵심이 반도체에 달렸다는 점을 이해하고 전략적인 기술 개발, 기업 육성이 필요하다.

또 우수한 반도체 개발 전문인력이 국방 분야에 고르게 유입되도록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최근 급격히 변화하는 글로벌 공급망을 생각할 때 사실상 미래 기술들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인 반도체 기술을 지키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윤성 교수 광운대 전자공학과 (사)한국국방기술학회 부회장
어윤성 교수 광운대 전자공학과 (사)한국국방기술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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