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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호 기고] 바다를 선택한 자랑스러운 여군

입력 2021. 03. 07   10:29
업데이트 2021. 03. 0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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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준 호 
해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
임 준 호 해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

“출항~!” 해군기지가 있는 군항을 걷다 보면 함정으로부터 낭랑하고 힘찬 외침이 자주 들려온다. 여군이 많아져서일까? 이제 군함의 방송을 통해 나오는 여군의 목소리가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다.

우리 해군은 지난 1999년, 해군사관학교에 여생도가 입학하면서 처음으로 여군을 받아들이게 됐다. 2001년에는 여군 학사 장교가 임관해 최초로 군함에 배치됐고, 2003년부터 여군 부사관이 임관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여군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현재 우리 해군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군은 약 2,500여 명으로서 3군 중 간부정원 대비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2022년까지 장교 정원의 10.4%, 부사관 정원의 8.9%까지 여군 비율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 여군은 2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함정·항공기·육상부대·해외파병지 등 다양한 위치에서 부여된 임무와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으며, 우리 군이 ‘필승해군’으로서 소명을 다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런 점을 비춰볼 때 여군은 더 이상 우리 군내의 별도 집단이 아니라 동일한 군복을 입은 우리의 전우이자 동료다.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하게 형성돼 있고 보수적 성향을 띠는 해군이지만, 여군의 증가로 군대문화가 점점 바뀌고 있으며 남녀의 차이보다 다름을 인정하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또한 여군의 확대는 병역자원의 안정적인 확보와 동시에 해군 전투력의 중추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앞으로 여군 개인의 능력에 따라 남군과 동일하게 진급과 장기복무 기회를 부여받을 것이며, 여군들이 큰 포부를 가지고 군 생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 또한 개선돼 나갈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평소 즐겨 낭송하시던 시문이 있다. “흰 눈밭에 어지러이 발자국을 남기지 마라. 오늘 내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밭에 처음 발자국을 남기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 가게 되고, 그것이 모여 종국에는 길이 되며, 그 길로 다른 이들이 다니게 된다는 뜻이다.

20여 년 전, 해군에 처음 발자국을 찍을 때부터 누군지 모를 뒷사람까지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살아온 수많은 여군이 백범 선생이 말한 그 길을 걸어오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희생과 솔선수범이란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많은 이들이 디딘 발자국이 모여 오늘날 해군의 여군 관련 규정과 정책으로 발현됐다.

앞으로도 해군은 더 많은 여군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또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해군이 되도록 제도적 여건 마련에도 더욱 힘쓸 것이다.

바다를 선택해 도전의 길을 가고 있는 여군들에게,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우리의 전우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응원을 보낸다. “바다를 선택한 여군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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