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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훈 병영칼럼] 스마트폰 시대의 연애

입력 2020. 09. 22   15:39
업데이트 2020. 09. 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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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사는 모습도 달라지기 마련…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으니
바로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 마음입니다

이 요 훈 
IT칼럼니스트
이 요 훈 IT칼럼니스트


지난 2018년, 재미있는 제목을 가진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과 이성 교제에 관한 한·일 비교연구’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일 모두 연애하지 않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40세 미만이면서 미혼이고, 학생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남자는 33%, 여자는 37%만 연애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물론 20대의 연애는 이것보단 많을 겁니다. 서른이 넘어가면 연애하기 많이 힘들어져서, 전체 평균을 낮추거든요.

왜 연애하는 사람이 줄었을까요? 잘생기거나 성격이 좋은 사람이 줄어서? 그건 아닐 겁니다. 의외로 연애를 못(안) 하는 이유는, 결혼이 줄어든 이유와 비슷합니다. 경제 문제죠. 요즘엔 생활비와 마찬가지로 연애할 때 드는 돈도 많아져서, 연애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한 번 데이트할 때 2인 기준 평균 6만3495원을 쓴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한 달에 열 번만 만나도 63만 원이 넘으니, 적은 돈이 아니죠. 취업을 준비하느라 연애할 시간이 없기도 하고요.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이성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 리도 없고요. 지금은 모두 스마트폰을 한 대씩 가지고 있는 세상이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연애를 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일단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미국에선 셋 중 한 명은 데이팅 앱을 통해서 만나 결혼한다는 말도 있는데요.

한국에서도 게임을 제외한 앱 가운데, 가장 돈을 잘 버는 앱이 주로 데이팅 앱입니다. 아직 이런 앱들이 좀 터부시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의외죠. 그동안 문제도 많았기에, 최근엔 반려동물을 키운다거나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해주는 앱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애할 때는 어떻게 쓸까요? 연애하는 사람만 쓰는 SNS나 일기장 같은 앱이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가 연애 상담을 해주는 앱을 찾습니다. 인공지능이 간단한 답변을 해주는 앱도 있고, 메신저 대화를 분석해주는 앱은 꽤 많이 써봤을 거로 생각합니다. 짝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게임을 하거나 동성 친구들끼리만 논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볍게 만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커뮤니티 앱을 많이 이용합니다. 약간의 회비를 내고 참여하는 모임이 많은데, 그때만 보고 마는 경우가 많아서, 부담이 덜하다고 합니다.

연애하는 과정이 달라지니, 신조어도 많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고스팅’이란 말 아시나요? 유령을 뜻하는 영어 단어 ‘Ghost’와 현재진행형을 뜻하는 ‘ing’의 합성어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잠수탄다’는 의미입니다. 갑자기 연인이 메신저로 말을 걸어도 반응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고, 아무튼 연락이 끊어지는 건데요. 이렇게 일방적으로 관계가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오비팅(Orbiting)’이란 말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연락은 받지 않으면서 SNS에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누른다거나, 댓글을 단다거나 하는 일을 계속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참, 많이 변했죠? 어찌 보면 진지한 만남은 줄어들고, 너도나도 어장 관리만 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괜찮습니다. 원래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사는 모습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사는 모습이 달라진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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