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연평해전 참전했던 남편
아들·딸 모두 해군 부사관 입대
자랑스럽지만 고충도 있던 날들
장병·가족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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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랑스러운 해군이다. 남편은 대령으로 예편했고, 아들은 해군병을 거쳐 부사관으로 복무했다. 그리고 딸은 현재 8전투훈련단 예비역함정관리대대 부사관으로 해군에 몸담고 있다.
1984년 나는 결혼과 함께 경남 진해에 거주하게 됐다. 남편이 출동 나가면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던 날들이었다. 특히 딸을 임신했을 때가 기억난다. 몸은 무겁고 정신적으로도 힘든 시기였기 때문이다. 남편은 딸이 태어나던 그 순간마저 출동 중이라 곁에 없었다. 나는 매우 서운했지만, 출동에서 돌아와 감격한 얼굴로 딸을 안아주는 모습에 ‘이 남자도 딸이 보고 싶었구나’ 생각하며 해군 아버지들의 고충을 엿볼 수 있었다.
1999년도에는 남편이 서해를 수호하는 2함대에 근무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함정근무를 하던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불안하던 찰나, 서해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방송됐다. 나는 남편과 해군 가족들의 무사귀환을 빌었다. 그렇게 35일이 지난 후 남편은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고, 제1연평해전에 참전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간이 더 흘러 2007년에는 아들이 해군병으로 입대했다. 그리고 1년 만에 딸이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하겠다고 했다. 해군 남편의 힘든 생활을 봐왔고, 아들도 해군에 가 있는데, 왜 딸마저 해군에 가려는지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기에 결국 허락했다. 그렇게 딸은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그러자 해군병 전역 후 복학한 아들마저 부사관으로 재입대하겠다고 했다. 엄마인 내가 말리기엔 자식들의 ‘필승해군’ 신념이 너무나도 확고해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가족 구성원 4명 중 3명이 해군인 ‘해군 가족’의 아내이자 엄마가 됐다. 나의 우려와는 달리 가족 모두 아무 사고 없이 명예롭게 군 생활을 이어가 한숨 놓았다. 그러던 중 2011년 갑자기 딸이 파병을 떠난다고 했다.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가겠다고 말하는 딸의 얼굴에 그동안 도서지역과 오지를 다니며 고생하던 남편이 겹쳐 보였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딸이 이제는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가는 늠름한 군인이 됐다는 생각에 눈물이 절로 났다. 그렇게 딸은 무사히 파병을 갔다 오고 현재까지 군인의 삶을 살고 있다.
지금은 남편과 아들이 전역했지만, 한때 나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해군에 복무했기에 해군 가족으로 사는 것의 고충을 잘 안다. 드넓은 바다에서 오늘도 임무 수행에 매진하는 자랑스러운 해군 장병과 그들 가족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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