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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대담] “합의 전 긴장 상황과 비교하면 성과 분명해”

맹수열

입력 2020. 09. 17   16:58
업데이트 2020. 09. 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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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국방대 교수
핫라인 등 제외한 대부분 합의 이행
도발 억제 역할 군비통제 적극 추진돼야 



 

신상범 안보기술개발단장
군사분계선 비행·훈련 금지 잘 지켜져
실효성 유지 위해 주변국 신뢰 중요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
북에 지속적인 합의 이행 촉구 필요
우리에게 유리한 평화 여건 확립 



2018년 9월 19일, 남북 정상은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담은 9·19 평양 공동선언과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9·19 군사합의)를 발표했다. 앞서 남북 정상이 처음 만나 공포한 4·27 판문점 선언이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씨앗을 뿌렸다면 9·19 평양 선언은 그 열매를 맺는 과정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방일보는 9·19 군사합의 2주년을 맞아 전문가들과 함께 9·19 군사합의의 성과와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앞으로도 합의 이행이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 서면으로 진행된 이번 대담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영준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를 역임한 신상범(예비역 육군소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안보기술개발단장, 남북관계 전문가인 문성묵(예비역 육군준장)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이 참여했다.


-9·19 군사합의 이행의 현주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김영준 교수(이하 김 교수): 9·19 합의의 취지와 합의 정신, 구체적인 항목 모두가 완전하게 이행되는 것이 우리의 기대다. 북한의 유해발굴에 대한 응신 부족과 핫라인(Hot Line)의 실질적 운용 제한을 제외한 모든 합의가 이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군사합의 이전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인명피해를 유발했던 연평도 포격 및 핵전쟁 위기 상황을 현재 상상하기 힘들다는 점은 9·19 군사합의가 이룬 큰 성과다. 기대만큼 완전히 이행되지 못했다는 지적보다는 이행·진행되는 평화와 합의가 얼마나 큰 성과인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현 상황 자체, 전면전 도발을 상상하기 힘든 지금의 상황이 불과 3년 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성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합의 안에는 여러 이행 항목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가장 잘 이행되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이라고 평가하나?

신상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안보기술개발단장(이하 신 단장):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비행금지, 훈련금지 등은 남북 모두 현재까지 대부분 잘 지키고 있다고 봐야 한다.

김 교수 : 신 단장의 말처럼 완충 지역 안에서의 적대행위 금지와 상호 GP 파괴 및 검증,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 등 제한조치로 볼 수 있는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등이 충실히 이행되고 있다. 다만 이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9·19 군사합의가 계속 이행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이하 문 센터장): 네 가지로 나눠 설명해보겠다.

첫째, 이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아직 공식적인 폐기를 선포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직 합의가 유효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행해야 한다. 둘째, 정전협정에 명시된 적대행위 금지를 담고 있고 기존의 각종 군사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합의를 이행하면서 북측에 합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그동안 북한은 합의했다가 깨는 일을 반복해왔다. 따라서 북한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유도하고 그들의 잘못된 인식과 행태의 변화를 유도하는 전기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 서해 북방한계선(NLL) 준수를 통한 평화수역화, 유해 공동발굴, 군사공동위 및 직통전화 가동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도 있다.

신 단장: 무엇보다도 우리의 후손이 영원히 생존해야 할 이 땅,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다. 군사합의는 한반도에서의 모든 적대행위를 완전히 종식하고 평화를 완성한다는 기본 바탕으로 합의가 되었기 때문에 이를 위해 계속 이행돼야 한다.


-정세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합의 준수를 위한 우리 군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신 단장: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맡은 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자랑스러운 우리 군의 노력에 깊이 감사하고 또한 높게 평가한다. 안보는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이며,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국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운 우리 군이 소임을 다하도록 우리 국민 모두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

김 교수: 9·19 군사합의 준수를 위한 우리 군의 노력은 매우 컸다. 억제가 적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힘을 키우는 것이듯, 군비통제는 적의 도발 의지와 강점을 약화하는 역할로써 지속돼야 한다. 군비통제를 이상주의적 무력함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군비통제는 미국·영국·러시아 등 어느 나라에서나 억제 역량과 함께 발전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군비통제에 대한 노력과 이를 통한 평화 만들기에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도 합의가 실효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이라고 보나.

김 교수: 사실 한반도 비핵화 속도에 맞춰 남북관계와 군사합의를 이행하려다 보니 수동적으로 된 경향이 있다. 남북관계와 군비통제는 비핵화 속도·협상 성패와 별개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발전돼야 한다. 비핵화 협상의 진행이 느리다고 바로 합의를 전면 파기하는 것은 6·25전쟁 때로 돌아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군비통제를 통해 신뢰구축을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해 비핵화도 견인한다는 창의적인 의지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신 단장: 군사합의가 실효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물론 국내·외 정치상황도 중요하다. 그러나 남북이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주변 관련국들이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면 모든 노력은 사상누각이 된다. 먼저 대한민국 국민이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한미동맹을 더욱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남북이 신뢰를 쌓고 주변국들이 서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국방일보의 주요 독자인 국군 장병들에게 9·19 군사합의 이행에 왜 힘을 보태야 하는지 설명해달라.

문 센터장: 9·19 군사합의는 우리의 국방력과 전투의지, 경계태세를 포기하거나 약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적의 도발 동기와 의지를 약화시키고 적의 강점을 축소시켜, 궁극적으로 전쟁을 방지하고 우리에게 유리한 평화 여건을 확립하는 것이다. 9·19 군사합의를 이상주의적 평화정책으로 잘못 인식하는 여러 담론들의 오인식을 깨닫고 군사합의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동참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신 단장: 9·19 군사합의는 정전협정의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남북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더 이상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협정이다. 9·19 군사합의 이행이 계속돼야 하는 것은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한 것이며 우리의 아들·딸들이 평화롭게 살아가야 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맹수열 기자·사진=국방일보DB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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