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UN가입 30년과 軍 국제평화협력활동

마지막 부대 부담감에도 타국군에 완벽 업무 인계

서현우

입력 2021. 03. 24   16:54
업데이트 2021. 03. 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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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부대 교대를 준비하라 -이호진 중령 (국군서울지구병원 간호부장)

5만 명 이상 진료 성과 내며 철수 결정
행정·서류 작업 마치고 브리핑 연습
언어 다르다 보니 준비만 한 달 걸려
인수인계에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짧은 기간 말레이군과 급속 친해져
2006년 5월 서부사하라 국군의료원지원단 23진 정해원(왼쪽, 대령·진) 단장이 반납한 부대기를 유엔군사령관이 임무를 맡게 될 말레이시아군 대표에게 이양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2006년 5월 서부사하라 국군의료원지원단 23진 정해원(왼쪽, 대령·진) 단장이 반납한 부대기를 유엔군사령관이 임무를 맡게 될 말레이시아군 대표에게 이양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서부사하라 유엔 평화유지활동 당시 국군의료지원단 23진 요원들. 맨 왼쪽이 이호진 중령. 
 사진 제공=이호진 중령
서부사하라 유엔 평화유지활동 당시 국군의료지원단 23진 요원들. 맨 왼쪽이 이호진 중령. 사진 제공=이호진 중령

서부사하라 국군의료지원단은 2006년 5월 23진 장병들이 철수·귀국하며 임무를 종료했다. 1994년 8월 1진 부대를 파견한 이후 12년여 만이었다. 우리 군은 이 기간 내과, 외과, 피부과, 치과, 이비인후과, 안과 등에 걸쳐 5만 명 이상을 진료하는 성과를 올렸다. 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약 6개월 근무 후 교대했으며, 처음과 마지막이었던 1진과 23진은 7개월간 활동했다. 마지막 파견 부대였던 23진은 2005년 10월 10일 현지에서 본격적인 임무를 시작했다.

국군서울지구병원 간호부장 이호진 중령(당시 대위·진)은 2005년 국군수도병원에서 간호장교로 근무 중이었다. 당시 이호진 대위(진)는 선배 간호장교들의 앞선 활동을 보며 해외파병은 군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이 대위(진)도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도전하리라 다짐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부대 개편으로 이 대위(진)의 일상에 변동이 예정된 상황에서 평소 해외파병에 대한 이 대위(진)의 뜻을 알고 있던 주변 선배 간호장교들이 마침 서부사하라 국군의료지원단에 지원해 볼 것을 제안했다. 운명처럼 다가온 기회에 간절한 마음으로 지원했고, 운이 좋게 파견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선발됐을 때에는 기쁨과 걱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이 순간을 기다리며 준비했기에 감격스러운 감정이 컸지만, 너무나도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마지막 진이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고요.”

현지에서의 임무는 앞선 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엔 서부사하라 선거감시단(MINURSO) 소속 장병들의 부상과 질병을 치료하고, 그들이 건강하게 임무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를 위해 중앙·전방진료소를 운영하며 주요 지점에 설치된 팀사이트를 순회 진료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마지막 진이었기에 우리 군이 아닌 타국 군에 관련 업무를 넘겨야 했던 것.

임무 중간 본국으로부터 철수 결정을 전달받았고, 임무 수행을 하면서 동시에 업무 인계를 준비해야 했다. 진료소 운영을 포함한 유엔임무단 사령부의 의무·의정 업무를 말레이시아군 의무부대에 인계해야 했다. 이 때문에 관련 업무가 추가되면서 23진은 약 한 달을 더 근무해야 했다.

“마지막 진이었기에 부담감은 더 컸습니다. 앞선 진들이 최선을 다해 임무 수행하며 쌓아 올린 한국군에 대한 신뢰와 희망의 이미지가 계속 이어지도록 잘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어요.”

인계도 마찬가지. 만약 다음 진이 우리 군이었다면 심리적 부담감은 그나마 덜했을 것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규정·규칙에 맞춰 인계하면 되었을 텐데, 타국 군은 언어부터 달랐다. 또 의무행정 절차와 업무처리 방식의 차이를 존중해야 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영어권 국가가 아니었기에 공용어인 영어를 통한 의사소통에 특히 신경 써야 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도 세심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우리 군 사이의 인수인계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일단 언어가 달랐기 때문에 인수인계서 작성이나 약품·장비 소개도 영어로 해야 했습니다. 또 현지 사정을 비롯해 처치·진료에 유용한 지식·정보를 전달하는 일에도 그들이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말레이시아군이 현지에 도착해 우리 군으로부터 업무를 인계받는 데에는 약 일주일이 주어졌다. 그나마도 부대 인수인계 교대식을 비롯해 부대 철수·귀국에 필요한 업무를 제하면 그보다 짧은 시간에 인계를 마쳐야만 했다.

“업무가 공백없이 이어지도록 해야 하기에 챙길 것이 참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말레이시아군은 적극적이었어요. 우리가 마지막 진이었기에 더욱 열심히 업무 했던 것처럼 말레이시아군도 첫 진이라는 데에서 부담과 긴장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우리를 잇는 말레이시아군이 빠르게 자리 잡아 오롯이 임무 수행해야 십수 년 동안 펼쳐 온 한국군의 성과도 빛을 볼 것이었다. 아울러 서부사하라에서의 유엔 평화유지활동도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문제없이 계속 이어질 것이었다. 우리와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유엔임무단 사령부 내 각국 장병들도 지켜보고 있었다.

업무 인계에는 준비만 한 달 넘게 걸렸다. 인계를 위한 모든 행정·서류 등 작업을 먼저 마친 후 파트별로 브리핑을 연습하기에 이르렀다. 주어진 시간 안에 쉽고 정확하게 상대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효과적으로 업무를 전달할지 고민했어요. 사전 예행연습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일주일의 시간은 금세 지났다. 유엔임무단 사령부에서 함께 생활하며 친분을 쌓은 타국 군 장병들 못지않게 친해진 점은 당연한 결과였다.

“며칠간의 인계 기간은 정말 뜨거웠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무사히 인계를 진행했고요. 짧은 기간 급속도로 친해져서 교대식을 하면서는 서로 크게 아쉬워할 정도였습니다.” 서현우 기자


서현우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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